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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삼성과 문재인 정부의 갈등이 보여 주는 것

5월 31일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판정한다.

그런데 이번에 감리위원회가 분식회계라고 결론을 내려도 금융위 내 증권선물위원회를 한 번 더 거쳐야 하므로 결론은 더 지켜봐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경제관료들의 기구로 친기업 성격이 강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가 화제가 된 직접 계기는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분식 회계 문제를 공개 지적한 일이다.

이것이 쟁점인 이유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삼성 경영권의 핵심 기업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삼성증권 등을 지배한다. 그런데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작업 당시에 이재용은 삼성물산 지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재용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을 삼성물산과 합병시켜서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확보하려 한 것이다.

박근혜와 이재용의 뇌물죄 혐의의 알맹이가 바로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지지해 준 문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로 삼성의 바이오(제약) 산업 진출용으로 만든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앞두고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만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바이오젠에게서 경영권을 지킨다는 핑계로) 인위적으로 높여 적자 행진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단숨에 수조 원 흑자 회사로 전환시켰다. 자회사의 가치가 오르자,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시장 가치도 올랐고, 투자 자금도 2조 원 넘게 끌어모았다.

그 결과로 (삼성물산에 대해) 제일모직이 유리한 비율로 합병을 하게 된 것은 이재용에게 유리했지만,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손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에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된 이유다.

그러므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갈등은 삼성 경영권 승계와 이재용 뇌물죄 재판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갈등의 양상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금감원장에 임명된 김기식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건드리려다가 비리 폭로라는 역공으로 밀려났다는 의혹이 있다. 김기식의 출신 단체인 참여연대는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를 지적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삼성과 갈등을 빚는 것은 낯설다. 노무현 정부가 친삼성 정부였던 것은 너무 공공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권 초에 정부가 임기 동안의 주도권을 놓고 재계와 샅바 싸움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재용이 재계의 대표 적폐로 공분의 대상인 것이 고려 대상이 됐을 것이다. 검찰이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른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공작 수사를 벌이는 이유일 것이다. 삼성 그룹은 태극기 집회, 댓글부대 등에 돈을 대며 우파 통치를 지원하는 선봉이었다.

정부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들의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관한 자체 규범.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맥락에서 거론됨.) 도입을 시사했다.

최근 친기업인 금융위원회도 삼성생명에게 20조 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라고 압박했다. 관련 법(보험업법)이 개정될 예정이라는 게 근거다. 그러나 국회에서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게 아니므로 금융위의 압박은 시늉 뿐일 확률이 높다.

또 하나의 적폐 청산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미진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기업주 편이다. 올 봄에 (박근혜도 못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악에 성공했다. 5월 29일 국무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소득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이 궁극으로는 기업들의 경쟁력에 도움을 주려는 것으로 기업 규제와 사회적 책임 부과와는 본질적 관련이 없다는 게 이런 데서도 드러난다.

오히려 금융위원장 최종구는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공개 거론을 비판했다. 경제부총리 김동연도 금감원을 비판했다.

금감원의 대(對) 기업 공세는 결과도 신통치 않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KB국민금융지부 회장 윤종규의 채용 비리 혐의를 찾아내 제기했으나, 오히려 둘이 연임에 성공한 반면, 금감원장이 두 명이나 날아갔다. 해외 주주들이 두 회장을 지지하니, 금융위나 금감원도 꼼짝 못 했을 것이다.

적폐 청산 염원과 한국 자본주의 수호 사이에서 샛길을 찾던 문재인 정부에게 적폐 청산의 속도와 범위를 놓고 국가기관 내 엇박자들이 드러나는 건 위험 신호다. 25일에는 사법부의 반(反) 노동계급 판결 거래 의혹이 터져 나왔다. 정부 안에서도 섣부른 공개라며 곤혹해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약 5월 31일 금융위의 결정으로 이재용에 면죄부가 주어지고, 사법부 적폐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재심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재인의 적폐 청산은 동력을 잃고 위기가 시작되는 계기로 바뀔 수 있다.

이미 최저임금 개악으로 노동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문재인은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매달릴 듯하다. 그러려면 트럼프에 더 아부를 해야 하므로 그 길조차도 모순과 딜레마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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