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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은 서방 제국주의 편드는 것

문재인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군수품을 지원하려 한다. 3월 4일 SBS는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문재인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헬멧, 방탄조끼, 모포, 군화 등 비살상 군용 물자” 지원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제재에 협력하고 있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은행 7곳과 자회사와의 거래를 중단했고, 러시아로의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했다. 또한 국제 금융 결제망(SWIFT)의 러시아 배제에도 동참하겠다고 했다.

나토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러시아 침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대중을 염려해 제재와 군수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와의 동맹 관계를 고려해 결정했을 따름이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행동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국제사회”는 미국 중심의 강대국 질서를 의미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만의 전쟁이 아니다. 미국과 서유럽 강대국들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뒤에 그들이 있다. 소련 해체 이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미국과 서유럽 국가 주도의 집단 군사 동맹)의 공격적인 동진이 러시아를 자극했고,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된 배경이 됐다.

푸틴이 그런 것처럼, 나토도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의 경쟁에 필요한 장기짝으로 볼 뿐이다. 이들의 관심은 경쟁자인 러시아 제국주의를 패퇴시키고 우크라이나를 자신들의 세력권에 포섭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대중의 운명을 진심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 러시아 침공 위협이 수개월간 지속돼 왔는데,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들이 무엇을 했는가?

지금도 나토 국가들은 러시아의 최전선인 동유럽에 상당한 군대를 전진 배치해 놓았다. 동지중해에도 미군 항모전단 등 나토 군함들이 있다.

나토의 제재, 무기 지원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위험만 더 키우고 있다. 러시아 푸틴 정부는 핵전쟁까지 경고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서로 살상과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서방 제국주의의 이런 흐름에 보조를 맞추려고 군수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다.

비살상용?

정부 관계자는 총 같은 살상 무기를 제외하고 “비살상용” 군수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쟁은 총과 대포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식량, 모포, 트럭 등 온갖 물자가 동원돼야 한다. 전쟁을 지속하고 전투를 치르는 데 필요한 물자를 지원하면서, “비살상용”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3월 3일 대통령 문재인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와 통화하면서 “굳건한 연대”를 표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도 국내에서 배타적 민족주의를 앞세워 러시아어 사용 주민을 차별했다. 그들이 설사 친러시아 성향이라고 해도 자국 정부에 의해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되는가? 역대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진해 온 나토 가입은 오래 전부터 우크라이나 대중을 심각하게 분열시켜 온 쟁점이었다. 현 우크라이나 정부도 (서방과 러시아 제국주의에 비해 부차적이지만) 문제의 일부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군수 지원과 제재는 그 직접적인 효과는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서방 제국주의에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 주는 효과를 낼 것이다.

한국이 제재를 결정하자, 3월 1일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국정 연설에서 푸틴에게 전쟁 책임을 추궁하는 “자유 세계” 국가들 중 하나로 한국을 언급했다.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 문제로 동맹을 결집시키고, 한국 등의 협력을 자국 제국주의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은 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자유민주주의 vs. 권위주의’ 식으로 동맹을 규합해 왔다. 바이든은 이번 전쟁을 이 동맹을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에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러시아 제국주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좌절하기를 바라지만,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가 선한 편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그들이 이겨도 우크라이나에 진정한 평화와 안정, 번영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들의 의도와 계획에 그런 목표는 없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깊어진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갈등과 적대가 아시아에 주는 부정적 영향(군비 경쟁 격화 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한쪽 제국주의를 편드는 데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