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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갈등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우크라이나 위기의 원인”을 읽으시오.

러시아-유럽 및 주변 지역의 주요 파이프라인 ⓒ인포그래픽 〈노동자 연대〉

미국과 러시아가 벌이는 갈등에는 천연가스와 가스관, 그에 대한 통제권을 둘러싼 갈등이 얽혀 있다.

지난주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사업을 좌절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막 완공된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관으로,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소유하고 있다. 독일에서 몇몇 법적 절차만 거치면 가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1월 26일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이 사업이 더 진전되지 않도록 독일과 협력할 것”이라고 어렴풋이 밝혔다.

앞으로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구입하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러시아를 제재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천연가스 공급을 끊어서 미국 편을 드는 유럽 국가들에 본때를 보이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노르트스트림2, 더 일반적으로 천연가스는 러시아에 매우 중요하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35~40퍼센트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유럽의 주요 에너지 기업 다섯 곳이 노르트스트림2에 투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유럽에서 갖게 되는 영향력에 미국은 우려하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정치경제학자 사이먼 브롬리가 말한 “전략적 재화”가 됐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국가들 간 경쟁 체제로, 이 경쟁 체제에서는 언제나 핵심 천연자원을 둘러싼 쟁투가 벌어져 왔다.

이런 쟁투는 단지 국민국가와 연계된 대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핵심 자원들에 대한 통제권을 거머쥐면 국가를 강화시키고 다른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컨대 이라크의 석유를 장악하는 것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의 하나였다. 돈 때문에 이라크의 석유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중동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재확립하기를 바랐다.

석유를 통제하고 이에 대한 경쟁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바로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오늘날 유럽 국가들은 갈수록 수입산 천연가스에 더 의존하게 됐다. 그러면서 천연가스는 국가 간 경쟁의 초점이 됐다.

예컨대 그리스와 터키는 키프로스 해역에 매장된 천연가스에 대한 통제권을 둘러싸고 여러 해 동안 서로 으르렁댔다.

그리스, 키프로스, 이스라엘, 이탈리아는 그곳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자기들끼리 갈라 먹는 협약을 맺었다. 여기서 터키는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그 천연가스로 벌어들일 돈 자체는 부차적이었다. 핵심은 터키가 지중해 동부에서 지배적 강국이 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미국은 1월 초 이 협약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자신의 동맹국들인 그리스와 터키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터키는 이미 천연가스 통제권을 두고 러시아와 갈등에 휘말린 바 있다. 2020년에 벌어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이 그것이다. 유럽으로 가는 주요 송유관·가스관이 지나는 곳에서 벌어진 이 전쟁에서 터키와 러시아는 서로 다른 편을 들었다.

송유관·가스관 통제권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다. 미국은 이를 못마땅해 했다.

2021년 7월 유럽의회에 제출된 한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한다. “반대자들에게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가 에너지·환경 문제에 관한 유럽 수준과 일국 수준의 결정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이 사업을 러시아가 ‘자신의 해로운 영향력을 유럽으로 더 확장시키는’ 수단으로 묘사한다.”

노르트스트림2는 전쟁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미국 대 러시아 갈등의 한 요인이다.

이는 서방의 목표가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보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자본주의의 핵심인 파괴적 경쟁을 위한 것임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