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와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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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안에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두 활동가가 20일 넘게 단식을 하고 있고, 4월 28일에는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 등 각계 인사 813명이 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제게 비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하며 차별금지법 통과시키자고 했다”면서 “이제 약속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권지웅 비대위원 등 민주당원들이 단식에 동참하고, 민주당 청년 당원들이 5월 내 법 제정을 촉구하며 당 내에서 연서명도 받았다.
차별금지법(평등법)은 2020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현재 4개가 발의돼 있다. 그러나 지금껏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 제정 목소리가 높아지자, 4월 26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차별금지법 공청회’ 채택을 의결했다. 입법 논의가 시작되자 일각에서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개신교 우파 세력은 법안 내의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문제 삼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배계급 내에도 만만찮은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 있다. 2019년 육군 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던 당시 육군참모총장 장준규가 한 사례다. 재계도 ‘또 다른 기업 옥죄기’라며 거들었다.
윤석열과 국힘은 대선 때부터 차별금지법을 “개인 자유 침해”라며 반대 입장을 펴 왔다.
민주당의 거듭된 뒤통수치기, 이번에는 다를까?
우파가 반대해도 민주당이 법안을 추진할 수 있음이 검수완박 드라이브에서 드러났다. 그래서 민주당에 대한 압박과 기대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에 극도로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최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잘 꼬집은 것처럼, “차별금지법 제정을 15년 전에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민주당, 15년 동안 방치한 것도 민주당”이다.
문재인은 2012년 대선에서 차별금지법을 공약했다가, 2017년 대선에서는 말을 바꿨다. 집권 5년 내내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제정 요구를 무시하더니, 대선을 앞두고 지난 2월에야 “남은 임기 동안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그의 임기는 1주일 남았다.
민주당 비대위원장 윤호중도 지난 총선에서 성소수자를 “[선거에 도움 안 되는] 소모적 논쟁”으로 치부하더니 최근 입장이 바뀌었는데, “평등법 논의를 힘차게 시작하겠다”는 수준이다.
민주당 진보파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평등법을 발의했다. 대선뿐 아니라 변희수 하사의 죽음도 계기가 됐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 요구에 찬물을 끼얹었을 때, 박주민과 권인숙은 그를 감쌌다.
보수 우파들의 반발이 크고, 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자본가들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의 입법 공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 염원 대중의 표를 얻으려는 시늉일 뿐일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