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역 철도 노동자 사망 사고:
고질적 인력 부족이 낳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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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밀양역 구내 선로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열차가 다니는 시간대에 철도 궤도 수평 작업을 하다 일어났다.
비극적이게도 철도에서 이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노량진역, 온수역, 금천구청역에서 벌어진 사고도 모두 열차 운행 중 작업을 하다 일어났다.
그래서 철도노조는 열차 운행 중 작업(상례 작업) 중단을 요구해 왔다. 밀양역 구간처럼 새벽에도 열차가 운행돼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해야 할 경우에는 최소 7명의 작업 인원 배치와 작업 시간 확보(열차 차단)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철도공사는 빈번한 사고에도 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2017년 한 달 사이에 철도 노동자 두 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기도 했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민 누구도 안전이라는 가치 앞에서 차별받거나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말뿐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하면 한시적으로 해당 지역에서만 열차 운행 중 작업을 금지했을 뿐이다.
경부선 밀양역 구간은 하루에 열차가 130회 다니고 무려 시속 130킬로미터로 달린다. 철도공사 사측은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알 텐데도 현장에 작업 실적을 닦달했다. 안전은 완전히 뒷전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인력 부족이 낳은 참사였다.
한 철도 노동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7명이 작업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5명만 투입했다. 더군다나 선임장은 작업을 총괄 관리하는 감독자인데 열차를 감시하는 신호수 역할까지 맡아야 했다”.
철도노조의 설명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사고 장소는 곡선 구간으로, 옆 선로에서도 열차가 운행되고, 작업 소음으로 무전기의 소리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런 경우 최소 2~3인의 열차 감시자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열차 감시자는 1명뿐이었[다].”
이번에 사망한 조합원이 일하던 마산시설사업소 삼랑진 팀 밀양시설반의 정원은 7명이다. 그러나 현원은 6명이다.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충원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2018년 상반기 철도 노사가 중앙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결로 “6인 이상 필요한 본선 작업은 합동작업 등 인력을 확보하여 시행하고, 세부사항은 소속기관별로 협의한다”는 합의도 했지만 사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철도의 산재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철도공사의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사망자 25명, 부상자 558명 등 총 58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공공기관 발주공사 재해현황’에 따르면 22개 주요 공공기관 중 철도공사는 재해율과 사망률이 1위다. 철도 노동자들이 공기업 중 임금수준 최하위, 만성적 인력 부족, 산재 발생 1위인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최근 (철도)공사는 철도안전 강화를 위해 5년에 걸쳐 8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차량·시설을 개량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사람은 빠져 있다.”
철도노조는 “일방적 정원감축 구조조정으로 인해 철도현장에 무수히 많은 사고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4600명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최근 임금 인상, 인력 충원 등을 내걸고 3일간의 파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철도공사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토부는 철도 안전을 명분으로 관제권 분리를 추진하려 한다. 그러나 관제권 분리는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어 오히려 안전을 더 위협하는 일이고, 실제로는 SRT(수서고속철도) 분할을 고착화하고 철도 민영화로 가는 길을 예비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참사를 막고 안전을 강화하려면 철도를 통합해 통합적인 운영을 강화하고 인력이 대폭 충원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