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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부패:
친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부추긴 투기와 부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에 대한 폭로에서 시작된 공직자들의 부동산 불법 투기 의혹이 더 많은 지역과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로 확대되고 있다.

사전 개발 정보를 바탕으로 투기를 했다는 의심이 인 지역은 수도권 내에서 최초 폭로된 광명·시흥을 넘어 남양주 왕숙·인천 계양·과천·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전반으로 확대됐다. 이밖에도 부산·창원·세종·용인 등 전국 곳곳에서 정치인·관료들의 불법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은 월세 전전하는 동안 투기·부패 키운 정부 3월 15일 LH 서울지역본부 앞 청년 시위 ⓒ출처 한국청년연대

아직 제대로 조사하기 전인데도 민주당에선 서영석, 김주영, 양이원영, 양향자, 김경만 등 국회의원들 이름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에서 홍문표(홍성 예산), 강기윤(창원) 등이 일가친척이 보유한 땅 근처에 개발 사업 유치를 추진했거나 국회의원 권한을 이용해 수십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세종시 건설을 총괄한 행복청장(차관급) A의 땅 투기 의혹도 폭로됐다. A는 2017년 7월 퇴임 직후(11월)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에 산 땅(9억 8000만 원)이 불과 9개월 만에 스마트국가산업단지 부지로 발표됐다. A가 산 땅이 두 배 이상으로 뛴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세종시를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셀프 조사를 맡겼다. 세종시 고위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이 언론에 터져 나오는데 말이다. 세종시는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이 뛴 지역이다. 이곳을 행정수도 부지로 선정하고 개발을 시작한 것이 노무현 정부다. 누구나 집권 여당 정치인들의 투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사를 회피한다고 의심할 만하다.

이 외에 포천, 오송 등에서도 지자체장들의 불법 투기 의혹이 제기된다.

문재인의 일가친척도 의혹의 대상이다.

문재인의 처남은 성남시 그린벨트 지역에 땅을 샀다가 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며 보상금을 받고 팔아 47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뒀다. 2002~2009년에 땅을 매입했다고 하는데, 이 중 상당 기간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고 문재인이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이었던 만큼 의혹은 충분히 해명돼야 할 것이다.

문재인 딸은 정부 2·4 대책 발표 직후 서울 영등포 역세권의 다가구주택을 팔아 1억 4000만 원의 차익을 거뒀다. 그들에게 푼돈일지 몰라도, 사전 정보를 이용해 득을 봤다는 의심에서 자유롭기는 힘들다.

사태 축소하는 문재인 정부

현재 문재인 정부는 사태를 축소하기 급급하다. 의혹 폭로 일주일 지나서야 수사를 명령하더니, 의혹의 몸통격인 국토부를 포함시킨 정부합동조사에선 1차로 LH 직원 7명을 추가 적발했다고 발표했다.(최초 폭로 포함 총 20명) 제도권 언론들보다 못한 실적이다.

정의당은 정부 조사에서도 의심 사례자가 169명이었지만 정부가 축소 발표했다고 폭로했다.

정부는 최근 투기 의혹이 제기된 토지 관련 전수 조사도 회피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은 개인 차명만이 아니라 리츠, 펀드 형태의 투기도 했을 수 있으므로 정부의 조사는 순 엉터리인 것이다.

문재인은 이 와중에 우파와 부자들이 요구한 공급 확대 계획인 2·4 부동산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변창흠을 사실상 유임시키고 있다.

변창흠은 LH 사장이던 지난해 7월 LH에 직원들의 투기 제보가 접수됐지만 이들이 퇴직자라는 이유로 이 제보를 묵살했다. 역시나 변창흠의 투기 직원 변호 발언은 자기 변호였던 것이다.

정부는 ‘셀프 수사’를 하며 시간을 끌고, 검찰과 감사원은 배제하며 수사를 통제하려 해 왔다. 검찰이 수사를 해야 밝혀낸다는 것이 본질이 아니라 검찰을 배제해 전반적인 수사력을 약화시킨 것에 대한 불신이 본질이다. 부패를 저지른 고위 정치인과 관료들이 자칭 검찰 개혁의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핑계대며 시간만 끌다가 최근에야 특검, 국회의원·지자체장 등 전수조사,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실행 과정에서 시간만 잡아먹을 것이다.

그래서 고위직 부패에 대한 불만과 환멸도 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은 임기 내 최대치인 듯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의 핵심 요인이었는데, 정부 관리들이 그 과정에서 잇속을 챙겨온 것이 드러났고, 검찰 개혁 드라이브의 검은 속내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월급을(평균임금) 한 푼도 안 쓰고 36년간 모아야 서울에 25평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노동자들, 셋 중 하나가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를 전전하는 청년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부 공직자들은 사전 정보를 이용해 쪼개기 계약을 하며 부당 투기를 하는 동안 가난한 청년들은 월세 낼 돈이 없어서 쪼개기 주거(쉐어 하우스)를 하며 버티고 있다.

그래서 여론조사들에선 취임 후 최저 대통령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3자 구도에서도 우파가 이기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 민주당의 유일한 희망이 야권 분열을 통한 어부지리인데 말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은 페이스북에 매우 신경질적인 글을 올려 반감만 더 키웠다.

불법 투기는 단지 “적폐” 아닌 현재의 권력형 부패이다

결국 정권 최대 위기 앞에서 문재인은 최근 형식적인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 부패의 책임을 과거 정부에게 미뤘다. “부동산 적폐 청산”을 못한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물론 적폐 청산에 기만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부동산 신적폐는 문재인 정부 아닌가? 부동산 문제에서 우파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적폐”의 일부가 된 지 오래이다.

부동산 폭등의 한 요인인 분양가 제한을 푼 것이 김대중 정부이고, 원가 공개를 공약했다가 공기업도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고 공약을 뒤집은 것이 노무현이었다. 노무현 정부도 2기 신도시 개발 부패가 드러나 정치적 타격을 받았었다.

현 정부에서도 부동산 관련 위선적인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측근을 자처한 손혜원은 국회의원 권한을 이용한 목포 투기로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전 청와대 비서실장 노영민은 집 2채 보유가 들통나 그중 하나를 팔라고 하니 강남 아파트를 놔두고 지역구 집을 파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또 다른 청와대 수석은 고위 공직자는 집 1채만 보유하라는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전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이 흑석동 투기로 사표를 낸 것이 애처롭게 보일 지경이다.

이낙연은 이명박 정부 때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합해 LH를 만든 것이 문제라며 “LH 해체에 준하는 대수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해경 해체가 떠오르는 가소로운 언사다. 이낙연도 서울 집이 십 수억 원 폭등한 수혜자이다.

정부 여당은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부산 엘시티 분양 의혹 등을 제기하며 물타기 하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이 엘시티에 거주하는 것도 노린 것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의 투기 의혹도 제기했다. 십중팔구 강남 우파 정치인들에게도 구린 구석이 있겠지만, 그것이 발견된다 해도 박근혜 정부의 부패에 항의하는 운동에 올라타 그 덕분에 집권한 정부의 부패 행각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 투기 사태는 단지 과거의 “적폐”가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권력형 부패 문제인 것이다.

시장경제의 구조적 문제 위에 싹튼 부패

정부와 우파 모두 부동산 투기 의혹을 “공직사회 기강” 문제라며 공직자 개인들의 도덕 문제로 환원한다. 시장경제의 문제임을 가림과 동시에 체제의 관리자이자 수혜자로서 자신들이 부패 사슬을 형성하고 있음도 은폐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와 부패는 시장경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윤을 위해 부동산 개발이 이뤄지는 체제에서 당연히 더 많은 이익을 위한 투기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가 기구의 고위 공직자들은 개발 정보를 미리 알거나 심지어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부정하게 이익을 취할 여지가 생긴다.

한국 자본주의가 국가 중심의 개발 사업을 통해 성장하다 보니, 정부 관료들의 부패 문제가 만연했다. 그러나 이것이 ‘투명한’ 시장 경쟁으로 대체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개발 사업권을 두고 여전히 건설 기업과 국가관료들이 유착할 수 있다. 오히려 시장경쟁은 이윤 경쟁을 더 격화시키고 보편화하므로 비리를 저질러서라도 이윤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은 더 커진다.

기업들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국가의 정책 정보를 파악하고,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특혜 수주를 하며 국가 관료와 정치인들 사이에 부패 연결망이 형성된다. 이를 통해 기업주들은 이윤을 늘리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이 제공된다. 이 과정이 합법이든 아니든 권력자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공공의 부를 농단한 것의 결과물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퇴임 후까지 보장받고, 일부는 자산가로 변신한다.

이명박의 사대강 사업뿐 아니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입찰 비리 등 민간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과 로비 등은 계속돼 왔다.

그러니 지금도 정부는 건설 기업들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민간 공급 확대와 시장 경쟁 활성화를 하면서 부패를 잡겠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퍼오겠다는 거짓말일 뿐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정부·여당은 4월 7일 재보선을 앞두고 여론이 최악으로 악화되자 이제야 처벌을 강하게 하겠다며 뒷북을 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은 수년간 미뤄 온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여전히 자신들의 친 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수정할 생각은 없다. 정부는 투기를 부추겨 온 3기 신도시 공급 계획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한 2·4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연일 밝히고 있다. 〈한겨레〉 같은 친정부 언론도 정부의 2·4 대책을 옹호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자 부동산 소유를 제한하고 기본주택(경기도형 장기임대주택) 방식으로 공공 주택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부나 민주당 주류보다는 나은 얘기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시장 타협적인 약점도 명백하다.

임대료가 너무 낮으면 로또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본주택 월 임대료를 전용면적 74제곱미터 당 69만 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현재 조건에서 이 정도 크기의 집을 임대주택으로 공급받을 노동계급 가구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영구 임대가 아니라면, 그만한 이자를 내며 대출 받아 집을 사는 것보다 더 불안하고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분양형 임대주택도 상당량을 차지하는데 임대 로또를 피해야 한다는 말과는 모순된다.

진보 정당들은 정부가 나서 공공 주택 공급을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은 “공공택지는 100퍼센트 집 없는 서민”에게 공급할 것, 정부가 주택 건설과 공급을 책임질 것, 이를 위해 정부에 토지주택부를 신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보당은 토지는 공공소유로 하고 건물만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공공주택을 전면 실현하고 농지법을 개정해 투기를 근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값싼 양질의 공공임대 주택을 대거 공급하고, 부동산 투기 수익을 강력하게 규제하면, 노동자·서민의 주거난에 숨쉴 틈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침체 때문에 부동산으로 몰리는 투기와 구조적 부패를 없앨 순 없겠지만 말이다.

이런 대안이 실현되려면 아래로부터 계급투쟁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1987년 노동자 투쟁의 파고 속에서 도시 철거민 투쟁 등의 영향으로 1989년에 시작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려면 결국 삶에 기본으로 필요한 땅과 주택이 부자들의 이윤을 위해 사고 팔리는 자본주의를 철폐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주택이 없어서 주거난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노동계급 스스로의 필요를 위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회라면 부패와 투기를 일소하고 모두에게 즉시 양질의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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