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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 이유를 말한다

12월 31일 CJ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파업 대회 ⓒ이미진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파업이 1주일을 넘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배송 차질이 빚어지고, 타 택배사 노동자들은 대체 배송 거부를 선언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22년 1월 1일부터 택배 노동자들은 분류 작업에서 제외돼야 하나, CJ대한통운 택배 터미널 곳곳에선 여전히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전국택배노조의 현장 조사와 설문조사(응답자 900여 명) 결과를 보면, “택배 노동자들의 분류 작업 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분류 작업 인원과 작업 시간이 부족했고, 심지어 분류 인원이 1명도 없는 곳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CJ대한통운은 택배 요금 인상분을 분류 작업과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지 않고, 60퍼센트 이상을 자기 몫으로 챙겨 갔다. 또한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를 통해 과로사를 유발하는 근무조건을 강요하려 한다. 정부는 이를 승인하곤 수수방관하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에게서 택배 현장의 실태, 사측의 위선, 파업 분위기 등에 대해 들었다.

이경숙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여수지회 사무부장

이번 투쟁의 핵심 요구는 두 가지입니다. 택배 요금 인상분을 과로 예방과 노동자 처우 개선에 온전히 사용할 것, 당일 배송 등이 담긴 부속합의서를 폐기할 것입니다.

지난해 요금 인상분 170원 중, 대리점에는 분류 인력비와 고용·산재 보험료로 50.1원밖에 안 내려 왔어요. 나머지 비용은 회사가 가져가는 거예요.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요금을 인상했는데 말이죠.

노조가 이를 폭로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니까, 회사는 ‘인상분의 50퍼센트가 노동자들에게 분류비든 보험료든 수수료(임금)든 명목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회사 얘기대로 해도 나머지 50퍼센트는 회사가 가져간다는 거잖아요.

회사는 택배 요금 인상분 용처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설치한 휠소터(자동 분류 장치)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요. 그런데 물류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투자하는 것은 회사의 몫이에요. 회사가 요금 인상 전에도 계속 수익을 냈기 때문에 시설 투자를 한 거고요.

더구나 각 터미널에 휠소터를 설치하면서 택배기사들의 수수료(임금)를 [건 당] 10원, 20원씩 깎았어요. 물론 회사가 택배기사에게 직접적으로 삭감을 통보하지는 않았죠. 왜냐하면 회사-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관계잖아요. 3~4년 전에 여수에도 휠소터가 설치됐어요. 회사에서 휠소터를 설치하면서 매달 대리점 소장들에게 운영비로 지급하던 100만 원을 안 준다고 했대요. 그러자 소장들은 기사들의 수수료를 깎아 버렸어요. 소장들은 1원도 손해 보기 싫다는 거죠. 결국 우리 수수료 깎아서 휠소터를 설치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투자비를 회수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예요.

부속합의서도 심각한 문제예요. [지난해] 처음 표준계약서를 도입할 때 부속합의서는 안 들어갔어요. 부속합의서엔 과로사를 유발하던 예전 계약서 내용들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요. 국토교통부가 이를 승인해 줬으면서, 이렇게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되죠.

간선차[허브터미널에서 택배기사가 있는 서브터미널로 물건을 운반하는 대형 화물차]가 다 들어와야 물건을 다 싣고 나갈 수 있어요. 마지막 간선차가 들어와 하차[싣고 온 물건을 내리는 것] 작업이 끝나면, 늦을 경우 오후 2~3시입니다. 그럼 그때 나가서 언제 일을 끝내죠?

요즘엔 오후 5시부터 퇴근들을 해서, 그 시간대부터 아파트나 주택가에 택배 차량을 주차하고 물건을 배송하는 게 힘들어졌어요. 여수에는 국가산업단지가 있는데, 퇴근 시간에 걸리면 도로에서 1시간가량을 갇혀 있어야 돼요.

그런데 터미널 도착 상품의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하면 퇴근 시간은 더 늦어질 것이고, 이것이 하루이틀 늘어나게 되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서 과로사가 날 수밖에 없어요. 신선식품 외엔 다음 날 배송해도 고객서비스에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회사는 우리가 노조를 설립하고 개선해 온 노동조건을 수포로 돌리려 하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겁니다.

조합원들은 흔들림 없이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업 기간에 노조 가입도 늘고 있습니다. 노조가 생기고 처음으로 분류 인력이 충원되는 것을 보면서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고 해요.

또한, 지역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해 여러 분들이 우리 투쟁에 연대도 많이 오세요. 남해화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 전 투쟁을 통해 전원 원직복직을 쟁취했어요. 우리가 그 동지들 투쟁에 연대하러 갔었는데, 이제는 그 동지들이 우리 투쟁에 연대를 오고 계세요. 지역 농민회에선 저희 조합원 수대로 쌀 한 가마니씩을 지원해 주셨어요. 이러한 연대가 큰 힘이 됩니다.

최남선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남울산지회 노동안전2부장

[2020~2021년에] 21명의 택배 노동자가 안타깝게도 과로로 돌아가셨어요. 보호받을 법 조항조차 없는 택배 현장에서 예견된 죽음이었습니다.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의 명목으로 택배 요금을 인상했지만, CJ대한통운은 과로사를 일으키는 당일 배송과 중량을 초과하는 상품의 배송을 강요하는 내용의 부속합의서를 끼워 넣어, 오히려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에 반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노예 계약인 부속합의서 폐기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얼마 전, 타 택배사 노동자들의 대체 배송 거부 선언은] 동종업계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담장을 넘어 함께하는 모범이었습니다. ‘단결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구호처럼, [이러한 연대가] 확산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