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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말하다:
나치 집권 코앞까지 간 프랑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나치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이 기사는 같은 제목으로 열린 4월 29일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영상 보기)의 발제와 시청자 토론 요약을 문서화한 것이다.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편집팀이 첨가한 것이다.

마린 르펜의 부상은 좌파와 노동계급 조직들이 파시스트들을 공공연히 발언하고 조직하도록 내버려 둔 결과이기도 하다 ⓒ출처 마린 르펜(페이스북)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자본가 후보이자 주류 우파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파시스트 정당[국민연합] 후보 마린 르펜을 꺾고 당선했습니다. 르펜은 약 1300만 표를 얻어 43퍼센트를 득표했습니다.

오늘 저는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고, 이것이 프랑스 혁명적 좌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자드 부하룬 ⓒ출처 노동자연대TV

먼저, 좌파적·친노동계급적 개혁 공약을 내건 [‘복종하지 않는 프랑스’당의] 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대선 1차 투표에서 간발의 차로 3위를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대선이 그저 파시스트 대 부르주아지의 양자 대결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르펜이 1차 투표에서 멜랑숑보다 많이 득표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쨌든 결선 투표에 진출한 건 르펜이고, 르펜은 결선 투표에서 1차 투표 때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이는 좌파에게 매우 중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는 이를 분석해야 합니다.

이는 사실 오랜 역사적 과정의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주류는 물론, 좌파들 사이에서도 우려스럽게도 지배적이 된 듯한 분석이 있습니다. 르펜이 얻은 표가 주로 마크롱에게 항의하는 성격의 표였고, 주로 서민층(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의 표였으며, 이는 르펜이 한두 가지 개혁 공약을 내고 엘리트층의 대항마를 자처한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르펜의 득표는 엘리트층에 항의하는 서민층의 표?

여기서 국민연합의 정치 전략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을 단지 파시스트이고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들이 조직을 확장하고 득표를 늘리려고 어떤 책략을 부리는지 알아야 합니다.

르펜에 투표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르펜이 서민층(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의 표를 흡수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부분적으로만 진실입니다.

결선 투표에서 아무도 찍지 않은 유권자의 비율이 르펜의 득표율보다 더 높았습니다. 그러니 르펜은 2위가 아니라 3위를 한 셈이죠. 1위는 마크롱, 2위는 기권, 3위가 르펜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들 중 아무도 르펜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르펜에게 투표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정말 참사죠. 우리는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합니다.

오늘 주제가 파시스트의 위협에 맞서는 것인 만큼 멜랑숑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 짚어야 하는 점은 프랑스 대도시 노동계급의 압도 다수는 멜랑숑을 찍었다는 것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프랑스 대도시에는 이민자와 이민자계 사람들이 밀집해 있고, 이들은 압도적으로 멜랑숑을 찍었습니다.

대도시에서 이민자와 이민자계 동료들과 함께 살아가는 프랑스계 백인이라고 부를 만한 노동계급 사람들의 대다수도 멜랑숑을 찍었습니다.

르펜의 표는 대개 농촌과 소도시에서 나왔습니다.

마린 르펜이 서민층 대중의 처지나 빈곤, 물가인상 등에 관해 걱정하는 척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르펜의 공약 어디에도 실제로 친노동계급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좌파들의 문제는 르펜이 친노동계급이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르펜이 파시스트이고 인종차별주의자임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서민층 일부, 농촌 중간계급, 엘리트층 일부, 전통적 르펜 지지층 등 르펜에 투표한 상이한 유권자들을 묶어 주는 것은 바로 인종차별입니다. 이것이 저의 핵심 논지입니다.

인종차별을 발판으로 성장한 파시스트들

이를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국민연합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국민연합[2018년 이후 국민전선의 새 이름]은 프랑스의 여러 극우 정당들을 규합해 ‘명망 있는’ 선거 정당[신나치 정당]을 구축할 목적으로 1970년대에 설립됐습니다.

국민전선 인사들이 가담했던 극우 거리 전투 조직 ‘연합방어그룹’(GUD) ⓒ출처 Les Rats Maudits

당시 여기에 가담했던 자들의 면면을 보면 국민전선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알제리 독립에 반대한 극우 테러 단체 군사비밀조직(OAS)이나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SS)에 속한 프랑스 자원병 부대인 샤를마뉴 사단에 몸담았던 자들, 소규모 극우 거리 전투 단체들, 왕정복고주의자들, 유대인 혐오적 음모론자들, 백인 우월주의자들 등이 포함돼 있었죠.

이처럼 국민전선은 창설 당시 명백한 파시스트 조직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견지하고 있는 목표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프랑스와 유럽 전역에서 신뢰를 잃은 파시즘을 주류 우파 정치 무대로 복권시킬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국민전선의 창립자는 마린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94)이었습니다. 장마리 르펜 자신의 이력도 더럽습니다. 알제리 독립 전쟁 당시 독립 투사들을 고문한 자입니다.

장마리 르펜은 조금씩 투표 기반을 구축해, 결국 2002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에 진출했습니다. 사상 최초로 파시스트 후보가 프랑스 대선 결선에 진출한 것입니다.

당시 장마리 르펜의 공약은 명백히 인종차별적이고, 유대인 혐오적이고, 이슬람 혐오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의심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장마리 르펜이 당시에 수백만 표를 얻어 결선 투표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류 정치권과 주류 언론의 인종차별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그 후에도 줄곧 강화됐죠.

주류 측의 인종차별이라 함은 우파 정치인들뿐 아니라 일부 좌파 정치인들도 공유하고 매스 미디어가 유포한 인종차별을 말합니다. 그들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이민자에게 돌리거나,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의 소위 ‘문화적 통합’ 문제를 거론했죠.

그래서 모두가 파시즘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아니지만, 파시즘이 공론장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전반적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장마리 르펜에게서 당을 물려받은 마린 르펜도 본질적으로 같은 전략을 추구해 왔습니다. 물론 특정 언사를 좀 삼가거나, 미디어 전략을 바꾼다든가 하는 전술적 변화는 있었지만, 기본 정치 전략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그 전략은 파시즘 전략, 즉 파시스트 정당의 권력 장악을 위한 전략입니다. 이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국민연합(국민전선)의 전략

장마리 르펜이나 마린 르펜, 국민연합에 투표한 사람들이 모두 파시스트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 인종차별주의자이긴 하죠. 하지만 꼭 파시스트인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모두 파시스트라면 현재 프랑스에는 파시스트가 1300~1400만 명이나 있다는 건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겠죠.

파시스트들의 전략은 파시스트들로 이뤄진 핵심부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것입니다. 국민전선의 핵심부는 파시스트들이었고 지금도 [국민연합도] 그렇습니다.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핵심부를 중심으로 더 광범한 지지자들, 투표자들, 어떤 식으로든 마린 르펜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동심원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이데올로기적 고리는 바로 인종차별입니다. 이 점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파시스트 중핵 주변에 이런 광범한 외연을 구축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했습니다.

첫째, 정치적 주류의 인종차별이 더 심해져야 했습니다. 르펜뿐 아니라 프랑스 정계·언론계·법조계가 무슬림과 난민, 이민자 등을 배척하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인종차별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이것이 르펜에게 필요한 첫 번째 요소였습니다.

지난 5년 마크롱 정부를 포함한 프랑스 주류 정치권은 이런 환경을 르펜에게 사실상 갖다 바쳤습니다.

마린 르펜에게 필요했던 둘째 요소는 이런 기류에 편승해 르펜 자신과 국민연합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인종차별적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국민연합에 투표하거나 국민연합의 존재를 승인하는 것을 꺼림직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를 — 달리 이를 말이 없기에 — ‘국민전선의 정상화’라고 합니다. 즉, 국민전선이 프랑스 정치에 편입돼서는 안 될 반민주적 파시스트 ‘아웃사이더’라는 생각을 불식시키는 것이죠.

이것이 마린 르펜이 주력한 문제였습니다. 시간 관계상 간단히만 말하면, 마린 르펜과 국민연합은 유대인 혐오와 홀로코스트 부인에서 이슬람 혐오로 초점을 옮기려 했습니다. 이슬람 혐오가 프랑스 사회에서 좀 더 받아들여질 만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죠. 이건 우리의 특별한 분석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스스로 밝힌 바입니다.

그래서 인종차별 문제가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나치 본색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민연합은 프랑스에서 ‘정상적인’ 정당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국민연합 인사들은 언론에 자주 초청됩니다. 다른 정치인들, 안타깝게도 일부 급진좌파 인사들이 국민연합 인사들과 함께 TV 대담이나 대중 토론회를 하기도 합니다. 국민연합이 파시스트 정당이라는 것부터가 급진좌파 측에서조차 논쟁거리인 실정입니다.

한 꺼풀만 벗겨 보면 국민연합의 본색은 나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역 지도부 수준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들 중 일부는 소규모 극우 거리 전투 조직의 회원이었거나 지금도 회원입니다. 나이를 먹은 축도 학생 시절에 악명 높은 프랑스 극우 거리 전투 조직 ‘연합방어그룹(GUD)’에서 활동한 자들입니다. 마린 르펜이 특별할 것 없는 인종차별적 담론을 펴는 듯이 굴지만, 한 꺼풀만 벗겨 보면 국민연합을 실제로 조직하는 자들은 모두 파시스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백 번 양보해, 설령 마린 르펜의 득표에 이른바 ‘항의의 성격’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마린 르펜이 파시스트가 아니라 엘리트층에 맞선 대항마를 자처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인종차별 덕분입니다.

혁명적 좌파의 과제들

지금까지 다소 암울한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좌파의 정치 전략과 우리[혁명적 좌파]의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1차 투표 이후, 안타깝게도 많은 — 전부는 아닙니다 — 좌파들이 “좌파, 노동조합, 모든 노동계급 조직들이 마크롱 투표를 외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노선은 틀렸습니다. 제 생각에 이는 현실을 부정하다 패닉에 빠질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여기서 현실 부정이라 함은 마린 르펜이 더 강력해져 결선 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을 부인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나 충분히 예측한 바였죠.

여기서 현실 부정이란 노동조합과 많은 좌파단체가 국민전선의 성장을 저지하겠다는 생각을 정치적으로 포기한 채 여러 해, 실로 수십 년을 허비했다는 것입니다.

좌파 정당들, 노동조합들, 노동계급 조직들은 국민전선과의 정면 대결을 오랫동안 회피해 왔습니다. 어떤 면에서 좌파들은 이렇게 체념하는 듯합니다. ‘마린 르펜의 득표는 늘어날 것이다. 좌파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좌파야말로 노동계급의 이익을 더 잘, 더 진정성 있게 대변할 수 있음을 보이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러면서 마린 르펜을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파시스트라고 규탄하거나, 르펜 주위에 ‘접근하지 마시오, 파시스트임’이라고 적힌 차단선을 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좌파들은 선거 자체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선거는 정치의 매우 작은 일부일 뿐입니다. 급진좌파에게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마린 르펜을 에워싸는 포위망을 부활시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종차별 반대 투쟁을 전진시키고 노동계급 투쟁을 실질적으로 전진시켜야 할 뿐 아니라, 노동계급의 경제 투쟁을 가능한 한 정치화해야 합니다.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인종차별 반대 투쟁도 벌여야 하는 것이죠. 인종차별은 노동계급을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마린 르펜을 실제로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회

지금까지 드린 말씀이 어쩌면 다소 비관적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경제 투쟁, 정치 투쟁, 인종차별 반대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넘쳐납니다.

우선, 멜랑숑이 매우 아슬아슬하게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을 봐야 합니다. 멜랑숑의 공약 중에는 우리가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고 해도 말입니다. 파리의 투표 결과를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멜랑숑에게, 부유층은 마크롱에게 투표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매우 뚜렷합니다.

물론 선거는 기층에서 일어나는 일의 단면을 힐끗 보여 줄 뿐입니다. 제가 속한 ‘계급 독립성’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듯이, 멜랑숑의 득표는 프랑스 사회의 ‘우경화’가 아니라 ‘양극화’를 보여 줍니다.

한편에는 르펜으로 대표되는 인종차별주의자들, 그리고 마크롱으로 대표되는 자본가들과 주류 우파들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체제와 부유층에 불만을 품은 노동계급 대중이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멜랑숑이 이들을 대변했지만, 노동계급 대중의 불만은 멜랑숑으로 대표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하고 깊습니다.

정리하면, 우리[혁명가들]의 과제는 이렇습니다.

첫째, 지역적으로, 기층에서 계속 조직하기. 이번 선거에서 아예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도 매우 많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파시즘에 맞선 운동을 계속 건설하기. 파시스트 단체들은 마린 르펜의 선거 성적에 고무돼 기층을 조직하려 할 것입니다. 우리도 이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조직해야 합니다.

선거를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터·지역사회·거리에서 노동자들의 자체 조직을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변화는 그런 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인종차별과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을 매일같이 조직하는 것, 이것이 르펜과 마크롱 모두에 맞설 방법입니다.

발제자의 정리

질문과 주장 감사합니다. 한 분이 파시즘의 본질과 목표에 관해 말씀하시면서, 파시즘이 시대에 적응하면서 형태를 조금씩 바꿔 왔지만 그 본질은 제2차세계대전 이전과 같다고 지적한 것에 특히 공감합니다.

파시즘의 특성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 발언자가 지적했듯이, 파시즘의 목적은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고, 파시즘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계급 조직 일체를 파괴하는 반동적 중간계급 대중운동을 건설하려 합니다. 중간계급을 노동계급 조직을 파괴할 공성 무기로 이용하는 것이죠.

국가

국가 권력을 빌려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저도 동의합니다. 여러 발언자들이 지적했듯이 [자본주의] 국가의 인종차별과 그 국가 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마크롱 등 중도 세력이야말로 파시즘이 성장할 토양을 마련해 준 자들이죠.

파시즘에 맞서 국가와 지배계급에 의존하는 것은 자가당착적인 전략입니다. 파시즘과 사용자들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노동계급과 서민층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와 지배계급에 의존하면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특히, 파시즘에 맞서는 데에서 국가는 더더욱 믿을 수 없는 세력입니다. 자본주의가 극심한 위기에 처하면 이들은 오히려 파시스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좌파가 그들과의 동맹에 손발이 묶여 있다면 완전히 무장 해제될 것입니다. 마치 1930년대 독일에서처럼 말이죠.

주류 정당의 와해

프랑스의 주류 좌파 정당인 사회당과 주류 우파 정당인 공화당이 왜 그렇게 와해되다시피 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노란 조끼 운동이 프랑스 정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동일합니다.

사회당과 공화당은 역사적으로 프랑스 자본주의의 관리자 구실을 해 온 주류 정당들입니다. 프랑스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지자 이 전통적 관리자들도 위기에 빠진 것입니다. 평소에는 공화당이 집권하다가 사회당이 집권하다가 하는 일이 되풀이됐지만, 결국 어느 쪽을 선출해도 바뀌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장기 위기, 실업률이 높고 경제가 안 좋은 시기가 지속되자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전통적 관리자들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이것이 곧바로 좌파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전장이 열리는 것뿐입니다. 이것은 위기를 둘러싼 쟁투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 파시스트들이 무엇을 하느냐, 국가가 무엇을 하느냐에 그 결과가 달려 있습니다. 향후 위기 속에서 벌어질 일과 그 결과는 모두 정치[정치 투쟁과 이를 위한 정치적 주장]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점거

학생들의 점거 투쟁에 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대학을 점거한 대학생들도 많고, 고등학교를 점거한 고등학생들도 많았습니다. 15~17세의 학생들이 거리에서 경찰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지요.

그들의 주된 구호는 “마크롱도 르펜도 아니다”였습니다. 언뜻 보면 정치적으로 다소 틀린 구호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크롱과 르펜이 똑같다고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시위 현장에서 이들이 외치는 구호를 직접 들어 보면, 그것은 르펜을 겨냥한 인종차별 반대 구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된 정치적 분위기는 “마크롱과 르펜은 똑같다”가 아니라 “둘 다 원하지 않는다”입니다. 두 메시지는 같은 게 아니죠.

이 학생들이 특정 정치 경향에 속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단체들, 특히 급진좌파 단체들과 학생회들이 점거와 시위에 개입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

좌파

마지막으로, 프랑스 좌파들의 상태가 어떤지, 그들이 파시즘에 맞설 태세가 돼 있는지에 답변해 보겠습니다.

프랑스 좌파 다수가 이슬람 혐오에 관해 형편없는 입장을 취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슬람 혐오에 관한 프랑스 좌파의 입장은 10년 사이, 특히 지난 5년 사이에 훨씬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혐오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이슬람 혐오와 파시즘에 맞서 싸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프랑스 좌파들 사이에서 앞으로도 많은 논쟁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좌파가 전열을 정비해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서는 역사적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저희[프랑스의 혁명적 좌파]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두 전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첫째 전선은 앞에서 주되게 설명드렸던 것처럼 파시즘의 특성을 부정하거나, 또는 “마린 르펜은 이제 파시스트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또, 이와 사실상 같은 주장인 “모두가 파시스트다”라는 주장에도 맞서야 합니다. 모두가 파시스트라면 파시스트라는 규정이 무의미해지겠죠.

둘째 전선 — “전선”이라고 했지만 사실 밤낮으로 협력하는 다른 좌파들과의 동지적 토론입니다 — 은 반(反)파시즘 투쟁을 거리 전투[여기서는 물리적 가투를 뜻함]로 환원하는 견해와의 논쟁입니다.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조직된 소수가 파시스트 조직을 찾아다니며 물리적 충돌을 벌이는 것으로 반파시즘 투쟁을 이해합니다. 물론 파시스트들과 물리적 충돌을 마다해서는 안 되겠지만, 저는 대중 운동 건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것입니다.

전망을 말씀드리며 정리 발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르펜도 마크롱도 아니다” 양자택일을 거부하며 시위를 벌이는 프랑스인들. 4월 16일 파리 ⓒ출처 DIACRITIK/Jean-Philippe Cazier

현 상황에서 주요 단체들과 대형 노동조합의 대표들을 불러모으는 것으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간층과 기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상층과 기층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층에서 파시즘에 맞선 공동전선을 건설하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연단에 지도자들을 세우고 공동전선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는 투쟁을 건설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끝나고 결선 투표를 앞둔 시기에 “마크롱도 르펜도 아니다” 하고 외치면서 점거를 벌인 학생들을 두고 한 프랑스 우파 언론인이 했던 논평을 인용하며 발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매우 두렵고 걱정된다. 청년들은 이제 민주적인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지나치게 급진화하고 있다. 미래가 매우 걱정스럽다.”

그래서 저희는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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