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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윤 우선주의 체제가 낳은 재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武漢)시의 상황은 암울하다. 중국 중앙정부가 의료진 수천 명을 급파했지만 상황은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우한시를 포함해 후베이성의 도시 15곳이 전면 혹은 부분 폐쇄됐는데 이 지역에 사는 인구만 5850만 명이나 된다.

폐렴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은커녕 오히려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또 다른 집단 발병지가 생기면 이런 집중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우한시 전역을 봉쇄하고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우셴왕 우한시장은 이미 우한 주민 중 500만 명이 빠져나가 현재 900만 명 정도만 시내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사스 사태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의 보건의료 서비스는 크게 늘어났지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산업화와 함께 도시 인구가 크게 늘어났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위생 설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1.5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다는 한국(2.3명)보다도 한참 적다. 인구 1000명 당 간호사 수는 2.74명으로, 열악하기로 유명한 한국(6.91명, 활동 간호사 수)의 절반 수준이다. 인구 1000명 당 병상 수도 5.72개로 한국의 12개보다 적다.(OECD 나라들의 평균 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5개 수준인데 이는 1990년대 초 7개에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1990년대 내내 진행된 신자유주의 복지 삭감의 결과다.)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이런 감염병에 완전히 무대책으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중국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 시설이 대부분 도시에 집중돼 있어 농촌으로 병이 확산될 경우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시골은 분명 우리가 고도로 주목하는 지역입니다.”(펑즈젠 중국 질병통제센터 부주임, 중국국제방송)

물자 부족도 심각하다.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사재기에 나선 데다 교통 통제로 보급도 원활치 않다. 왕장핑 공상총국 부국장은 우한시에서 일회용 방호복이 매일 10만 개씩 사용돼 왔지만 공급량은 하루에 3만 개밖에 안 돼, 머지않아 부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방호복 5만 개를 매일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와 언론이 환자들이 방역망을 “뚫고” 돌아다닌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적반하장이다. 아직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전염병을 피해 이동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라는 자연 현상을 대형 재난으로 키운 것은 중국 정부 자신이다.

방호복

바이러스의 최초 진원지를 두고 박쥐, 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의 식품 위생 상태를 문제의 진정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들도 많다. 기본적인 위생 장비는 고사하고 손씻기나 분리 보관 같은 기본적인 조처들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잊을 만하면 각종 첨가물 사건이나 식품 오염 사건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중국에서 식중독은 여전히 흔한 병이다. 중국인들의 77퍼센트는 ‘가장 우려하는 것’이 “식품 안전”이라고 답할 정도로 중국 사회 내부의 불안도 크다.

이런 상황을 단기간에 개선하려면 대규모 투자와 교육, 규제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낮아지는 성장률에 골머리를 썩는 중국 정부가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바꾸려 할 가능성은 낮다. 이런 조처가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는 것도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이윤 중심 체제가 이번 재앙의 핵심 원인이라고 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철벽방어 중?

한국도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검역과 병원 위생 관리에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에서는 별 개선이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국가지정 전문 격리시설은 29개 병원, 161병실 198병상으로 박근혜 정부 당시의 1.5배 정도이다. 현재 확진환자 4명에, 격리했던 유증상자만 112명이었던 것만 보았을 때 조금이라도 더 확진자가 늘어났을 경우 금방 부족해지는 병상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1월 29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성명)

1월 29일 서울역 까딱하면 한국에서도 집단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승진

검역 절차가 강화됐지만 인력은 충분히 늘어나지 않아 검역관들이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증상이 의심되면 콜센터로 전화하라고 했지만 인력이 부족해 통화 대기 시간이 엄청나게 길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가장 커다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간병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보호자들이 병실에 상주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전체 70만 개 병상 중 24만 개를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아직까지 4만 200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수익에 민감한 민간병원 중심 의료체계과 간호 인력 부족, 정부의 투자 부족 때문이다. 심지어 운영되고 있는 병상도 대개 혼자 거동이 가능한 경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환자가 거동이 어려워지면 내보내거나 보호자를 불러들이는 일도 흔하다.

이처럼 병원들이 위태롭게 운영되는 상황에서 감염자가 늘면 격리 치료는 물론이고 다른 병원 기능에도 차질이 생긴다. 민간병원이 대부분인 이 나라에서는 사실상 감염 의심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일도 적잖이 벌어질 수 있다. 극소수의 공공병원들은 이미 밀려드는 환자와 문의로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 중국을 한심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와 감염병

세계의 더 발전한 지역에서도 위험은 커지고 있다. 장기화된 경제 위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에서도 보건 예산이 삭감되고 빈곤율이 높아지는 등 감염병이 번지는 데에 필요한 불쏘시개는 차곡차곡 쌓여 왔다.

미국에서는 질병통제센터 예산이 2010년 108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66억 달러로 삭감됐다. 세계보건기구의 예산은 2016~2017년에 51억 달러에 그쳤다. 그 사이에 미국에서 감염병 환자는 크게 늘었다. 이번 겨울에 미국에서는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970만 명이나 발생해 최소 4800명이 사망했다. 이런 보건 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신종 감염병이 크게 확산될 수 있다.

21세기 들어 가속화된 산림 파괴와 기후 변화는 야생 동물의 서식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던 박쥐와 가축이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합성 사료와 유전자 조작 곡물, 항생제로 뒤범벅이 된 공장형 축산 농장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저항력을 획득하는 훈련장이 되고 있다. 10년 넘게 전쟁을 겪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전쟁이 본격화하면 이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제1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은 5000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지금은 그때보다 세계적 수준에서 사람들의 접촉이 훨씬 많다. 반면 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격리 등)은 당시 수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이윤 경쟁 논리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해 백신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바이러스를 확인하면 한두 달 안에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협력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사스 때도 협력하지 않았다.)

호주의 한 연구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홍콩대 위안궈융 교수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임상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 상용 단계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1년은 소요된다.

제약회사들은 충분히 이윤을 얻을 수 있을 만한 조건, 즉 대재앙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백신 개발에 뛰어들지 않으려 한다. 사스 당시에도 “주로 19세기 과학에 기원을 두고 있는 공중보건 활동과 임상적 감염 통제 조치들을 적용한 끝에 사스를 제압할 수 있었다.”(마이크 데이비스,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조류독감》)

이 정신 나간 체제가 근본에서 바뀌지 않는 한 신종 감염병의 충격은 주기적으로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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