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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 신도시 공급 계획 ― 투기 조장할 부동산 경기 부양책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 키울 것

최근 5년간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연 평균 10.3퍼센트로 실질임금 인상률 2.2퍼센트의 약 5배에 달한다 ⓒ조승진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체의 중간 값이 8억 원이 넘었다. 임금이 전체의 중간인 노동자가 28년 넘게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제3기 신도시 공급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신도시에 교통망 확충이나 기업 유치 계획 등은 발표했지만 공공임대주택 확충 계획은 포함하지 않았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아니라 민간 건설사들이 비싸게 분양하는 방식으로는 노무현의 실패한 2기 신도시를 반복할 뿐이다. 그래서 발표된 지역들에서 벌써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시와 협의해, 서울에서는 도심 유휴지 등을 활용해 공공주택을 1만 9000호를 짓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필요에 비해 매우 부족한 규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윤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민간 임대사업자들의 압력에 타협하며 공공임대주택을 제한적으로 공급해 왔다. 공급된 공공임대주택도 저소득층이 이용하기에 턱없이 비싼 것이 많았다.

이번에도 서울에서 민간 사업자들에게 규제를 완화해 수익을 확대시켜 주고, 이를 유인책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게 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그러나 비슷한 정책이었던 서울시 청년주택 정책은 턱없이 비싼 임대료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임이 드러났다. 이런 시장 타협적인 정책으로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신도시에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공동주택 원가 공개, 개발 이익 도민환원 추진, 후분양제 도입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방향이다. 그런데 제대로 추진되려면 정부의 기본 방향과 상당한 충돌이 필요할 것이다.

금리 인상 압박

지난해와 올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치솟을 때 문재인 정부가 미흡한 대책만 내놓다가 투기를 부추길 공급 확대 계획으로 돌아선 것은 최근 정부의 친기업 기조 강화와 관계 있다. 정부는 악화하는 경제 위기와 실업난 등을 해결하겠다며 친기업적 경제 성장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은 2015, 2016, 2017년에 역대 최고 수주를 기록했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 수주가 감소해 내년에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건설업 침체로 한국 경제 성장률은 0.4퍼센트 하락하고, 취업자 수는 9만여 명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서 문재인은 신도시 건설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내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것 등을 통해 건설 기업의 이윤을 떠받치려 한다.

이는 역대 정부들의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도 집권 내내 신도시 추진, 골프장 건설, 건설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떠받쳤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박태견).

그러나 건설 기업 지원은 일시적 효과만 냈을 뿐이다. 이런 지원은 이윤율 저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에 일시적 진통제는 될지 몰라도 치료약이 될 수는 없다.

투기 부양 정책은 노동자·서민에게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10년 사이 2배로 늘었다. OECD 평균보다 무려 8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저금리를 이용해 막대한 가계부채가 지탱됐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에도 금리 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됐는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올해 10월에는 외국 자본이 주식시장에서 급격이 빠져나가며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신흥국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한국은행도 올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아직 큰 폭은 아니지만, 신흥국의 위기가 확산할 경우 금리 인상이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가 인상되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가계가 늘면서 한국 경제는 더욱 불안정해 질 것이다. 이 과정이 빚에 짓눌려 사는 노동자·서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줄 것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건설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투기 부양책은 중단해야 한다. 청년 3명 중 1명 이상이 반지하·옥탑·고시원을 전전해야 하는 주거 빈곤층인 상황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이윤 논리를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값싼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의 친기업 정책 때문에 막대한 빚을 떠안은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정책(부채 탕감 등)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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