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보
코레일네트웍스 파업:
“20년 일해도 최저임금” 철도 자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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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오늘(11월 11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7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했다. 한 노동자는 “사측은 올해는 정부지침 때문에 돈이 있어도 못 올려 준다고 합니다. 내년이면 임금인상이 더 힘들어집니다. 올해는 임금을 올려서 최저임금을 벗어나야 합니다” 하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과 열악한 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철도공사는 공사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회사 노동자는 근속 수준이 같은 공사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80퍼센트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 대부분이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데, 세금을 제하고 받는 임금이 월 160만 원에 불과하다. 철도공사 정규직의 44퍼센트 수준이다.
인력도 매우 부족해 아파도 연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규정상 2인1조로 근무해야 할 역에 1인이 근무한다.
정부와 철도공사 사측은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이미 정규직”이라고 말하지만,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의 현실이 이렇다. 사측은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철도공사로의 직접고용은 끝내 거부했고,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철도공사와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사측 모두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 혈안이었다. 심지어 지난해까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해 결국 그 부족분을 철도공사가 추가로 보전해 주는 일도 있었다.
철도공사 사측이 턱없이 부족한 위탁비를 지급했고, 자회사 사측은 이를 이유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 지침을 근거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은 불가하다는 태도다. 올해부터 위탁 계약이 개선돼 자회사에 지급되는 위탁비가 조금 늘어 재원이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저임금 공공기관의 임금 인상률은 고작해야 최대 4.3퍼센트다. 사측은 올해부터 ‘관공서 공휴일’ 규정 적용(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에 따라 인건비 증가분이 4.3퍼센트를 초과하므로 더 올려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것을 지급하면서 이를 임금 인상으로 퉁 치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정부 지침 수준의 인상으로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 인상률을 코레일네트웍스에 적용해 봐야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임금 억제
정부는 임금가이드라인을 낮게 책정해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이를 근거로 임금 인상을 회피해 결국 노동자들에게 “평생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호봉제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이미 직무급제가 시행돼 왔는데, 이것이 저임금을 고착시키는 효과를 내 왔기 때문이다.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이냐” 하고 노동자들이 분개하는 데서 보듯 근속 기간이 길어져도 임금이 제자리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직무급제 임금체계 확산을 추진하는 진정한 이유가 임금 억제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또, 노동자들은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 합의한 정년 62세로 연장도 사측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 평생 최저임금을 받고 퇴직을 하면 고작 국민연금 33만 원을 받고 생활해야 하는 처지인지라 정년 연장을 바라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얼마나 기만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말과는 달리, 무기계약직 또는 자회사 전환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공공기관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경우, 전환 대상자 중 65.5퍼센트가 자회사로 전환됐다. 그런데 자회사 전환 노동자 중 절반은 전환 이후 임금 등 처우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나빠졌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자, 정부는 공공기관들에게 지출을 최대한 줄이라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 요구에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기업주들을 위한 지원에는 신속하고 통 큰 정부가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는 인색하게 구는 것을 보면서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평생 저임금”이라는 “재난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선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