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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카트 1만 대 세척하라며 인력 충원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지 인력 확충에 인색한 인천공항공사

지난해 국내 15개 공항 이용객이 1억 60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절반 가량인 7100만 명이고 평균적으로 하루 20만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한다.

또, 인천공항 전체 여객 노선들 중 중국 노선 이용객이 가장 많다. 올해 1월에도 약 100만 명이 중국 노선을 이용했다.

그런 만큼 인천공항 내 노동자들은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23일 인천공항공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8일 성명을 내 “사실과 다르며 보여 주기식 대응에 그치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이하 인용하는 모든 조합원은 인천공항지역지부 소속이다.)

당시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소독제, 개인 위생용품 지급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요구해야 그제야 대응하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노동자들이 언론에 폭로하고 나서야 개선이 이뤄졌다. 인천공항공사 사측이 ‘좋은 제품’이라며 마스크 하나를 3일씩이나 사용하라고 해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세정제도 노동자들이 접근이 쉽지 않은 일부 지역에 비치하는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요식 행위’였던 것이다.

감염병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노동자들 ⓒ조승진

“비행기에 타고 내리는 탑승교를 운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승객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탑승교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마스크나 손 소독제가 전혀 비치돼 있지 않았다. 입국장 등 이용객이 이용하는 장소의 몇 곳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곳에는 비치하지 않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회사에 제기하고 언론에 알리고 나서야 마스크를 지급하고 작업 현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박상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탑승교지회장)

“노조가 없었다면 마스크 지급 자체를 안 했을지도 모른다. 노조가 없는 10여 년은 사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그냥 했어야 했다. 그나마 노조에서 악을 쓰고, 요구하고, 그들이 말하는 소위 언론 플레이를 하니까, 그나마 마스크 지급도 사흘에 한 번, 이틀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입장을 바꾸는 것이다. 정말 창피한 일이다. 지금 인천공항은 이 나라의 관문이고, 이 공간에서 1만 5000명이 일상적으로 일하는데, 이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1만 5000명을 격리할 것인가? 상주 직원의 안전은 정말 중요하다.”(카트분회 오태근 분회장)

또, 방역 조치 업무에 인원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업무가 떠넘겨지거나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기도 한다.

“환경지회의 경우에는 오전, 오후조 교대 시간 2시간 동안 본래 하던 일을 못하고 승객들의 손이 닿을만한 모든 곳, 이를테면 의자 등의 알코올 소독을 하고 있다.”(환경지회 정명선 사무장)

“인천공항에서 이용되는 카트 세척을 하루에 한 번 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총 1만 3000대의 카트가 있다.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하루에 2500~3500여 대 정도 세척하고 있고 그 마저도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주업무를 넘어서는 일이고 인원도 부족해 불특정 다수인들이 만지는 카트 손잡이를 세척하려면 전담 인원을 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카트분회 오태근 분회장)

한재영 조직국장은 방역 과정에 사용되는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안전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차 하청 구조이다 보니 더 심각했다. 사측이 급하게 카트 세척을 지시하면서 보건안전 유해물질인 세척제에 대한 위험 표시도, 안전 교육도 없이 사용하도록 해 노동자들이 거부하고 싸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유해한 락스를 세척제로 제공했으나 싸우니 에탄올로 바꿔 줬다. ‘에탄올’조차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안전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

인천공항은 각종 해외 유입 감염병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는 곳이며, 감염병 국내 확산 차단에 중요한 관문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보호 장구와 인력 투입 등 현장 노동자와 승객들을 위한 실질적인 안전 조치 비용을 아까워 하고 있다.

감염병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노동자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