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에 면죄부 준 국토교통부:
택배 노동자들이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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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1월 24일에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점검 결과’는 CJ대한통운 사측엔 면죄부를 주고, 전국택배노조와 노동자들의 파업을 흠집 내고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 노동자들은 “대기업 편만 들어 주고 현장 조합원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 국토교통부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전국택배노조는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1차 현장 점검’ 결과, 택배사들이 “합의사항을 양호하게 이행 중”이라고 했으나, 조사 방식과 발표 내용은 허점투성이다.
첫째, 조사 시기를 미리 공지해 사측이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게 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장 조사 실시 시점
그래서 노동자들은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CJ가 국토부에서 감사 나올 테니까 대리점한테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대리점 소장, 비노조원들에게 분류 도우미 유니폼
짜고 치는 고스톱
둘째, 대비할 시간을 줬음에도 국토교통부의 포장과는 달리 조사 결과는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줬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더라도, 점검을 한 25군데 중 72퍼센트
그래서 여전히 노동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택배기사들이 분류를 보지 않으려면
이는 1월 초 전국택배노조가 실시한 현장 및 설문
택배사들은 구인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국토교통부는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고 두둔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택배사들이 분류 인력 충원에 충분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
택배사들은 신규 분류 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택배기사들에게 분류 작업을 시키고 수당을 지급하는 편이 저렴하기 때문에, 분류 인력 충원에 열의가 없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더라도 분류 작업을 하는 택배기사들에겐 고작 월 50만 원밖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
셋째, 국토교통부는 밤 10시 이후 심야 배송 제한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권감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이천지회 조합원은 말했다.
“분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심야 배송 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이 부속합의서를 통해 강행하려는 ‘당일 배송’ 조항까지 관철되면 실제 노동시간은 밤 늦은 시간, 새벽까지 더욱 길어질 것이다.
멀찌감치 잡힌
이 외에도 국토교통부의 결과엔 허점들이 더 있다.
앞서도 언급된 과로사를 유발할 부속합의서의 독소조항들
또한, CJ대한통운이 과로를 방지하고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인상한 택배 요금 중 60퍼센트가량을 회사 수익으로 가져 가는 문제도 외면하고 있다.
“CJ가 면피용으로 국토부에
결국, 국토교통부의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사측의 손을 들어 줘 파업 노동자들을 고립·위축시켜 파업을 접게 하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발표가 나자마자, 택배·화물 기업들의 모임인 통합물류협회는 성명을 내고 “국토부의 발표에 따라 … 파업의 근거가 사라
지난 1년여 간 벌어진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은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위기의 시기에, 아래로부터의 단호한 투쟁을 통해 정부와 사측을 압박해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그런데 사측과 정부는 올해 경제 위기가 더 심화할 것을 우려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양보한 것조차 지키지 않으려 한다. CJ대한통운만이 아니라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도 분류 인력 충원 등 약속 이행은커녕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기존 임금
이를 통해 그간 투쟁으로 성과를 얻어 온 택배 노동자들의 저항을 좌절시켜, 불만 속에 투쟁을 준비하는 다른 노동자들의 기세도 꺾어 놓으려는 계산도 할 것이다.
파업 노동자들이 지적하듯, 금번 국토교통부의 발표 내용은 이러한 친기업 지원 기조를 분명히 하는 것이자, 기업주들과 함께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는 데 한통속임을 보여 준다.
“국토부 발표는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우리에게 파업을 접으라고 한 것이나 다름 없다”, “국토부는 제대로 조사를 하지는 않고 오히려 조사 결과를 우리 파업을 비난하는데 쓰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한 달가량 임금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파업을 지지하며 동참하는 노동자들도 늘고 있다. 경기지역에선 1월 중순경부터 파업에 합류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택배노조의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이 1월 25일 결의대회를 열고, 같은 날 민주노총은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연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2월 11일로 멀찌감치 잡고 있다. 연대 집회와 투쟁을 앞당겨 규모 있게 진행하는 것이, 택배 노동자들의 사기를 북돋고 택배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확산시키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