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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경비 노동자 근무체계 개악 말라

연세대 청소·경비·주차관리 노동자들이 모인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가 학교 측에 맞서 투쟁을 시작했다. 연세대가 경비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근무체계를 변경하려 하기 때문이다.

경비 노동자 대부분은 그동안 24시간 맞교대로 장시간 밤샘 노동을 해 왔다. 학교 측은 이런 근무형태를 바꿔서 노동시간을 2/3로 줄일 테니(격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근무), 임금도 그만큼 삭감하자고 한다. 밤 10시 반 이후의 경비는 ‘무인 시스템’으로 돌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임금이 월 50~60만 원 이상 줄어든다고 경비 노동자들은 말한다.

또, 학교 측은 24시간 이용자가 많은 학생회관·도서관 등에서는 밤샘 근무자를 줄이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밤샘근무를 하는 노동자 혼자서 두 세 명이 하던 일을 다 떠맡게 돼 노동강도가 세진다.

이화여대, 홍익대 등 인근 다른 대학들도 이와 유사한 경비 노동자 근무체계 변경을 계획하고 있다.

연세대 경비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총무처 앞에 모여 항의 집회 하는 노동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 조합원들이 만든 총장 규탄 메시지 ⓒ김도윤

(학교 측 의도대로) 근무체계를 바꾸면 야간수당 34만 원이 없어진다고 용역업체가 말하더라구요. 사실 그 이상일 수도 있어요. 임금이 줄어드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워요. 우리는 대부분 가장이에요.”

“지금도 최저시급을 받고 있어요. 야간수당이 있어 그나마 먹고 사는데, 그것도 못 받으면 어떻게 살라는 건가요?”

“용역업체 측이 주말을 틈타 근무체계 변경을 강요하고 다녔어요. 대부분 거부하고 버텼죠. 어떤 경비실에서는 강제로 끌어내려는 시도도 있었어요. 다음날 아침에 화난 사람들이 모였는데, 지금까지 경비 노동자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 건 처음 봤어요.”

그런데도 학교 측은 마치 경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걱정해서 근무체계 변경을 추진하는 것처럼 말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주 52시간제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히 위선이다. 학교 측이 진짜 노동자들을 위한다면,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를 하지 말고 인력을 더 충원해서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생활고를 겪지 않고 장시간 노동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측은 이와 정반대로, 임금과 노동시간을 서로 대립시키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명분 삼아 임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려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 측 관계자는 ‘내년에 최저시급이 인상되면 경비 월급으로 300만 원 넘게 줘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근무체계 변경이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한편, 학교 측은 장기적으로 경비 노동자들을 줄이고 그 자리를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 대체하려고도 한다. 학교는 이미 올해 초 일부 인력을 감축했다. 연말에 정년퇴직자가 생겨도 신규충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무인경비 시스템’이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더 열악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2016년 학내 박물관에서 발생한 화재를 떠올려 보면, 이런 노동자들의 비판은 완전히 옳다. 당시 보일러실에서 사소한 누전이 생겼는데, 상근직 시설 노동자가 없어서 화재로 번진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히 경비 노동자가 재빨리 발견하고 대처해 불이 더 크게 번지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에는 한 건물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야간에 상주하던 경비 노동자가 이를 감지하고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2016년 11월 발생한 연세대 언더우드 기념관 화재 ⓒ출처 연세대학교 공식 블로그

경비 노동자들은 단지 건물 출입 관리 업무만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

지금 학교 측은 노동자들을 괴롭히며 근무체계 변경을 밀어붙이려 한다. 노동자들의 저항에 밀려 일방 강행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밤 10시가 되면 노동자들이 멀쩡히 근무하고 있는 건물의 불을 끄고 문을 잠그는 등 위협을 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해 학교 측이 건물에 불을 꺼도 근무지를 이탈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노조는 지난 8월부터 집회, 기자회견 등도 진행해 왔다.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관심을 바라고 있다. “학생들이 우리 투쟁에 많이 나서 주면 좋겠어요. 이 투쟁에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도 걸려 있습니다.”

연세대 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