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본주의 중국의 민낯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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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월 23일에 발행한 기사를 개정·증보한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가 2002년 말에 발생한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0년 1월 29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6062명이고 사망자 수는 132명이다.
중국만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5974명)는 사스 확진자 수(5327명)를 이미 넘어섰다. 검사를 받고 판정 결과를 기다리는 의심 환자가 9239명이고 확진자 가운데 1239명은 중증이다. 확진 환자와 접촉해 관찰 대상인 사람이 6만 명이나 된다.
현재로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주로 중국에 집중돼 있고 사망자도 중국 본토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전 세계로 확산돼 지역 사회 감염이 발생한다면 정말 전염병의 대창궐이 도래할 수도 있다.
2002년 사스가 확산될 때 유명해진 호흡기 질병 전문가 종난산은 28일인 화요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 7~10일 뒤에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뒤에는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사태는 더 심각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한 달 보름 만에 중국에서 확진자 6000여 명이 발생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더욱이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초입 단계이고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거대도시에서의 질병 확산 가능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확진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사람 사이의 접촉으로 전파되는 게 확실한 데다, 감염자에게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잠복기에도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하지 않는 한 이런 사람들은 검역에서 제외된 전파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로는 잠복기는 평균 4~5일, 최대 14일까지 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의학부 공중보건대학원의 닐 퍼거슨 교수 연구팀은 “2월 4일쯤 우한 한 곳에만 19만 명의 감염자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 가브리엘 렁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오는 4~5월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중국 우한의 화난 수산도매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와 중간 매개체에 대한 조사 연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박쥐, 밍크, 뱀 등 다양한 동물들이 거론됐지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아직 절정이 아니다
2019년 12월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해 지금까지 이르는 50여 일 동안 중국 당국이 보인 모습은 안이함과 뒤늦음 그 자체였다. 그 때문에 중국 당국은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8096명이 감염됐고 774명이 죽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발병 사실을 은폐하는 데 더 급급했고, 그렇게 5개월을 허비한 결과 초기 대응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관련 기사 ‘사스 공포와 이윤 체제’(〈격주간 다함께〉, 2003년 4월 30일)]
중국 당국의 안이한 대응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초기에 중국 당국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데 초점을 맞추며 확진자 수를 축소 보도했다. 2020년 1월 19일 영국의 한 대학 연구소는 폐렴의 확산 속도를 고려했을 때 확진자가 17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당시 중국 정부의 확진자 수는 198명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발병 초기에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우한을 통제해 전염 확산을 막을 시기를 놓쳤다. 그 뒤에도 SNS에 관련 글을 올린 중국인들을 “괴담” 유포 혐의로 심문하고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등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에 더 급급했다.
뒤늦게야 중국 당국은 세계보건기구와 정보를 공유하고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설날 연휴 기간 동안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동해서 감염 환자가 중국 전역에서 급속히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독성이 2002년 말의 사스 때보다 강하지 않다곤 하지만 감염자가 크게 증가하면 사망자도 그에 따라 늘어날 것이다.
2002~2003년에 창궐한 사스를 계기로 중국의 공중위생과 전염병 예방, 통제 수준이 개선되긴 했다. 그러나 치명적 전염병에 대처하는 데서는 여전히 부실하다. 2003년 이후 중국 경제 규모가 8배나 성장해 세계 2위로 올라선 것을 감안하면 정말 어처구니없다. 그 대단한 경제 성장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소수 지배자들을 위한 것임을 새삼 확인시킨다.
중국에서는 흑사병으로 사람이 숨진 사례도 2014년 이래 여섯 건이나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 보건당국은 쉬쉬하다 나중에서야 흑사병 발병 사례를, 그것도 축소 보도했다. 흑사병은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죽게 만든 공포스러운 전염병이지만 기본적인 영양과 위생 상태, 항생제와 보건 체계만으로도 통제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정복했다고 여긴 병이다.
보건·의학 전문가들은 전파 속도에서 흑사병보다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이 중국에서 확산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에든버러 대학의 마크 울하우스 교수는 인구 규모나 밀집도 등으로 봤을 때 중국 같은 곳에서 심각한 전염병이 확산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애먼 박쥐, 밍크, 뱀 등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은 음식 식재료에 대한 규제 완화, 위생·보건 시설 미비, 유전자 조작 농산물, 부적절한 사료를 통한 육식 고기류 생산 등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돼지에서 비롯된 것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특정 야생동물을 한두 차례 먹는 데서 바로 생겨난 게 아니라 이윤 추구를 우선시하는 농업기업들과 이런 사회적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로 봐야 한다.
편견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우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말과 행동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이 5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기에 한국에서는 이런 주장이 중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아닐지라도 편견이나 비하 발언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인들에 대한 이런 비하나 편견은 서방 국가들에서 아시아인이나 유색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 있고 또 극우들의 주장을 강화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중국인이 상점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는 일도 있었다. “더러운” 중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염시킨다는 편견 때문이다. 이런 편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1854년에 미국의 《뉴욕 데일리 트리뷴》은 중국인들이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미개하고 불결하며 더럽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사람들이 아니라 건강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중국 자본주의 체제이다. 메르스 사태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경험했듯 이윤 중시 체제의 문제는 중국만의 것도 아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중국 정부의 안이한 초동 대응, 비위생적인 공공시설, 과밀한 주거 환경, 게다가 빈부격차 확대까지, 이 모든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최적의 조건으로 보인다.
중국 속담에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는 말이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멜라닌 분유 파동, 화학조미료로 만든 계란 등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들의 불법 행위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려고 기업주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왔다(그럼에도 지난해 중국 경제는 29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중의 공공 보건에 돈을 쓰는 데에는 인색한 자본주의 중국의 민낯을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