11월 12일 고려대학교(서울)에서 홍콩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이 함께 홍콩 민주 항쟁을 지지하는 활동을 했다. 낮부터 정경대 후문에서 지지 메시지를 받고 리플릿을 반포했다. 저녁에는 간단히 집회를 열었다.

전날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하 “고려대모임”)이 캠퍼스에 게시한 홍콩 민주 항쟁 지지 대자보가 훼손된 것이 이번 행동의 계기가 됐다.

최근 대학가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 현수막 등이 중국 유학생들로 추정되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훼손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도 고려대모임이 붙인 대자보가 거의 한 시간 만에 떨어졌다. 그것도 세 번이나 말이다.

이 역시 홍콩 시위가 못마땅한 몇몇 중국 유학생들의 소행으로 보인다. 한 중국 유학생은 자기가 마치 자랑스러운 일을 한 것인 양 SNS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대자보는 떨어질 때마다 다시 붙었다. 홍콩 유학생들, 한국인 학생들, 심지어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고려대모임에게 대자보가 떨어졌다고 즉각 제보한 덕분이다. 이들은 정당한 시위에 대한 지지 표명을 가로막는 것에 분개했다. 또 홍콩 시위 지지 여부를 떠나 기본적인 논쟁과 토론의 자세조차 갖추지 않은 처사에 분노한 학생들도 많았다.

이 소식은 금세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자보를 붙인 고려대모임의 한수진 씨에게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가 빗발쳤고, 몇몇 홍콩 학생들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나섰다.

경고

다음 날인 오늘(11월 12일) 오전 고려대모임은 대자보를 다시 게시했다. 대자보를 떼지 말라는 경고문도 함께 붙였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중국인 유학생들이 정경대 후문에 붙인 대자보를 다시 훼손하려 했다. 그곳을 지키던 한수진 씨가 이를 막으려 하자 중국인 유학생들이 그를 에워싸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본 다른 학생들이 한수진 씨를 두둔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 중국인 유학생도 한수진 씨를 방어했다.

한수진 씨는 다음과 같은 일화도 전한다.

“대자보 앞에서 어떤 여학생이 계속 서성이길래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홍콩 학생인데 대자보가 뜯길까 봐 계속 지키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라고 하니까 울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 ‘여동생과 가족이 너무 걱정된다, 자신도 여름방학 때 홍콩에 가서 시위에 참여했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한편 정의당 고려대학교 학생위원회 등의 다른 학내 단체 학생들이 대자보 훼손을 규탄하고 홍콩 시위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정경대 후문으로 달려 왔다.

고려대모임 학생들과 이들은, 전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홍콩 학생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포스트잇에 지지 메시지를 받아서 벽면에 붙였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도 반포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도 중국 유학생들의 대자보 훼손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게시하고, 일부 중국인 유학생이 대자보를 훼손하려 할 때 이를 저지하는 것을 도왔다.

대자보는 순식간에 이목을 끌었다. 이제는 정경대 후문을 지나는 수많은 인파 앞에서 어느 누구도 노골적으로 대자보를 떼려 하지 않았다.

홍콩 시위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비난하는 소위 ‘고려대 중국 유학생모임’의 대자보가 붙었지만, 금세 이를 반박하는 고려대모임의 또 다른 대자보가 붙었다.

정경대 후문을 지나는 학생들이 남긴 지지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은 금세 정경대 후문 벽면을 알록달록하게 메웠다. 그곳을 지나던 티베트 학생들도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며 홍콩 학생들을 응원해 줬다.

집회

학생들은 이런 열기와 기세를 몰아 오후 5시에 그곳에서 간단하게 집회를 열었다. (집회 영상 보기)

일렬로 늘어서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광둥어, 영어, 한국어로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김동윤 정의당 고려대학교 학생위원장은 홍콩 사람들이 “한국의 1980년 광주 항쟁, 1987년 민주화 항쟁, 지난 촛불 항쟁에서 영감”을 얻은 만큼 이번에도 “한국인들이 연대를 보여 줘야 한다” 하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한수진 씨는 대자보를 붙인 당사자로서 “정당한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하고 발언했다.

이도영 정의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사무국장은 “홍콩 청년도 한국 청년들처럼 자본들에 의해 주거권과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하며 이것이 홍콩 시위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연세대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과 대자보를 게시했다가 비슷한 일을 당한 학생도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한 홍콩 유학생이 용기를 내서 마이크를 잡았다. 홍콩 민주 항쟁에 지지를 표한 한국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홍콩인들이 거리에서 외치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회 대열을 에워싸고, 지켜보고, 박수를 보냈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금세 다른 학생들의 환호 소리에 묻혀 버렸다.

그동안 한국에 있는 일부 중국인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를 방해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 시위가 성공적으로 열린 것은 통쾌한 일이다. 대자보 철거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함께 행동한 덕분이다.

홍콩 시위에 반대하는 일부 중국 학생들은 대자보 훼손에서 한 발 물러나 이제는 홍콩 시위를 비난하는 대자보를 내고 있다. 유인물을 내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고려대모임은 홍콩 민주 항쟁과 관련한 토론회를 긴급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일부 중국인들이 이런 행사에 와서 훼방을 놓을 수도 있다.

앞으로도 홍콩 시위 지지 표명에 대한 훼방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홍콩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더욱더 확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