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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새 업체는 ‘외부인 사건’ 빌미로 경비원 고용불안 조장 말라

숙명여대 신규 경비 용역업체가 비정규직 노조를 무시하고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새 용역업체 유베이스는 노조를 무시하며 단협과 고용 승계도 보장할 수 없다며 나오고 있다. ⓒ양효영

4월 1일, 보안업체 삼성에스원의 하청인 유베이스가 숙명여대 새로운 경비 용역업체로 들어왔다. 3월 18일 한 중년 남성이 학내 여자 화장실에서 발각된 일이 계기가 돼서 기존 경비 용역업체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베이스는 노동조합과는 교섭하지 않고 단체협약도 적용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기존 경비 노동자들을 3개월 수습으로 고용하고 이후 선별 고용하겠다, 현재 70세인 정년을 60세로 줄이고 이후에는 촉탁직(단기계약근로)으로 고용하겠다며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부당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월급도 주지 않겠다며 조합원들을 일대일 면담하며 압박하고 있다. 노조 전임 상근자인 분회장에겐 현장 복귀 명령까지 통보했다. 명백한 노조 탄압이다.

유베이스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경비 노동자의 조건은 크게 나빠질 것이다. 촉탁직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불안정한 일자리다. 60세를 기준으로 한다면 숙대 경비 노동자 34명 중 2명만 빼고 전부 촉탁직으로 바뀔 것이다.

3개월 수습 후 선별 고용하겠다는 것도 사측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를 선별하는 과정이 되기에 십상이다. 평균 10~15년 근무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의 90퍼센트만 지급하는 수습 기간을 두겠다는 것도 부당하다.

고용 불안과 노조 탄압은 앞으로 노동자들이 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기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런 공격은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기존 단협과 고용을 승계하지 않아도 되는 간접고용을 악용한 것이다.

구조적 문제

유베이스는 학생들의 불안감을 악용해 이런 공격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 일각에서도 경비 노동자의 ‘근무 태만’을 불만스러워한다는 것이다. 24시간 개방된 건물 경비 노동자가 야간에 졸고 있던 것, 외부인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경비 노동자가 사전 조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유베이스는 이를 빌미로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된다’며 정년을 공격한다.

물론 학생들이 느낄 불안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생들이 겪는 안전 문제의 양상을 고려하면 경비 노동자의 고용과 정년을 공격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반복되는 안전 문제는 개별 노동자의 태도보단 계속되는 인력 부족과 극심한 노동 강도 탓이 크다.

2016년 숙명여대는 경비 근무체계를 24시간 맞교대 근무에서 주간, 야간, 비번 3교대 근무로 바꿨다. 그래서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인력이 충원되지는 않았다. 그해 정년퇴직한 6명 자리도 채워지지도 않았다. 결국 노동자 한 명이 건물 2~3곳을 관리하는 상황이 됐다.

숙대 당국은 CCTV를 통한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무인경비시스템은 노동강도를 악화시켰다. CCTV 관리자가 수상한 사람을 보면 가까운 건물 경비 노동자에게 연락해 출동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인경비시스템은 결국 사후대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 안전 문제에도 대안이 아니다.

불규칙한 3교대 근무와 야간근무도 노동자들의 수면 패턴에 나쁜 영향을 줘서 근무에 집중하기 어렵게 해 왔다. 조득용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숙대분회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수면 패턴이 나쁜 데다가 야간 12시간 동안 휴식 없이 일하니 조는 사람들이 있죠. [얼마 전 홍대처럼] 저희도 지난해 경비 한 분이 출근하다가 학교 앞에서 숨졌어요. 그때도 학교는 신경도 안 썼습니다. 그리고 6개월 정도 있다가 또 한 분이 출근하다가 집에서 쓰러진 적도 있죠.”

그래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경비인력을 충원하고 초소에 두 명이 근무하면서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얼마 전 안전 대책 간담회에서 학생 대표들은 옳게도 경비 인력 추가 채용과 초소 경비 노동자 상주를 요구했다.

그러나 숙대 당국은 인력 충원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기존 경비 인원의 배치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돌려막기는 문제가 터지는 장소만 바꿀 뿐이다.

2100억 원가량 적립금을 쌓아두고(2018년 기준 전체 대학 중 5위)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은 학교의 우선순위가 학생 안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그간의 안전 문제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비롯한 점을 보면, 경비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학생 안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사장’ 숙대 당국이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

조득용 분회장은 대부분 경비 노동자들은 나이에 관계 없이 성실히 숙대를 지켜왔다고 지적한다.

“며칠 전 정년[70세]이 가까운 노동자가 수상한 사람을 잡았는데, ‘죽이겠다’ 위협을 했어요. 그런데도 그 노동자가 간신히 밖으로 끌고 나왔어요. 나이 먹은 사람이 목숨 걸고 학교를 지킨 일도 있는데 유베이스는 이 문제는 말도 안 합니다.”

숙대분회 노동자들은 4월 말부터 매일 아침과 점심에 대학 정문에서 항의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고용 불안과 노조 탄압을 끝내기 위해 싸우는 숙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경비 노동자 고용 불안이 아니라 경비 노동자 대폭 확충이 학생과 노동자 모두를 위한 길이다. ⓒ제공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숙대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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