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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마크롱이 이겼어도 나치의 위협은 증대하고 있다
르펜은 2017년보다 더 강력해졌다

파시스트 마린 르펜이 프랑스 대선에서 낙선했지만, 르펜의 득표는 늘었다 ⓒ출처 Lorie Shaull

4월 24일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신자유주의자 에마뉘엘 마크롱이 파시스트 마린 르펜을 58퍼센트 대 42퍼센트로 꺾고 당선했다. TV 뉴스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 시위가 시작됐다. “르펜이 싫어서 시위에 나왔어요. 하지만 마크롱이 앞으로 5년 동안 공격을 벌이리라는 것도 알아요.” 파리 거리 시위에 참가한 학생 파트리스가 〈소셜리스트 워커〉에 한 말이다.

마크롱은 파시즘의 전진을 막을 방벽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파시스트 정당 국민연합(과거에는 국민전선)은 세 번이나 대선 결선에 진출했는데, 이번이 승리에 가장 가까웠다.

1차 투표에서 그들의 득표율이 어떻게 올랐는지 보자. 이들은 1974년에 0.75퍼센트, 1995년에 15퍼센트, 2012년에 18퍼센트, 2017년에 21퍼센트를 득표했는데, 올해는 23퍼센트 이상을 득표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더 나쁘다. 역겨운 극우, 이슬람 혐오자인 에릭 제무르도 1차 투표에서 7퍼센트를 득표했다. 그리고 또 다른 극우 후보까지 합치면 극우·파시스트 후보들은 도합 32퍼센트 넘게 득표했다.

신자유주의

르펜은 평범한 사람들의 편을 자처하고 급등하는 생활비에 대한 걱정에 공감한다고 말하며 표를 얻었다. 그러나 르펜은 선거 이후에 연 행사에서 국민연합의 진정한 청중이 누구인지를 드러냈다. 그 행사는 파빌리옹 다르므농빌에서 열렸는데, 이 곳은 매우 부유한 동네인 파리 제16구(區)의 불로뉴 숲에 있는 행사장이다.

4월 24일 투표에서 파시스트가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일차적으로 마크롱의 정책들 탓이 크다. 지난 5년 동안 노동계급을 혹독하게 공격했던 정책 말이다. 신자유주의에 도전한 ‘노란 조끼’ 운동을 야만적으로 탄압하는 등의 일이 지난 5년 동안 계속됐다. 시위 진압 경찰이 휘두른 폭력에 시위 참가자들은 손가락이 잘리고 실명하기도 했다. 경찰은 난민들의 천막을 찢어발겼고, 국가는 억압적 법률을 무더기로 제정하고 무슬림을 거듭 공격했다. 마크롱 정부의 내무장관 제랄드 다르마냉은 르펜이 이슬람에 “무르게 군다”고 비난했다.

마크롱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 5년 전에는 전체 유권자의 44퍼센트가 마크롱에 투표했는데, 이번에는 38퍼센트가 마크롱에 투표했다. 1969년 대선에서 조르주 퐁피두가 당선했을 때 이후 최저치다. 기권율은 지난 반세기 넘는 기간을 통틀어 가장 높은 28퍼센트를 기록했다. 진정한 선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십 년에 걸친 과정이 누적된 결과다. 애초에 프랑스 파시스트들의 지지 기반은 작았다. 대부분은 알제리 식민 전쟁을 지지한 전직 군인들이었다. 그중 다수는 1960년대에 알제리와 프랑스에서 수백 건의 테러와 수천 건의 살인을 저지른 ‘군사비밀조직(OAS)’의 조직원들이었다.

인종차별

파시스트들의 성장에는 전통적 지배계급이 평범한 사람들을 공격한 데 따른 환멸이 일부 작용했다. 그러나 결정적 요인은 “중도” 정치 세력들(과 좌파들 대부분)이 이슬람 혐오, 반(反)로마인·반(反)이민 정책, 권위주의를 수용한 것이었다.

그래서 국민전선의 창립자이자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은 그들이 정부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단독 집권도 가능하다고 지지자들에게 뽐낼 수 있었다. 장-마리 르펜은 프랑스인들이 “복제품보다 원조를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2004년에 프랑스 의회는 우파와 사회당의 지지 속에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도 우파, 중도 좌파, 심지어 극좌파 일부도 무슬림의 관습이 “공화국”과 세속주의, 여성의 권리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선 1차 투표에서 주류 보수 후보인 발레리 페크레스는 제무르가 내세운 극우 음모론 “대전환”[유럽 백인들이 이민자들로 대체되고 있다는 주장]을 고스란히 따라했다.

또, 주류 정당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공격했다. 위기 때문에 실업과 불확실성이 커진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파시스트들의 정책을 법제화하는 동시에, 파시즘을 배양하는 절망과 환멸을 부추긴 것이다.

그러는 동안 영국 우파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새로운 프랑스 혁명”이라는 헤드라인과 두 면짜리 특집 기사를 실어 르펜이 2017년 대선에서 거둔 성공을 축하기도 했다.

파시스트들은 다른 방면에서도 전진하고 있다. 전통적인 파시스트 전략에는 ‘거리의 군대’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정규군과 구별되는 이 ‘거리의 군대’는 좌파를 분쇄하고 유대인·무슬림·이민자 같은 희생양을 괴롭히고 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르펜이 그런 집단을 거느리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런 것이 성장할 잠재력이 힐끗 보인다.

극우 단체 ‘제네라시옹 Z’(제무르 지지 단체)는 좌파, 성소수자,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들을 공격했다. 지난주에 극우 지지자들은 좌파 학생들의 점거 농성장을 침탈했다.

국가 기구에도 파시스트 지지자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다. 2021년에 한 무리의 퇴역 장성들은 이른바 “조국을 해치는 해체 상태”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키겠다고 위협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찰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경찰의 42퍼센트는 제무르에게 투표했고, 60퍼센트는 파시스트·극우 후보들에게 투표했다.

앞으로 5년 동안 마크롱은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고, 복지를 공격하고, 무슬림을 표적으로 삼고, 노동계급 조직을 탄압하며 파시스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그 위험성은 매우 뚜렷하다.

좌파는 투쟁해야 한다

파시스트 부상의 이면에는 좌파의 실패가 있다. 명백한 실수 하나는 장-마리 르펜과 그의 뒤를 잇는 마린 르펜을 “여느 우익 정당”과는 다른 나치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을 나치로 규정하고 그런 규정에 걸맞게 모든 노동계급 조직을 파시스트에 맞선 행동으로 단결시켜, 파시즘에 맞서 선전·조직하고 거리에서 파시스트들의 집회를 해산시키고 그들과 맞붙어야 했다.

그러나 더 광범한 정치적 실패도 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프랑스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은 정부를 운영하며 지지자들을 배신했다. 그 결과 지금은 당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번 대선 1차 투표에서 사회당은 고작 1.74퍼센트를 득표했다. 부자들에 득이 된 사회당의 통치 탓에 수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이 파시스트들의 거짓말에 넘어갈 수 있었다.

급진 좌파 장뤽 멜랑숑의 책임도 크다. 멜랑숑은 1차 투표에서 22퍼센트를 득표했다. 르펜에 겨우 42만 표 뒤진 것이었다. 많은 대도시 노동계급 사람들이 멜랑숑을 지지했다. 멜랑숑을 찍겠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투표소도 몇몇 있었다. 투표에 참가한 무슬림의 69퍼센트가 멜랑숑을 지지했다.

이 세력으로 대규모 시위를 조직할 수도 있었다. 멜랑숑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결선 투표에서 누가 당선하든 거리 시위에 나서자. 투표 다음 날 일손을 놓자. 파시스트에게든 은행가에게든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자.’

그러나 멜랑숑은 그러지 않고 선거에 전적으로 집착하고 있다. 멜랑숑은 유권자들에게 6월 총선에서 자신을 총리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으며, 공산당·녹색당과 극좌파 정당인 반자본주의신당(NPA)과 선거연합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책략으로 극우를 저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결정적 전투는 작업장과 거리에서 벌어질 것이고, 그러한 투쟁은 노란 조끼 운동, 2019년 연금 개악 반대 파업, 여성 운동, 환경 운동,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발판으로 삼아 건설될 것이다. 이런 투쟁들은 모든 기성 세력에 맞설 정치적 도전의 바탕이 돼야 한다.

4월 27일에 몇몇 문장들의 번역을 더 매끄럽게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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