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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콩 투쟁 지지 대자보 부착 고려대 학생 인터뷰:
“대자보 훼손에 굴하지 않고 홍콩 투쟁을 지지할 것입니다”

11월 11일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하 ‘고려대모임’)이 “홍콩 시위에 지지를!”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곳곳에 게시했다. 그런데 이내 대자보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다. 아마 홍콩 시위를 못마땅히 여긴 일부 중국 유학생들의 소행이었을 것이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자신이 대자보를 뗐다며 자랑스러운 일인 양 SNS에 글을 올렸다.

대자보 훼손 행위를 목격하고 분노한 학생들의 제보가 고려대모임에 빗발쳤다. 다음 날 고려대모임은 훼손 행위에 대한 경고문과 함께 다시 대자보를 붙였다. 그러나 또 훼손됐다. 이런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이 소식은 대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전히 캠퍼스에 붙어 있는 대자보는 많은 학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대자보를 붙인 고려대학교 학생 한수진 씨를 인터뷰했다.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 붙은 홍콩 시위 대자보를 보는 학생들 ⓒ김아라

어떤 계기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부착하게 됐나요?

홍콩 시위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어요. 희생자는 저희와 같은 대학생이었죠. 홍콩 당국은 사망자를 추모하는 집회에서도 또 실탄을 발사했다고 해요. 또 한 사람이 중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려대 학생 한수진 씨(가장 오른쪽). 이번 대자보에 대해 지지를 보낸 홍콩 유학생들과 함께했다 ⓒ박충범

고려대학교에서 곧 ISF(유학생 축제)가 열리는데,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티벳 학생들이 부스를 따로 차렸다가 [티벳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수모를 겪은 적이 있어요. 홍콩 학생들도 위축돼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까지 캠퍼스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한 번도 붙은 적이 없었거든요. 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자보 훼손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대자보가 훼손되고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에워싸여 욕설을 들었다는 소식을] 에브리타임[대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고려대학교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계속 베스트 글로 올라와 있었어요. 많은 학생이 분노했어요. 대자보 부착 같은 민주적 권리를 훼손하다니, 차라리 반박 대자보를 붙이지, 이런 반응을 보였어요.

한편 대자보가 떨어지자 제보가 빗발쳤어요. 쓰레기통에 처박힌 대자보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일단 꺼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연락한다고 한 학생도 있었어요. 홍콩 유학생들, 한국 학생들, 심지어는 몇몇 중국인 유학생도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 지지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죠.

대자보를 다시 게재한 이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오늘[11월 12일] 2교시에 맞춰 떨어진 대자보를 다시 게시했어요. 그리고 옆에 대자보를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한국어와 중국어로 게시했죠. 그리고 누군가 대자보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근처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중국 유학생 8~10명이 홍콩 경찰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긴 A4 용지를 대자보 위에 붙이려는 거예요. 제가 가서 그렇게 대자보를 가리는 것도 훼손이라고 따지고 그것을 뗐더니 중국 유학생들이 저를 에워싸고 욕설을 퍼붓고 항의했어요. 그때 다행히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다른 중국인 유학생이 저를 도와줘서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고려대 홍콩 자보 훼손 시도 영상

이런 상황을 알리려고 먼 발치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다시 중국인 유학생 열댓 명이 몰려와 저를 휴대폰으로 찍었어요. 그래서 휴대폰을 옆으로 치웠더니 제가 때렸다고 소리치고 욕설을 퍼붓는 거예요. 이를 지켜보던 한 학생이 ‘내 눈으로 봤는데 때리지 않았다, 당신들 비겁하다’ 하며 저를 방어해 줬어요. 저에게 번호를 남겨 주며 필요하면 증언도 하겠다고 했죠.

그 후에도 많은 학생들이 저를 도와 줬어요. 따뜻한 음료수를 가져다주는 분도 있었어요. 한 중국인 유학생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글귀와 함께 톈안먼 항쟁 사진을 출력해 대자보 옆에 붙여서 지지를 표하기도 했어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중국인 학생이 붙인 지지 메시지 ⓒ박충범

긴급하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홍콩 시위에 관한 토론회를 열기로 했어요. [현재 이 토론회는 고려대 내에서 강의실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려대 내 일부 건물 관리 당국이 ‘안전상의 문제’, ‘정치적 성격의 집회는 불가’ 등을 내세워 강의실 대여를 허가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평화적인 실내 토론회 개최를 적극 보장하지 않는 태도가 아쉽다.]

홍콩 학생들이 너무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해서 토론회를 알리는 리플릿을 함께 배포하기로 했어요. 토론회를 훼방하려는 사람들이 올 거예요.

하지만 홍콩인 유학생들도 많이 온다고 합니다.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와서 홍콩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지지와 연대를 표하면 좋겠습니다.

홍콩 시위 지지 메시지를 쓰는 고려대 학생들 ⓒ박충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많은 메시지가 붙어 있다 ⓒ박충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고려대모임의 대자보, '중국 유학생모임'의 반박 자보, 그에 대한 재반박 자보 ⓒ박충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긴급 공개 포럼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 발제자: 김영익(〈노동자 연대〉 기자, 고려대 정외과 출신)
  • 일시: 2019년 11월 13일(수) 오후 7시
  • 장소: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학생회관 2층)
  • 주최: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facebook.com/alltogether.ku
  • 문의: 010-7113-3328(고려대 국어교육과 4학년 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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