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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벌어지는 지배자들의 에너지 갈등

에너지를 무기로 휘둘러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 떼게 하려는 푸틴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유럽 정부들이 올겨울 대규모 정전 사태와 전기 배급제 도입을 경고하면서도, 인플레이션과 어쩌면 물자 부족까지 부추길 경제 전쟁을 확대하려 애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을 때, 서방 정부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방어한다며 전쟁에 개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이용한 서방의 대리전은 언제나 나토와 미국의 힘을 키우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당한 패배를 극복하고, 러시아에 굴욕을 주고 러시아를 굴복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중국과의 대결을 위한 전초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가스·석유 공급 통제를 둘러싼 갈등도 두드러졌다.

이제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만 하지 않고 그들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방어해야 한다고도 얘기한다. 이는 전 세계에 대한 정치적 지배력을 둘러싼 전쟁의 진정한 본질을 일부 보여 준다.

예컨대 지난주에 유럽연합 경제 담당 집행위원 파올로 젠틸로니는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첫째는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목표는 “국제 에너지 가격에 인하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응전

G7이 주도하는 서방 정부들은 러시아가 더 낮은 가격을 감내하고 석유를 팔게 하려 한다. 이는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응전에 응전을 거듭하며 제재와 경제적 협박이 오가는 가운데 서방이 가장 근래에 가한 공격이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유럽으로 수출되는 가스를 통제해 독일 등의 주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손을 떼게 하려 한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가스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몇 달 동안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여러 차례 차단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겠다고 위협한다.

화석연료를 둘러싼 이런 드잡이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벌어진 경쟁의 오랜 일부였다. 지금의 가스 공급 차단은 유럽 정부들에게 의심의 여지 없이 심각한 경제적 문제다. 하지만 이는 유럽 지배를 둘러싼 더 큰 투쟁의 일부일 뿐이다.

여러 나라들이 석유·가스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화석연료는 “전략적 상품”이 된다. 화석연료 공급을 소유·통제하면 국가는 판매 수익을 얻을 뿐 아니라 정치적 힘을 더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석유·가스 공급을 둘러싼 투쟁은 유럽 패권, 결국에는 세계 패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자신이 지난주 한 연설에서 이를 넌지시 드러낸 바 있다. 푸틴은 중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 때문에 서방의 제재가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간절히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싶어 해도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구실이 엄청나게 커졌고” 이로 인해 “어머어마한 기회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고 푸틴은 주장했다.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영향력 증대는 미국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훨씬 더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따라서 서방과 러시아 간 경제 전쟁에 걸린 판돈은 단지 유럽의 에너지 통제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것은 누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와 정치 질서를 규정할 것이냐가 달린 문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각국 정부들이 벌이는 경제적 전쟁 몰이의 대가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이 치를 것이다.

곡물 수출을 둘러싼 제국주의적 갈등 — 수많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할 것이다

전쟁 중인 정부들이 경제적 무기로 삼는 것은 연료만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식량도 가지고 놀고 있다.

9월 7일 푸틴은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이뤄지는 곡물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곡물 운송선들이 흑해의 우크라이나 항구들을 떠날 수 있게 하겠다고 합의한 지 겨우 한 달 남짓 지나서 또 이런 위협이 나온 것이다.

그 합의는 세계 식량 위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들 했다. 그리고 이미 경제가 위기이고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레바논 같은 나라들을 살릴 합의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푸틴은 합의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나간 “거의 모든” 곡물이 유럽의 부국들로 갔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유럽 부국들이 “식민 지배자들”처럼 군다고 비난했다.

“이 경로를 통한 곡물과 다른 생산물의 수출을 제한할지 검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푸틴은 위협했다.

푸틴의 말은 믿을 수 없다. 그의 연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식량 공급을 다시 옥죄겠다는 꽤나 공공연한 위협이었다.

그 협정을 중재한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산 곡물의 수출도 허용되기를 바라며, 러시아를 제재하는 나라들이 [곡물을 수입해] 득을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합의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배 중 단 두 척만이 빈국이나 개도국으로 갔다는 푸틴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UN도 인정했듯이, 수출된 곡물의 단 30퍼센트만이 소위 저소득 국가나 중저소득 국가들로 간 것은 사실이다.

반면 72퍼센트는 중상위 또는 고소득 국가들로 갔다.

그중에서 20퍼센트 가량은 튀르키예로 갔는데, 아마도 다시 다른 곳으로 수송됐을 것이다.

그러나 9월 8일 현재 튀르키예로 향하지 않은 58척의 선박 중 38척은 선진국이나 서방과 동맹 관계인 부국으로 갔다.

2척은 중국으로 갔다. 단지 18척만이 개발도상국과 빈국으로 갔다. 레바논으로 간 배는 단 한 척뿐이다. 기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예멘으로도 한 척만 갔다.

가스관을 둘러싼 서방 동맹국들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맞서 공동 전선을 꾸린답시고 결집할 때조차, 자기들끼리 경쟁할 틈을 찾는다.

독일 지도자들은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스페인과 프랑스를 [거쳐 독일 등 중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가스관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엄청 띄우고 있다. 이것이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을 줄여 줄 것이라며 말이다.

그러나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그다지 관심이 없다. 마크롱은 독일이 제안하는 새 가스관이 “유럽의 가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게 진정한 이유일까?

스페인 정부는 이 제안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 가스관을 통해 스페인은 나머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소위 “녹색 수소” — 기후 위기의 거짓 해결책 — 주요 수출국이 되길 희망한다.

그러나 마크롱은 프랑스 가스와 독일 전기를 교환하는 기존 협상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이 협상으로 두 국가가 에너지 위계의 꼭대기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사우디에 석유를 구걸하다

화석연료를 둘러싼 경쟁으로 서방과 유럽 바깥의 몇몇 동맹국들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최근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석유 증산을 회유하려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을 만났다.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많은 석유를 시장에 풀어 유가를 낮추길 바란다.

그러나 결국 유가가 하락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카르텔인 ‘오펙 플러스(OPEC+)‘는 10월부터 하루 석유 생산량을 1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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