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에서 일어난 일:
친정부 중국인 유학생들, 중국 민주화 운동 지지 대자보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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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에서 시진핑 정부의 제로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11월 30일에는 한국에서도 재한 중국인 학생들이 홍대 부근에 모여서 시진핑 정부를 규탄하고, 중국에서의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10월 중순부터 고려대 등 여러 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부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진핑 규탄 포스터들이 익명으로 붙기도 했다.
〈노동자 연대〉 신문 지지 대학생들도 중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해당 대학들에서 부착했다.
그런데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몇몇 친정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이 대자보를 훼손했다. 이들은 대자보를 부착하자마자 다짜고짜 대자보를 찢어버리려고 했다.
대자보를 부착한 본인이 이를 보고 놀라 제지하자 이들은 위협적인 태도로 다음과 같은 말을 쏟아냈다.
“중국에 직접 가 보고 이런 말을 쓰는 거냐? 중국인도 아니면서 왜 중국 문제로 왈가왈부냐?”
“[대자보 부착이 표현의 자유라면] 니네 부모 욕을 써서 붙여도 되냐?”
“이걸 부착하는 진짜 목적을 말해라.”
“얼마 받고 하는 일이냐?”
지나가다 이를 본 학우들이 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고압적인 행태에 항의했다. 대자보를 방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들은 결국 물러났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온라인 게시판의 한 제보에 따르면, 이들은 결국 밤 10시쯤 다시 와서 몰래 대자보를 떼 갔다.
다음 날(12월 2일) 고려대 게시판에는 이들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터들이 붙었다. 중국 민주화 운동을 “색깔 혁명”으로 비난하며, 그 운동을 지지하는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협하고(“[그들이] 상대할 것은 공산주의의 철권뿐이다”), 심지어는 한국인과 홍콩인 비하를 함축하는 내용이었다. 의견을 진중하게 개진한 것도 아닌 데다가, 다른 학생들이 부착한 여러 다른 게시물을 훼손하면서까지 그 위에 버젓이 붙였다.
몇몇 친정부 중국인 유학생들의 이러한 행태는 고압적일 뿐 아니라 지극히 비민주적이다. 견해가 다르면 자신의 의견을 부착하면 될 일이다. 동의하지 않는 대자보는 떼 버리고, 다른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에도 아랑곳않는 것은 이들이 토론의 기본도 모르고, 오만하고 방자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안하무인격 태도는 이들이 짐작컨대 중국 국가의 관료나 부유층의 자녀라는 배경과 관계있을 듯하다.
게다가 제국주의적 대국 국민이라는 민족적(한족) 자부심의 발로인 듯도 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경제와 군사력을 가진 강대국 출신이라는 오만함이다.
이런 일은 한 두 번 일어난 것이 아니다.
2019년에도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재한 홍콩인과 일부 중국인 유학생, 한국인 학생들이 대자보를 부착하고 학내에서 홍콩 항쟁 지지 활동을 하자, 몇몇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자보를 훼손하고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폭력도 행사하려 들었다.
당시 중국 대사관은 이들에게 “이성적으로 표현”하라며 자제시켰지만, 이를 “애국심”이라 칭하며 사실상 두둔하는 입장을 냈다.
2018년에는 고려대의 국제학생축제에서 일부 학생들이 티베트 부스를 차린 것을 본 중국인 학생 한 명이 이를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슬렀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다음날 주한 중국대사관이 이를 항의하러 고려대를 방문했고, 수치스럽게도 학교 당국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사과했다.
2008년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때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이 중국의 소수민족 억압을 비판하는 시위대를 구타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전 세계 대사관에 “성화가 인계되는 지점에 20명씩 모여 인간 장벽을 만들어 방해자 진입을 차단하라”는 매뉴얼을 배포했다.
한편, 지금 중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 정부(대사관·영사관)의 감시하에 있다. 반정부 활동이 드러나면 보복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처지에서도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11월 30일 홍대 거리로 나와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집회를 연 것은 용감한 일이다.
고려대에서도 대자보를 둘러싼 대치 상황에서 지나가던 한 중국인 유학생이 자신은 중국에서의 시위를 지지한다며 격려의 말을 건네고 갔다.
일부 친정부 중국인 유학생들의 오만방자한 행태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불필요하게 “반중 정서”를 자극해 왔다.
그리고 한국 우익과 일부 언론은 이런 “반중 정서”를 이용해 친미주의 부추기기에 힘을 싣는 기회로 삼으려고 해 왔다.
그러나 비판의 화살이 ‘중국인 일반’에게 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평범한 사람들과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대중의 필요를 외면하고 정부 비판을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억누르려 하는 것은 시진핑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중국의 평범한 대중의 고통과 분노가 한국의 서민층 청년과 노동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성명서에서 인용)
일부 친정부 중국인 유학생들의 행태를 규탄한다. 그리고 중국에서의 항의 시위가 더 전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