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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 설 성수기 파업을 지지하라
일부 지역 롯데·한진·로젠 택배도 작업중단 예고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이 15일째(1월 11일 현재)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물러설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파업은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파업 대오가 흔들리기는커녕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고, 지회도 새롭게 창립되고 있어요. CJ대한통운이 택배 기사 분류 작업 제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고,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고 해 놓고는 사실상 노예계약서를 강요하는 것에 비조합원들도 많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에요.”(권감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이천지회 조합원)

파업이 길어지면서 조합원이 많은 지역들에서 배송 차질도 계속되고 있다. 물량이 폭증하는 설 명절 성수기(1월 17일부터)가 다가오면서, 배송 차질이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단호하게 파업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들 CJ대한통운 본사를 향한 차량 행진 ⓒ이미진
국토교통부는 1월 17일부터 한 달간을 ‘설 택배 특별 관리 기간’으로 지정하고 인력 1만 명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택배 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이뤄지는 ‘특별’ 인력 투입으로는 항시적인 인력 부족 상황을 해소하기 어렵다. 어느 회사,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인력이 투입되는지도 불분명해서 실제 노동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한다. 사실상 택배사들에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이지, 정부가 인력 투입이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거나 강제하지도 않는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사측은 이미 파업 이틀 만에 조합원들이 다수인 지역에 접수 중단 조처를 취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에 따르면, ‘특별’ 인력 투입 방침이 파업 파괴(대체인력)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반면, CJ대한통운의 접수 중단으로 물량을 이관받은 롯데, 한진, 우체국, 로젠택배의 물량은 이미 50퍼센트 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보다 물량이 30퍼센트 이상 느는 설 명절 특수기까지 겹치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엄청 세진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정부의 미봉책으로는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택배노조는 오는 1월 14일까지 노사 대화가 불발될 경우, 물량 이관으로 노동강도가 세진 지역의 롯데, 한진, 로젠택배 노동자들이 18일부터 ‘택배 멈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말했다.

“CJ대한통운의 물량들이 타 택배사로 밀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CJ대한통운 파업 조합원들이 많은 경기도 동남권과 영남 지역 일부입니다. 그래서 우리 노조(택배노조)는 이들 지역의 한진, 롯데, 로젠 사측에 집화 제한(접수 중단)을 이번 주까지 요청했습니다.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18일부터 이곳 한진, 롯데, 로젠 조합원들이 파업에 나설 예정입니다.”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그간 정부는 분류 인력 투입 상황에 대해 택배사의 보고대로 발표하거나, 점검할 현장을 미리 통보하고 방문하는 등의 보여 주기 식 조사를 해 왔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없는] 터미널에 가서 파업 홍보를 하는데 80명이 일하는 터미널에 분류 인력은 8명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조합원이 별로 없는 터미널 같은 경우에는 국토부가 조사 나온다고 하면 비조합원들에게 분류 인력 조끼를 입히기도 했습니다.”(김춘식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서부산지회 사상분회장)

국토부의 발표 내용에는 요금 인상분을 노동자 처우 개선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과 과로사를 유발시키는 내용이 담긴 부속합의서를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 이 두 사안은 분류 인력 충원 못지않게, 노동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파업의 핵심 요구들인데도 말이다.

정부의 발표는 사실상 CJ대한통운 사측의 사회적 합의 위반과 조건 개악 시도를 승인·방조하는 셈이다. 전국택배노조는 국토부의 발표 내용이 “CJ대한통운 파업 사태에 대한 해결책은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점검에 맞춰 ‘눈가림’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CJ대한통운 사측 ⓒ제공 전국택배노조

이제 와서 보여 주기 식 점검?

그동안 주류 정당 대선 후보들은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가 적극 연대하고 있고,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지지를 밝혔다.

최근에는(1월 10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노동위원회가 CJ 그룹 본사 앞 택배노조 단식농성장을 방문했다. 택배노조 지도부, 단식 농성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11명이 1월 7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 중이다.

이날 간담회에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김주영 상임공동위원장(국회의원), 신승철 상임공동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훈 공동위원장(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30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CJ대한통운 사측만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주체인 정부·여당도 책임이 있다”고 제기했다. 그런 만큼 ‘택배 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재소집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선대위의 노동위원장들은 “설 전에 해결될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미 지난 1월 4일 이재명 후보 선대위 정책본부는 택배노조의 정책 질의에 “사회적 합의의 취지와 내용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문제 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CJ대한통운의 합의 불이행에 대한 문제는 애써 언급을 삼가며 답변하길 회피했다.

택배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1월 18일부터 2000명 규모의 차량 상경 투쟁을 벌이고, 14일부터는 단식농성을 1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물량이 늘어난 롯데·한진·로젠택배 노동자들이 예고한 파업을 실행한다면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도 사회적 합의 이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투쟁이 더욱 확대된다면 정부·여당과 이재명 후보 측을 정치적으로 압박할 수 있고, 사측의 양보를 받아 내기 수월할 것이다.

CJ대한통운 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도 더욱 늘어나야 한다. 노동자들은 “CJ대한통운 파업에 관심을 많이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노동자연대 울산지회 소속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택배 파업 연대차 현장을 방문했는데, 파업 노동자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 고맙다”며 환대했다. 진보당 당원들도 파업 중인 택배 터미널 여러 곳을 지지 방문하고 있다.

택배노조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노동위원회 ⓒ신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