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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 파업:
10년을 일해도 제자리인 임금을 인상하고 직접고용 합의 이행하라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노동자들이 9월 1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저임금 및 차별해소, 안전업무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은 임금 인상과 직접고용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지난 9월 11일부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8월부터 SRT(수서고속철도) 승무원들도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 되면서 코레일관광개발지부에 가입해 함께 싸우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은 KTX, SRT, 관광열차 승무와 물류 업무 등을 담당한다.

파업이 5일째 지속되고 있지만 철도공사와 코레일관광개발 사측은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를 냉혹하게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에 코레일관광개발 사장 연봉은 19.5퍼센트나 인상됐지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으면서 고통 받아 왔다. 신입 노동자들은 평균 2천226만 원의 연봉을 받아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청과 자회사 사측 모두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외면해 온 탓에 승진도 수년간 적체되면서 10년을 일해도 임금이 거의 변함없다. 임금은 그대로 주면서 호칭만 ‘대리’, ‘주임’이라 부른다.

사측은 임금 수준은 높이지 않으면서 기본급, 능력급, 승무수당 등에 차등을 둬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직무별로 기본급에 차이를 두고 1년에 한 번 인센티브를 줄 때 등급을 매기는데 자의적 평가 때문에 노동자들이 불만이 높다.

그런데도 코레일관광개발 사측은 올해 기재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3.3퍼센트)만큼만 올려 줄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지난해 임금 인상률이 낮아 불만이 있던 터라 이 정도 인상으로는 매우 불충분하다.

원청인 철도공사는 2005년부터 코레일관광개발로부터 대기업보다 3배 이상 비싼 고액의 브랜드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강요하며 비용 절감에 혈안이었다. 지난해 철도공사는 향후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을 단계적으로 철도공사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80퍼센트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합의를 해 놓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약속 이행도 요구하고 있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들의 직접고용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지만, 1년 동안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등 핑계를 대며 계속 회피해 왔다.

철도공사는 정규직 전환 논의 당시 직접고용 책임을 피하기 위해 생명안전업무 여부를 잣대로 들이밀어 노동자 수천 명을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했다.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정책은 ‘자회사도 정규직’이라며 철도공사의 이런 행태를 정당화해 줬다.

철도공사의 이런 잣대 때문에 KTX 승무원 등 일부 노동자들만 생명안전업무로 인정될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는 이조차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철도공사가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KTX 승무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판결을 뒤집은] 사법농단이었던 대법원 판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를 직접고용 하면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다른 여러 자회사 노동자들도 직접고용 해야 하니 그런 선례를 먼저 만들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이대열 코레일관광개발 용산익산지부장)

이처럼 철도공사가 직접고용도 외면하면서 자회사 처우 개선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니 노동자들의 불만이 쌓여 온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SRT 사측도 철도공사를 핑계 삼아 SRT 승무원들의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해 왔지만 원청인 SR은 ‘KTX 승무원들도 직접고용 안 됐는데 너희들이 어떻게 되냐’고 했다. SR은 작년 말 KTX 승무원이 직접고용 되면 우리도 직접고용 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래서 직접고용을 위해 함께 싸우려고 한다.” (김선경 코레일관광개발 SRT수서지부 부지부장)

ⓒ이미진

모르쇠로 일관하는 철도공사

사측은 이번 파업이 국민의 불편과 희생을 볼모로 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사측은 국민 불편 운운할 자격이 없다. 그동안 사측은 안전하고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면서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몰아 왔다.

게다가 자신들이 합의한 사항조차 뻔뻔하게 외면하는 사측이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위선이다.

파업 첫 날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그 동안 켜켜이 쌓인 차별과 울분을 터뜨렸다. 파업 참가율이 높은 것도 노동자들의 불만과 투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철도공사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사측은 코레일네트웍스와 정규직 노동자들의 줄줄이 예고된 투쟁도 의식해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주요 공공기관인 철도공사에서 자회사 처우를 대폭 개선하면 다른 공공기관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것이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싸워서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이후 여전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톨게이트 수납원 대량 해고 사태가 보여 주듯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단호하게 도로공사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자들의 투쟁이 확대되는 것은 정부를 꽤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투쟁을 지속하며 연대를 확대해 간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철도노조도 자회사 처우 개선을 이번 투쟁의 주요 요구로 내건 만큼 자회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실질적인 연대를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해 가야 한다.

이 기사는 9월 16일에 일부 수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