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 중국: 신냉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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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 ] 안의 말은 〈노동자 연대〉 신문 편집팀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첨가한 말이다.
제국주의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핵심 개념 하나로, 이 개념을 처음으로 발전시킨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이를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로 규정했다. 즉, 제국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의 발달한 형태라는 것이다.
“체제”[시스템]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국주의를 이해하는 더 널리 통용되는 다른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 따르면 제국주의는 강대국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세계에서 제국주의는 대개 미국과 똑같은 것으로 간주된다.
물론 이런 관점에는 일부 진실이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국가이고, 실제로 세계 곳곳의 국민을 지배하고, 괴롭히고, 억압한다.
예컨대, 지금 쿠바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라. 1958년 쿠바 혁명 이래로 미국은 줄곧 혁명을 봉쇄하고 분쇄하려 했다. 이는 쿠바 경제 위기의 핵심 요인이고, 그 결과로 현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실로 “이 구역의 깡패”이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 콜린 파월을 인용하면 말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분석이 여기서 그치면 때때로 “진영 논리”로 불리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입장이 본질적으로 말하는 바는 미국이 악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은 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국가들을 지지해야 하고 모종의 진보적 세력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입장은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중국을 보는 것은 잘못이다.
지배 체제
제국주의는 그저 강대국이 약소국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는 지배·착취·경쟁 체제다. 기본적으로 제국주의는 강력한 자본주의 국가들이 전 세계를 지배하려고 경쟁을 벌이는 체제다.
자본주의는 통합된 세계경제를 창출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장은 불균등하다. 부국과 빈국이 존재하고, 가장 부강한 국가들은 나머지 나라들을 지배하려고 서로 경쟁한다.
따라서 제국주의를 복수성을 띠는 것으로, 즉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경쟁하는 여러 자본주의 열강으로 이뤄진 체제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역사를 보면, 제국주의는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융합돼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 기업들 사이의 경제적 경쟁은 자본주의의 강력한 동력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생산의 단위인 자본들이 경쟁 때문에 축적하고, 이윤을 추출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지정학적 경쟁은 국가들 사이의 경쟁으로, 경제적 경쟁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이다. 지정학적 경쟁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지정학적 경쟁을 벌이는 지배계급들은 영토 지배를 둘러싸고 쟁투를 벌였다. 그런데 19세기 말에 이 두 형태의 경쟁이 융합됐다. 그것이 바로 제국주의다.
당시 자본주의는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려면 자본들이 국제적 규모로 활동해야 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자본들이 국제적 규모로 활동하려면 국가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했다.
역으로, 국가가 국력을 키우려면 강력한 산업 기반이 필요했다. 그래야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고, 특히 첨단 무기 체계를 도입해서 군사력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 국면
이런 관점에서 제국주의의 역사를 세 국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국면은 1870년경에 형성돼 1945년까지 이어진 고전적 제국주의 국면이다.
이 시기에는, 특히 영국(1차 산업혁명의 중심이자 19세기에 지배적인 자본주의 경제였다)과 미국·독일(두 신흥 자본주의 강대국인)의 경쟁이 지배적이었다. 미국·독일은 모두 영국의 경제적·지정학적 영역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산업 생산력에서 영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20세기 초 영국 지배계급은 기로에 놓였다. 미국과 독일 중 어느 쪽과 싸울 것인가? 두 세계대전은 영국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 준다. 영국은 단독으로 승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므로 미국과 동맹을 맺어야 했다.
그 결과 두 차례 무시무시한 전쟁[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이 벌어져 엄청난 파괴와 인명 손실, 홀로코스트라는 참상을 낳았다.
이 과정을 거쳐 미국은 지배적인 초강대국이 됐다.
제국주의의 둘째 국면에서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 이뤄진 서방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블록과, 소련이 지배하는 국가자본주의 블록이 경쟁했다. 이 두 제국주의 블록의 대결이 전 세계를 지배했고, 다른 국가들은 양 블록 중 한 쪽 편을 들 것을 강요받았다.
쿠바는 이 시기의 흥미로운 사례다. 1958년 쿠바 혁명은 민족해방 혁명이었고 미국에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쿠바를 수십 년 동안 경제적·정치적으로 지배해 왔기 때문이었다.
쿠바 혁명에 대응해 미국은 쿠바를 봉쇄했고, 1961년 쿠바를 침공해 피델 카스트로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
이 시도를 좌절시킨 후 카스트로는 소련의 지원을 구했고, 이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로 이어졌다. 소련 핵무기가 쿠바에 배치되면서 제3차세계대전이 촉발될 뻔했다. 그 후 줄곧 쿠바 정권은 소련에 의존해야 했고, 소련 블록에 통합됐다. 이 과정에서 쿠바는 국가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을 대거 도입하는 식으로 생존을 도모했다.
이 둘째 국면을 거치면서 소련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과의 경제적 경쟁을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서방이 소련보다 더 부유하고 기술적으로도 앞섰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1980년대 말 소련 블록이 붕괴한 주된 원인이다.
제국주의의 셋째이자 현재 국면에서는 미국이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을 나머지 세계로 수출함으로써 자국의 지배력을 전 세계에서 공고히 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 70년 동안 추구해 온 경제적 세계화와 세계 자본주의의 개방에서 득을 봤다. 그 덕분에 중국은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 세계 최대 제조국이자 수출국이 됐다.
중국의 부상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동맹 체제 바깥에 존재했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려고 만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의 지정학적 블록이나 국제 기구에 속해 있지 않다.
중국공산당 정권은 자기 나름의 목표가 있다. 바로 미국을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밀어내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한 해군 장성이 미국 해군 장성에게 말한 것처럼 미국을 “진주만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중국 주석 시진핑은 중국 경제가 서방 다국적기업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산업 자본주의 경제를 넘어서도록 중국을 변모시키려 한다. 시진핑의 목표는 “중국제조2025” 전략에 제시된 것처럼 중국을 첨단 산업 경제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지정학적 목표와 기술력 향상, 이 두 요인의 조합은 미국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지속돼 온 미국 해군의 태평양 지배를 위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 미국의 커다란 경제적 이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거대 첨단기술 산업과 IT 기업들의 힘에서 나온다. 미국은 이 우위가 무너질까 봐 두려워한다.
따라서 지금 상황은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미국이 경쟁하던 상황과 비슷하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지난 20년 사이에 일어난 두 사건 때문에 약화됐다.
첫째 사건은 ‘테러와의 전쟁’ 실패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에너지 공급처인 중동에서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프로젝트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참하게 패배하며 완전히 실패했다.
7월 2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 기지에서 벌어진 일은 그 패배의 심각성을 실감케 한다. 미국은 20년에 걸쳐 바그람에 세운 대규모 기지를 하룻밤 사이에 버리고 도망갔다. 그냥 전기 스위치를 내리고 떠나버렸다. 떠난다는 사실을 동맹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정부군에게 알리지도 않고서 말이다. 1975년 베트남 사이공 주재 미국 대사가 헬리콥터를 타고 도망친 것 만큼 굴욕적인 패배는 아니었지만, 심각한 패배이긴 하다.
이런 패배와 함께 국제 금융 위기가 벌어졌다. 이것이 미국을 약화시킨 두 번째 요인이다. 이번 장기 불황은 미국에서 시작됐고,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인정받던 미국의 지도력과 위신과 신뢰에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흠집을 남겼다.
두 마리 토끼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진부한 정치인으로 악명 높던 바이든은 흥미로운 대통령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트럼프와의 연속성이 있다. 중국을 상대로 한 경제 전쟁이 한 사례다.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는 더 체계적이 됐다. 트럼프의 전략은 변덕스럽고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바이든은 중국을 일관되게 적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바이든도 중동에서의 “영원한 전쟁”을 끝내길 바란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와의 이러한 연속성과 함께, 막대한 국가 재정 지출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이런 지출의 재원은 대부분 정부 차입으로 조달됐다. 이를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사실상 21세기의 방식으로 돈을 찍어내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의 사회적·인종적 대립을 완화시키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 대립은 올해 1월 6일 극우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항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두 사건은 미국 지배계급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들은 미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됐는지 깨달았다.
트럼프 재임기의 비화를 폭로하는 최근에 나온 한 책에 따르면, 미국 육군참모총장 마크 밀리는 트럼프가 임기 말에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에 비견할 만한 순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히틀러가 1933년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한 사건을 이용해 독재적 권력을 수립한 것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밀리는 트럼프가 미국에서 독재 정권 수립 비슷한 일을 벌일까 봐 겁에 질렸던 것이다. 미국 지배계급의 우려가 얼마나 컸는지를 드러내는 징후다.
따라서 바이든은 안으로는 미국 사회 내부의 분열을 봉합하면서도 바깥으로는 미국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바이든은 “뉴딜” 운운하면서도 자신의 주요 목표가 중국 국가와 경쟁해 21세기를 쟁취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바이든은 서구 자본가 계급을 다시 단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는 4년 동안 유럽연합과 나토를 홀대하고 브렉시트를 지지해서 이들을 양극화시켰다. 바이든은 이런 분열을 누그러뜨리려 한다.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단일 글로벌 법인세 제안은 그런 재통합 시도의 일환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은 버락 오바마 시절부터 유럽연합과 갈등을 빚어 왔다. 유럽연합이 미국 IT 대기업들에 세금을 물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런 시도에서 그 기업들을 보호해 왔다. 미국 경제에서 그 기업들이 갖는 중요성과 미국의 지정학적 야심 때문이었다. 미국은 유럽 정부들이 미국 IT 대기업에 세금을 물리거나 물리겠다고 위협하면 보복하겠다고 종종 위협했다. 그러나 단일 글로벌 법인세율이 정해지면,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공통의 세율로 서방 지배계급을 하나로 결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쉽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과 투자를 지속해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유럽 통치자들은 이 제안에 반대한다.
위험해지고 있는 경쟁
이 모든 제국주의 경쟁은 매우 위험한 상황을 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군비가 증강되고,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함을 남중국해로 통과시키자는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영국에서 나왔다. 이것은 중국을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 도발에 대응했다면 미국과 영국이 과연 어떻게 대응했을지는 아주 흥미로운 물음일 테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온다거나 1914년 8월 제1차세계대전 개전과 같은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위험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그 운동은 단지 미국이 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다른 제국주의 열강에도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 이런 경쟁을 낳는 제국주의 체제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 인류를 위협하는 것은 바로 그 체제다.
이 글은 7월 12일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 ‘바이든, 중국, 새로운 제국주의’에서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발표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