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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행동의 날:
러시아의 침공과 서방·한국 정부의 제재를 반대하다

국제 행동의 날에 참가한 한국인, 외국인들이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과 서방과 한국 정부의 러시아 제재 반대를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3월 6일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서방과 한국 정부의 러시아 제재 반대! 국제 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영국의 평화운동 단체 전쟁저지연합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러시아군 철군, 나토 확장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의 일환으로 열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11일째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마땅히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서방과 러시아의 동유럽 쟁탈전에 의해 갈갈이 찢겨져 왔다는 것이다. 이번 전쟁도 그 비극의 일부다.

그런데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저 러시아의 일방적인 폭거로 묘사되고 있고, 서방 제국주의의 제재와 군사 지원은 러시아라는 ‘절대악’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국내 진보·좌파 단체들도 여기에 거의 도전하지 않고 러시아 규탄에만 주로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런 만큼 이번 집회는 러시아와 미국·서방 제국주의 모두에 반대하고, 한국 정부의 제재 동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노동자연대 회원들과 전쟁에 반대하는 한국인과 외국인들 150여 명은,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씨였지만 활력 있게 구호를 외치며 집회와 행진에 참가했다. 주말에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행진 대열에 호응해 “전쟁 반대”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강력히 규탄했다. 노동자연대 활동가 김영익 씨는 이렇게 연설했다.

“러시아 대군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야만을 낳고 있습니다. ⋯ 핵발전소를 점령하려는 위험천만한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침공이 지속되면 우크라이나 민족 간 분열은 더 깊어지고 야만적 학살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나토를 동유럽 쪽으로 확장해 오면서 러시아를 자극하고 지금의 전쟁 위험을 낳아 왔습니다. ⋯ 서방의 제재도 전쟁 위험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재가 발효되자마자 러시아가 핵무기 태세를 높이고 ‘제재는 선전포고’라고 밝혔습니다. 제재가 전쟁의 판돈을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푸틴의 의지를 꺾는 것도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맞아 3월 6일 오후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노동자연대 회원들, 전쟁에 반대하는 한국인, 외국인들이 함께 모여 집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과 서방과 한국 정부의 러시아 제재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문재인 정부는 제재에 동참하고 군수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서방의 전쟁 몰이에 힘을 보태고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반대해야 합니다.”

물론,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재를 요구하는 심경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러시아군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제재가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악화시킬 것이라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대학생 강미령 씨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족과 동료들이 죽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제재를 요구하는 심정은 너무나도 이해할만 합니다. ⋯ 그러나 미국과 나토는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친구가 아닙니다. ⋯ 게다가 제재는 푸틴이 러시아의 반전(反戰) 운동을 나토의 꼭두각시로 매도하기 좋게 만들 것입니다.”

이집트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난민 신분으로 한국에 체류 중인 압데라흐만 아테프 씨는 자신도 난민으로서 “참혹한 전쟁에서 생겨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보며 아픔을 느끼고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동시에 아테프 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그런데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는 강대국들, 다른 외국들이 편을 들며 개입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전쟁으로 결국 이득을 보려 합니다. 또, 서방 국가들이 가하고 있는 제재들은 결국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아테프 씨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시리아 등 전 세계 난민들도 잊지 말고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지지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집트 출신 난민 압데라흐만 아테프 씨가 동료들과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미진

한국전력 노동자 이호성 씨도 “이 끔찍한 전쟁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각국 지배자들에 맞서서 저항해야 전쟁을 멈출 수 있습니다” 하고 강조했다.

집회에서는 자국 지배자들의 전쟁 몰이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해외 활동가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전쟁 반대, 난민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활동가 클레어 렘리치는 전화 발언으로 반전 운동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 제재는 결코 전쟁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유럽연합 전투기가 맞붙고 전쟁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제재에 반대한다고 해서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반전 운동을 더 키워야 합니다.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이 어디로든 갈 수 있도록 국경을 개방하라고, IMF가 우크라이나의 채무를 없애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 무엇보다 세계 각지에서 우리는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전쟁 반대” 한 일본인도 집회에 참가했다. 중국·일본·대만 사람들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한자로 팻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미진

푸틴의 혹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반전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러시아 ‘사회주의 경향’도 연대 메시지를 보내 왔다.

“여러분은 전 세계적 투쟁의 자매이고 형제이며 동지들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순간부터 우리는 전쟁 반대를 외치고, 우리 정부의 거짓말을 규탄하여 거리로 나온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체포도 위협도 탄압도 두려워 않고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종로 일대를 행진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하라”, “전쟁 반대, 제재 반대”, “나토 확장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영어로도 “No to War”(전쟁 반대), “No to Sanctions”(제재 반대), 러시아어로도 “нет войне”(‘니옛 바이녜’,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길이 있다. 러시아의 전쟁도 반전 운동과 저항으로 실패하고 서방의 계획도 대중의 저항으로 차질을 빚게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 제재나 서방의 전쟁 지원은 오히려 전쟁을 키울 뿐이다.

서방 제국주의의 문제가 비판의 사각지대에 놓인 듯한 현 국면에서, 이날 집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비극을 낳은 제국주의 체제와 자국 지배자들에 맞서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런 움직임이 더 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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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행동의 날에 참가한 한국인, 외국인들이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과 서방과 한국 정부의 러시아 제재 반대를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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