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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나치, 파리에서 가두 행진하다

5월 초 파리에서 나치가 벌인 가두 행진은 끔찍한 경고 신호였다. 영국의 혁명적 좌파 주간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편집자 찰리 킴버가 파시즘이 그 형태가 무엇이든 위험한 이유를 설명하고, 파시즘에 맞서고 파시즘을 찌그러뜨리고 물리칠 세력이 누구인지를 묻는다.

최근 검은 옷과 복면 차림의 나치들이 파리 거리에서 공공연히 행진한 장면은 프랑스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이고 소름 돋는 것이었다.

이 행진의 주최는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이 아니었다(많이들 간과하지만 국민연합도 명명백백한 나치 정당이다). 그날 행진한 무리는 파시즘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한 무리의 주변적 폭력 집단들이었다.

파시스트 단체들은 몇 년 동안 잠잠했지만 최근 되살아났다 5월 1일 깃발 들고 파리 시내를 행진하는 나치들 ⓒ출처 Comite du 9 Mai

그들은 행진을 마무리하며 “유럽, 청년, 혁명”이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이 구호는 파시스트 학생단체 연합방어그룹(GUD)의 표어다.

행진이 끝나고 “음악의 밤”이라는 나치 행사가 이어졌다. 파시스트들은 거짓 명칭을 걸고 그 행사를 조직해 시몬 베유 회관에서 개최했다. 이 회관의 이름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상징적 인물인 시몬 베유를 기리려는 취지에서 붙인 것이다.

그 행진은 파시스트들의 폭력이 점차 거세지는 더 큰 흐름의 일부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극우·파시스트 활동가들이 좌파 시위대·단체를 공격한 일이 3월 마지막 2주 동안 15건 있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시위대의 일부를 공격하거나 학생들의 점거 농성장을 습격한 것 등이었다.

오토바이 헬맷을 쓰고 징이 박힌 장갑을 낀 파시스트 무리가 한 학생의 코뼈와 턱뼈를 부러뜨린 일도 있었다. 그밖에도 칼과 쇠곤봉, 심지어 총까지 동원해서 공격한 일도 있었다.

5월 11일 프랑스 서북부 도시 셍브레뱅레팽에서는 시장인 야닉 모레즈가 사임하고 도시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일이 있었다.

모레즈는 파시스트들의 거듭되는 공격에 시달렸다. 모레즈의 집에 화염병이 날아오기도 했다. 모레즈가 셍브레뱅레팽에 난민 지원 시설 설치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그런 공격이 벌어졌다. 모레즈는 시장 사임을 선언하며 “국가가 수수방관했다”고 규탄했다.

파시스트 단체들은 몇 년 동안 잠잠했지만 최근 되살아났다. 그런 단체들로는 [앞서 언급한] 연합방어그룹뿐 아니라, 반유대주의적이고 왕정 복고를 주장하는 ‘프랑스의 행동’, 국민연합 친화적인 ‘코카르드 학생회’ 등이 있다.

르펜

파리 행진이 너무도 노골적이었기 때문에, 프랑스 국가와 르펜, 노동조합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르펜은 이번 행진을 비난했다. 자기 이미지에서 “독소를 빼내”려고 여러 해 동안 노력했는데, 바로 그 연장선 상에서 그런 것이다. 르펜은 히틀러식 경례를 하고 물리적 공격을 미화하는 세력과 선을 그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르펜은 경찰이 복면 시위대를 단속했어야 했다고도 말했다. 그 속내는 경찰이 그런 권한을 좌파에게 휘둘렀으면 하는 것이다.

국민연합은 자신들이 파시즘 전통과 결별했다고 포장하지만, 국민연합이 거리 깡패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음은 번번이 드러난다.

르펜과 한때 긴밀하게 협력했던 옛 연합방어그룹 회원 두 명(악셀 루스토, 올리비에 뒤게트)이 이번 나치 행진에 참가했다.

프랑스 국가의 초기 입장은 그 행진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후 내무장관 제랄드 다르마냉은 태도를 급히 바꿔, 앞으로는 그런 모임을 금지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다르마냉은 ‘프랑스의 행동’ 유관 출판물에 글을 실은 적이 있고, 어쩌면 그들의 여름 캠프에 참가했을 수도 있다.

다르마냉은 다가올 선거에서 르펜과 붙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시위 진압 병력을 훨씬 더 단단히 무장시키고자 한다.

국가가 파시즘을 규제하리라는 기대는 무망하다 5월 1일 깃발 들고 시위하는 나치들 ⓒ출처 Comite du 9 Mai

노동조합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5월 13일에 ‘프랑스의 행동’에 맞선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집회 날짜를 ‘프랑스의 행동’ 집회와 같은 날로 잡지는 않았다.[즉, 맞불 집회가 아니다.]

나치들의 행진은 프랑스에서 파시즘에 대한 광범한 논의를 촉발했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르펜을 파시스트로 보지 않는다.

차기 대선에서 국민연합이 승리하더라도 1933년에 히틀러가 독일 총리가 된 것과 같지는 않다는 것이 분명 사실이다.

르펜에게는 아직 대중적 거리 운동이 없고, 지배계급에게는 민주주의를 말살할 정권에 도박을 걸 생각이 아직은 없다.

하지만 국민연합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살짝 다른 마크롱’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르펜은 무슬림과 이민자들에게 지금보다도 훨씬 가혹한 법을 적용하려 들 것이다.

르펜은 경찰의 면책 범위를 대폭 늘리고 노동조합의 힘을 파괴하려 할 것이다.

아마도 가장 두드러질 것은, 최근 파리에서 행진했고 “아래로부터” 파시즘 강령을 실천하려 하는 그런 거리 깡패 조직들이 르펜의 집권으로 더 대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고약한 위험

그런데 르펜의 이런 고약한 위협을 지적하면, 프랑스 좌파 일각에서는 마크롱에 맞서는 것만이 실질적인데 괜히 주의를 분산시킨다고 본다.

급진적 잡지 《프뤼스트라시옹》은 최근 한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마크롱의 정책은 오늘날 유럽에서 집권 중인 여느 극우 정부에 견줘 더 잔인하고 더 권위주의적이다. 이주민 혐오적이기는 극우 정부들과 매한가지다.”

“독재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파시즘 요소를 품고 있는 고전적 극우 정치 속에서 살고 있다.”

마크롱은 연금 개악을 통과시키려고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분명 마크롱은 경찰 폭력을 휘두르고 노동자들이 쟁취했던 사회적 권리를 공격한다. 그러나 마크롱을 “현존하는 파시즘”으로 보면 중요한 사실을 여럿 간과하게 된다.

만약 노동자들이 연금을 둘러싼 전투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그것은 국가 폭력 때문이 아니라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운동을 주저앉혔기 때문이다.

파시즘은 노조 할 권리를 파괴하고 노조 지도자들을 탄압한다. 반면 마크롱은 노조 관료들에 의지한다.

파시즘은 선거와 의회를 없애버린다. 반면 마크롱이 대규모 시위에 양보하기를 거부하면서 드는 뻔한 명분은 자기가 대선에서 승리했고 헌법의 틀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과 파시즘 사이에는 관계도 있다.

데이비드 비덤은 저서 《파시즘에 직면했던 마르크스주의자들》에서 파시즘이 의회 시스템 내의 인종차별적 주류 우익과 두 가지 형태로 관계 맺을 수 있다고 썼다.

그 두 가지는 “계승과 동시적 상호작용”이다. “계승”이란, 마크롱이 이민자들과 무슬림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그들의 권리를 가차없이 빼앗고 경찰의 야만적 행위를 지지한다고 해도 르펜의 지지 기반을 잠식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르펜의 견해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짝퉁이 아니라 원조를 선택하라”고 파시스트들이 말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마크롱은 르펜에 맞설 방벽이 아니라 르펜의 길을 예비하는 노릇을 한다.

“동시적 상호작용”이란, 마크롱은 자신의 인종차별을 파시스트들이 지지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더 대담하게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시스트들은 의식적으로 다른 우익들에게 자신의 촉수를 뻗친다.

르펜은 언제나 이런 전략을 추구해 왔다. 최근 국민연합 의원 두 명이 초당파적 성소수자 반대 조직을 설립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워키즘[정치적 올바름을 비하하는 멸칭]의 극단적 오용이 우리 문명을 파괴하는 이데올로기를 이루고 있고, 우리는 그에 맞선다.”

언젠가 마크롱의 프로젝트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일부는 파시즘과 협력하거나 더 나아가 파시즘 운동에 가담할 수 있다.

계급투쟁

르펜을 물리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파시즘 반대라는 특정한 목적으로 결집한 공동전선이다. 5월 1일 르아브르에서 르펜의 연회에 맞서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들이 조직했던 것이 그 비슷한 사례다(아래 사진). 둘째, 계급투쟁을 가속화해서 노동자들이 국민연합과 결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르펜을 추방하고, 모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하라” 5월 1일 르아브르에서 열린 파시즘 반대 집회 ⓒ출처 MSolidarites

지금까지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지만 국민연합의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았다. 르펜의 대선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들도 숱하게 많다.(차기 대선은 2027년에야 잡혀 있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저항이 수위가 높아도 너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350만 명이 행진했지만 많은 노동자들은 직접 참가하지 않았다. 위기의 시기에는 정치적 양극화가 일어나 좌파와 우파가 모두 성장할 수 있다. 그 결과를 결정하는 요인은 정치적 개입과 노동자 투쟁의 강력함이다.

3월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는 사람들에게 시위가 “더 강경해져야” 한다고 보는지 물었다. 2022년 대선 때 좌파 후보 장뤽 멜랑숑에 투표했던 사람들 중 63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르펜에 투표했던 사람들 중 63퍼센트도 마찬가지로 답했다. 르펜 자신은 시위의 확산, 전투적 파업, 도로 봉쇄 등에 반대하는데도 말이다.

만약 무기한 총파업이 벌어졌더라면 노동자들의 힘도 보여 주고 르펜과의 긴장도 커졌을 것이다.

국민연합을 지지하는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르펜이 기업주들의 후원을 받고 있음을 목도했을 것이다.

그런 파업은 연금 등의 쟁점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 투쟁은 인종차별을 약화시키는 아주 반가운 효과도 낼 것이다.

인종차별에 맞서는 것은 계급투쟁의 일환인데, 차별은 마크롱과 기업주들에 맞서 이뤄야 할 단결을 해치기 때문이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과 협력하고 있는 프랑스의 혁명적 좌파 단체 ‘계급 독립성’은 이렇게 말했다. “파시즘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파시즘이 전진을 꾀하는 두 전선, 즉 경찰국가·인종차별·군국주의 강화에 맞서는 것과 자본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 모두에 맞서는 것이다.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마크롱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마크롱에 맞선 투쟁이 강력해질수록 르펜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민족이라는 신화나 인종차별을 극복하도록 계급의식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인종차별 반대는 노동계급의 대규모 공세의 일부이자 핵심 주장일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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