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에 나선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
열악한 처우, 계속되는 차별에 대한 불만, 터져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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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공공기관의 자회사에 채용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철도의 자회사(코레일네트웍스)와 지역난방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이 파업 중이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자회사 노동자들은 파업과 본사 점거에 들어갔다가 현재는 일부가 본사 로비에서 농성 중이다. 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자회사 노동자들도 투쟁하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에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자회사 고용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자회사 고용이 정규직 대우는커녕 용역 시절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개선되지 않은 처우
문재인 정부가 ‘자회사도 정규직’이라며 포장하자, 공공기관들은 직접 고용하면 져야 할 여러 부담들(차별 해소, 사용자 책임 등)을 회피하기 위해 간접고용 구조를 남겨두는 자회사 전환을 적극 추진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전환 완료된 파견·용역 비정규직 7만 1000명 중 자회사나 제3섹터(사회적기업, 협동조합)로 전환된 인원은 4만 6960명(65퍼센트)나 된다.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원했지만, 사측은 자회사의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감언이설을 하는 동시에 직접고용 하면 경쟁 채용과 정년 단축(60세)이 불가피하다고 노동자들을 협박했다.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강요 받고 있다.
게다가 직무급제 도입으로 임금 인상이 매우 제약된다.
“저희 직무급제 표를 보시면요. 1등급 1단계에서 6단계까지 가려면 20년이나 걸려요. 그런데 1단계에서 2단계 오르면 고작 2만 원 오르고요. 2단계에서 3단계 오르면 또 2만 원 올라가요. 20년 동안 해서 6단계 올라도 대략 20만 원만 올라갈 수 있어요.” (배재환 공공연대노조 기업은행지회장)
전환 과정에서 경력과 근속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전환자들이 짧으면 5년, 긴 사람들은 7년, 8년 이렇게 근무한 사람들인데 거기에 대해서 전혀 인정을 안 해 줍니다. 저희들 승급제도도 없습니다. 취업규칙에 전환 이후에는 2년 내에 승급을 못 시켜 준다고 써 있다고 합니다.”(강시구 지역난방안전지부 용인분회장)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20년 일해도 최저임금”이라며 열악한 자회사 처우를 규탄하고 있다.
심지어 자회사 전환 후 조건이 더 나빠진 경우도 있다. 지역난방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 후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측이 필요한 인력은 제대로 충원하지 않은 채 자회사 근무 체계를 8시간 주간 근무제에서 24시간 내내 업무를 하는 4조 3교대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야간 노동과 업무 강도 강화에 시달리고 있다.
복리후생을 비롯해 온갖 차별도 여전하다.
“복지는 저희가 거의 제로예요. 40만~50만 원 비용이 드는 종합검진이나, 1인당 4만 원 정도 드는 단체 상해보험은 한수원 자회사의 경우 두 개가 다 없어요. 유급병가도 교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족 수당도 없고, 종합검진이나 단체보험 이런 게 다 자회사 재원이 없다 보니까 적용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박용규 공공연대노조 발전분과위원장)
또 다른 용역회사
그간 공공기관들은 용역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 왔다. 특히 용역업체 선정에서 낙찰률 경쟁을 붙여 더 낮은 비용을 부르는 업체를 선정하곤 했다. 이 때문에 노동자 처우는 더욱 압박을 받았다.
그런데 자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수원 자회사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협의회 과정에서 자회사 평균 낙찰률을 94퍼센트로 맞춰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자회사 전환 이후에 사측은 태도를 싹 바꿔 이 약속을 무시하고 있다.
노동자 처우 개선으로 사용될 수 있는 예산이 더 줄어든 곳도 있다.
“용역 시절에도 평균적으로 총인건비의 3퍼센트 정도를 처우 개선비로 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자회사로 전환되면서 3퍼센트였던 걸 1퍼센트로 삭감한 거죠. 처우 개선을 실질적으로 할 수가 없는 거죠.”(배재환 공공연대노조 기업은행지회장)
정부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수의계약을 보장해 고용은 안정됐다고 하나, 그 수의계약도 3년마다 재검토하도록 돼있어 계약해지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자회사가 파업하면 모회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파괴하거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을러대는 것도 용역회사일 때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불만들 때문에 정부가 ‘바람직한 자회사 방안’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특히 모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모-자 협의회’도 설치한 곳이 거의 없다.
“자회사랑 교섭을 스무 번이나 하고 나니, 이게 자회사만 가지고 노사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하다 하다 안 돼서 한수원 본사에 들어오게 된 거죠. 모회사, ‘진짜 사장’이 배후 조종하지 말고 직접 교섭하라고요.”(박용규 공공연대노조 발전분과위원장)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전환 정책은 또 다른 용역회사에 불과하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필수적인 업무들을 하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또다시 차별을 겪고 있는 자회사 노동자들의 불만은 정당하다. 이런 투쟁들이 더욱 전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