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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신도시 투기와 부패 의혹:
미흡한 수사로 사태 봉합하려는 문재인 정부

최근 드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제3기 신도시 개발 관련 광명·시흥 땅 투기 사태로 문재인 정부가 더욱 곤란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현 정부 하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주택난이 심해지고 노동계급의 절망이 깊어진 것도 모자라, 무대 뒤에서 정부 공직자들이 사전 개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폭등을 부추기며 이득을 누려 온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인데, 정부의 대응이 너무 속보이고 미흡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

환멸과 분노 집값 잡겠다더니 부동산 폭등 부추기며 잇속 챙겨 온 정부 공직자들 ⓒ출처 진보당

문재인의 공정 약속은 LH와 제3기 신도시 사건으로 완전히 파산했다. 정부가 박근혜 시절부터 LH 내부 투기를 조사하겠다지만, 그런다고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환멸이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3월 2일 이 일을 최초 폭로한 참여연대와 민변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LH 직원 14명과 가족, 지인 등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기 신도시 지역인 광명과 시흥에서 100억 원대에 이르는 땅을 매입했다. 월세도 나올 것이 없는 빈 땅에 무려 58억 원을 대출받아 투자를 한 것이다.

이 지역이 개발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이런 투자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공식 발표한 것은 2018년 12월이었고, 광명·시흥 지역을 3기 신도시에 포함시킨 것은 올해 2월이었으니, 이들이 이 지역의 개발 계획을 사전에 알고 이를 이용해 투기를 한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LH 직원이 토지 매입을 하면서 실명 거래를 한 것을 보면, 이들은 초짜일 확률도 있다. 부패 행위에 임원도 아닌 직원이 이렇게 무감각한 것은 이런 부패가 더 고위직부터 행해진 관행이었음을 암시한다.

국토부 장관 변창흠은 “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모르고 샀을 것”이라고 자신이 LH 사장일 때 투기를 한 이들을 두둔했다. 이런 부패가 관행이고, 자기가 편히 사장 노릇하려고 그런 관행을 눈감아 줬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변창흠을 여전히 국토부 장관 자리에 앉혀 두고 있다. 문재인은 폭로 초기에 부패의 한 축일 가능성이 높은 국토부가 중심이 돼 조사하도록 했고, 3기 신도시가 사전 정보를 이용한 조직적 투기판이 된 것이 매일 확인되고 있는데도 개발 강행을 외친다. 조직적 투기 세력에 대한 수사도 막아 주고 이익도 챙겨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폭로를 계기로, 신도시 관할 지역 공무원이나 시의원, 심지어 국회의원 양이원영의 모친 땅 투기 의혹 등도 제기됐다. 민주당 최고위원 양향자가 또 다른 개발 예정지에 땅을 사둔 일과, 민주당 국회의원 김경만의 부인이 시흥시 땅을 쪼개기 계약한 것도 보도됐다.

신도시 개발 때마다 불거진 투기

사실 이런 종류의 부정·부패 문제는 신도시 개발이 벌어질 때마다 반복돼 왔다. 노태우 정부 때 추진한 1기 신도시, 노무현 정부 때의 2기 신도시에서 모두 개발 정보 사전 활용, 로비성 특혜 분양 등 공직자와 부자들이 연결된 부패 사건이 벌어져 138명이 구속됐었다.

개발 정보를 가장 확보하기 좋은 사람은 바로 개발 지역의 결정권자다. 정부와 관련 공기업들의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 등이 가장 먼저 의심받아야하는 이유다. 이들은 기업들이나 자산가들과 연결돼 투기를 위한 공급 확대 압력을 정부 안팎에서 창출해 낸다.

이번 3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사전 정보가 유출되며 이런 부정·부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정황은 상당수 존재했다. 이미 2018년 9월에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민주당 의원 신창현이 과천을 포함한 수도권 8개 지역을 정부가 신규 택지 후보로 검토 중이라고 정보를 흘렸다.

2019년 5월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고양 창릉에서는 도면 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LH 직원이 대외비였던 ‘고양권 동남권개발계획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넘겼고, 이 사진은 정부가 신도시 발표를 하기 전에 부동산업자·분양사업자 등을 거쳐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까지 올라왔었다. 그러나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광명·시흥뿐 아니라 정부가 2018~2019년 3기 신도시로 지정한 5곳에서도 정부 발표 직전에 토지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 2018년 12월에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구 일대의 토지 거래량은 그해 9월에서 11월 사이 무려 5배로 늘었다. 그리고 모두 예상하듯이, 이들 지역의 땅값은 개발 계획 발표 뒤에 확 뛰었다.

이번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은 단지 일부 개인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조직적 부패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3기 신도시가 현 정부가 계획한 것이므로 이번 부패 의혹에서 현 정부의 고위 인물이 있는지 의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이미 2019년에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혐의 중에도 정부의 사전 정보를 이용한 투자 건이 있었다.

말뿐인 “발본색원”

문재인 정부는 “발본색원”, “패가망신” 운운하며 엄정 대응 엄포를 놓지만 실제 지시는 미적지근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신도시 개발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큰 국토부를 정부합동조사단에 포함시켰다. 의혹이 제기된 후 일주일간이나 이런 “셀프조사”를 벌이며 증거인멸 시간만 벌어 준 것이다.

뻔한 사기극에 공분이 일고, 공교롭게도 검찰총장 사퇴 후 지지율이 오른 윤석열이 정부의 조사 방침이 허술하다고 공개 비판하자, 정부는 이번 주 들어서 다급하게 경찰청 산하에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을 배제했다가 여론의 비판이 있자 부동산 전문 검사 1명을 파견받았다. 감사원 감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정부·여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도 솜방망이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시흥시의원이 3기 신도시 사업을 발표하기 전에 자녀 명의로 시흥시 과림동 임야에 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민주당은 이를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자진 탈당을 수용했다. 이미 전 부산시장 오거돈 일가의 가덕도 투기 의혹과 가덕도 공항 건설의 연관성, 손혜원 전 의원의 목포 투기를 감싼 일 등 민주당도 부패 문제에서 원조당인 국민의힘과 만만찮다.

심지어 민주당은 3기 신도시 투기와 관련해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 등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했다가 슬그머니 부동산 보유 현황 자진신고로 바꿔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전수조사 대상에서 세종시를 제외하기도 했다. 세종시는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건설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고, 친노의 좌장이었던 이해찬의 지역구였다. 그동안 가장 부동산 가격이 높게 뛴 신도시이기도 하다. 현 정부 인사들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큰 곳이다.

무엇보다 사전 정보를 활용한 투기이므로 개발 계획을 다루는 부처와 투기 대상 지역(제3기 신도시 전역)의 토지 거래부터 초기에 강력 수사를 하는 상식적 방식을 취하지 않은 것이 의혹과 불신의 초점이 되고 있다. 증거 인멸 시간만 벌어 줬다는 비판은 이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한탄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비판처럼 ‘LH 사태’ 관련 정부의 엄정 대응 방침은 “다 거짓말”인 것이다.

친시장적 부동산 정책 위에 싹튼 투기와 부패

정부가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신도시 지역 투기에 상당수 정부·여당 인사들과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정권 부패를 수사 지휘하다가 갈등을 빚고 사퇴한 윤석열의 지지가 오르고 있다. 윤석열은 10일에도 이번 사건이 공정의 문제라고 문재인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문재인이 초기부터 강력 수사로 가지 않은 것이나 검찰을 초기에 배제했던 일 등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제대로 된 수사 결과와 처벌이 나오지 않는다면, 문재인의 검찰 개혁 전체가 의심받을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은 한사코 이 문제를 LH 직원들의 일탈적 비리로 몰아가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낳은 친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한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도 정부는 3기 신도시 등 투기 부양책을 지속하겠다고 우긴다.

민주당이나 우파나 모두 이런 부패가 형성될 조건을 만들어 왔다. 그들 자신이 그 조건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부동산을 경쟁적 투기 시장으로 만들어 온 것은 역대 정부 모두의 책임이지만, 그것이 현 정부의 책임을 덜어 주지는 않는다.

부패를 제대로 밝히고 처벌하려면 부패를 낳은 질서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 여당의 부패가 더 크냐 야당의 부패가 더 크냐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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