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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들춰 내다

2월 5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줄어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누적 환자 수뿐 아니라 매일 추가되는 확진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관련 기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 이윤 우선주의 체제가 낳은 재앙)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만 455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로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치료 중이고 3223명은 위독한 상태다. 치사율은 감염자 중 사망자 수로 집계하므로 지금은 2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경과를 마친 환자 중 492명(35퍼센트)이 죽었고, 907명(65퍼센트)이 회복됐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2~3차 감염자가 발견돼 곧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승진

치사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 같지는 않다. 초기에는 병의 원인도 몰랐고 치료법도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원인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도 알아냈고, 기존의 항바이러스 제제들을 섞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치료법도 찾아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의료진 8000명을 우한 지역에 긴급 투입했다. 우한 인구가 10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다. 2월 4일부터는 대형 전시장에 병상을 설치해 환자를 수용하기로 했는데, 기록 사진에서나 보던 제2차세계대전 당시 대형 야전 병원과 흡사하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미국이 견제할 정도로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달한 중국에서 반세기 전에나 봤을 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 자본주의 중국의 민낯을 보여 주다)

사실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 이토록 신속히 바이러스를 찾아낸 일은 역사상 흔치 않다. 놀라운 기술 발전 덕분에 비교적 초기에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또, 유전자를 확인한 덕분에 신속히 감염자를 밝혀낼 수 있는 진단법이 도입됐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중국 정부 관료들이 초기에 의사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심지어 입막음하려 하지만 않았어도 상황은 훨씬 나았을 것이다.

유전자 분석 기술 덕분에 이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점도 알아냈다.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심지어 사람 간 전염이 확산하면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도 거의 실시간으로 밝혀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몸속을 오가며 적자생존, 자연 선택 등 다윈의 진화론을 몸소 보여 주고 있다. 어떤 돌연변이체는 체내에서 멸종하겠지만, 다른 경우는 번창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갈 것이다. 진화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멈추면 백신 개발에까지 성공할 수 있지만, 수백만~수천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에서 바이러스는 수많은 진화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생산성을 고도로 높이려고 노동자들을 집중시킨 자본주의적 경제 성장의 산물이다.

중국 지배 관료는 사스 사태 이후 이런 도시를 유지하려면 방역과 보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지만 바이러스의 진화가 더 빨랐다. 지난해에는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중국을 휩쓸었는데, 그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도입된 공장형 축산업은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도약대 구실을 한다.

홍콩 언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2월 3일 중국과학원 상하이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진의 말을 인용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중대한 변화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17건의 비유사 돌연변이 사례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비유사 돌연변이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바꿔놓을 수 있는 돌연변이를 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금 미국에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처럼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와 만나면 치사율이 높은 신종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2000년 이후 벌어진 여러 차례의 감염병 사건(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돼지독감, 메르스 등)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로부터 그 확률이 매우 높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각국 정부가 각자 나름으로 바이러스를 확보하려 애쓰는 것은 이처럼 계속 일어나는 돌연변이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국가 간 경쟁 논리가 깔려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까지 특허로 등록할 수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미래에 닥쳐올 전염병과 그때 필요할 백신 제조기술도 국가 경쟁력의 일부로 여겨진다. 이런 기술은 특정 국가에 기반을 둔 거대 제약회사들에 엄청난 이윤을 가져다 준다. 머크(MSD) 사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로 2019년 3분기에만 1조 5358억 원을 벌어들였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사는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로 같은 분기에 8000억 원을 벌었다.

제국주의 열강의 지배자들 일부는 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생물무기 연구 과정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 이런 ‘사고’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마침 우한에 고위험 바이러스 연구소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제국주의 열강은 세계 곳곳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수집해 보관한다. 거기서는 천연두처럼 인간 사회에서는 더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도 ‘미래를 위해’ 보관하고 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이미 백신 개발이 끝나 예방용으로는 쓸모가 없다.

국경 봉쇄는 (얼마나) 효과적일까?

미국 등 서방 열강이 중국에서 오는 외국인을 입국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 정부도 후베이성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조처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밀입국을 통한 감염병 확산만 낳는다고 비판했다. 국경 봉쇄는 (얼마나) 효과적일까?

분명히 북한 등 가난하고 보건의료 기반 시설이 충분치 않은 나라들에서 일시적으로 국경을 폐쇄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점에서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적 비상 사태 선포에 늑장을 부리고 국경 폐쇄도 필요치 않다고 한 것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을 크게 배려한 조처로 보인다.(2017년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총장이 선출될 당시 중국은 그를 지지하며 1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지배자들의 대응은 이 체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잘 보여 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경 폐쇄가 아니라 필요 물자와 의료진 지원이다. 또, 서구 국가들은 중국에 비해 방역 기술과 재원, 보건 인프라가 훨씬 잘 갖춰져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봤을 때 서구 국가들이 인력과 비용을 충분히 투자한다면 국경 폐쇄 없이도 감염병 확산을 상당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서구 지배자들의 인종차별적 선동은 그 나라들에서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에서는 심장마비로 쓰러진 중국인에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거부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독일에서는 길을 가던 아시아계 여성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민의 안전”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인플루엔자로 수천~수만 명이 죽지만 무상 예방접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는 국가 건강보험이 없다. 유럽연합의 긴축 정책으로 그리스 등 일부 나라들에서는 평균 수명이 단축되고 보건 예산이 대폭 삭감돼 각종 감염병 환자가 대폭 증가했다.

홍콩 병원 노동자들도 국경 폐쇄를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했다. 생계를 위해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가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고려하면 이 요구를 지지할 수는 없다. 이는 근본적으로 중국·홍콩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은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자가 나왔는데도 공무원들에게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명령했다. 마스크 재고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는데 정작 자신은 다른 기자회견에 마스크를 쓰고 나와 더욱 원성의 대상이 됐다. 병원 노동자들은 의료진용 마스크와 방호복 등이 부족해 실제로 커다란 위험을 느끼고 있다. 이 노동자들이 홍콩 정부에 ‘5대 요구’를 제시한 것을 보면 자신을 스스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홍콩 항쟁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할 수 없게 된 중국 정부는 대신 사람을 통제하려고 도로 봉쇄 등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된 데다 곧 춘절 휴가가 끝나 수많은 사람이 직장으로 돌아오면 이런 식의 봉쇄는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줄타기 곡예에 가깝다. 방역 기술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환자들을 치료할 시설과 인력이 준비돼 있지 않다. 700여 명의 우한 교민을 공무원 연수 시설에 수용한 이유다. 이를 반대한 주민들이 아니라, 집권 이후 공공병원을 하나도 늘리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한다. 우한 교민들을 공공병원에 입원시켰다면 이런 반발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18명을 넘어가고 있는 환자 수가 조금 더 늘어나면 접촉자들을 격리할 병실이 부족해질 것이다. 이국종 의사 논란에서 보듯 돈이 안 된다며 중증외상 환자 입원조차 거절하는 민간병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와 접촉자를 수용하려 할까? 한줌도 안 되는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이미 엄청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태국 등 중국이 아닌 아시아 지역에서 감염된 환자가 들어오고 3차 감염까지 확인된 상황에서 중국발 입국자를 막는 조처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자가 격리’ 같은 멍청한 짓을 중단하고 검역 인력과 격리 병상을 대폭 확보해 의심 환자들을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당연히 그 비용과 생활비는 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