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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 프랑스:
수십만 명이 파시즘에 맞서 행진하다

프랑스 일부 기업주들이 파시즘 정당 국민연합(RN)을 지지한다고 밝힌 데 대한 내용을 증보했다.(6월 19일)

6월 15일 토요일 프랑스 곳곳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파시스트와 그 동맹자들의 부상을 저지하려고 행진했다.

마크롱을 포함한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의 신자유주의와 억압적 정책들은 국민연합 같은 파시스트 성장에 도움을 줬다. 6월 15일 파리 ⓒ출처 Jeanne Menjoulet (플리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파리에 모인 25만 명을 포함해 프랑스 전역에서 64만 명이 행진했다고 밝혔다. 대도시와 지방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파시즘이 승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줬다. 이런 동원이 파시즘에 맞선 대규모 공동전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200여 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는 조르당 바르델라와 마린 르펜이 이끄는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이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전하고, 6월 30일과 7월 7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에 도전하는 것에 대항하는 첫 행동이다.

이 투쟁의 성패는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에서 파시스트가 중대한 돌파구를 열면 이주민·무슬림을 비롯해 노동계급 사람들 모두에게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과 영국 나이절 패라지 지지자들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성장을 도울 것이다.

프랑스의 신자유주의적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지난 주말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의 정당이 15퍼센트도 득표하지 못한 반면 국민연합이 31.5퍼센트 가까이 득표하자, 한 시간 만에 조기 총선을 선포했다.

프랑스 노동조합들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주의적, 사회적 분출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극우가 권력을 잡을 것이다.

“우리의 공화국과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

파시스트의 위협은 실질적이다. 바르델라는 자신이 총리가 되면 “범법자와 이슬람주의자”를 추방할 수 있게 하는 이민자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행동에서의 단결과 토요일 시위의 에너지를 이어간다면 국민연합을 저지할 수 있다.

프랑스 정치는 격동에 휩싸여 있다. 르펜의 조카 마리온 마레샬은 유권자들에게 국민연합 투표를 호소하다가 자기가 속해 있던 경쟁 극우 정당에서 쫓겨났다.

프랑스 주류 우파 정당 공화당의 대표 에릭 시오티는 국민연합과 선거연합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긴박했던 48시간 동안 시오티를 당 지도부에서 제명하려는 시도가 두 차례 있었다. 시오티는 제명 결정에 항의해 당사 사무실을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농성했다. 그러고는 동료들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제명을 중지시켰다.

프랑스의 보수 정당이 파시스트의 부상에 따라 와해되고 있다. 한편, 왼쪽에서는 신(新)인민전선이 결성됐다. 주류 사민주의 정당인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장뤼크 멜랑숑의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결집한 것이다.

신인민전선을 결성하라는 압력은 주되게 아래로부터 왔다. 청년, 이주민, 노동자들이 자신의 지도자들에게 국민연합에 맞서 단결하라고 요구했다.

신인민전선은 인종차별과 국민연합에 반대하자고 호소한다. 또, 가혹한 실업급여 개악을 폐지하고, 지난해 대중 파업을 촉발한 연금 수령 연령 상향 조처를 되돌리겠다고 공약한다.

6월 15일 파리 시위대가 ‘극우를 물리치기 위한 단결’과 ‘신인민전선 승리’를 촉구하는 배너를 들고 있다 ⓒ출처 Jeanne Menjoulet (플리커)

그러나 신인민전선의 공약을 지배하는 것은 사회당의 정치다. 신인민전선은 멜랑숑의 입장과는 상반되게도 “우크라이나인들의 주권과 자유, 영토 보전”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한다.

팔레스타인에 관해 신인민전선은 “하마스의 학살 테러 이래로 억류된 인질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며 “하마스의 신정주의 프로젝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옳게도 지지해 온 멜랑숑에게 이것은 패배를 뜻한다. 멜랑숑의 적들은 환호하고 있다.

프랑스 공산당 지도자 크리스티앙 피퀘트는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10월 7일에 벌어진 사건을 신정주의(따라서 전체주의) 조직이 저지른 학살 테러라고 말할 수 있게 돼 정말 후련하다.”

신인민전선 후보들 중에는 사회당 소속 전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도 있다. 올랑드는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억압적 법률들을 통과시켜 마크롱과 파시스트들이 부상할 조건을 마련한 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인민전선에 적극 투표하는 것이 옳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핵심 동원은 투표소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파시즘에 맞서 싸우도록 기층에서 이뤄져야 한다.

좌파들이 우파와 한 타협은 르펜에게 도움이 됐다. 예컨대 대선에서 르펜에 맞서 마크롱을 찍으라는 호소는 이후 마크롱이 자행한 공격들로 인해, 좌파에게 먹칠을 한 꼴이 됐다.

마크롱은 파시즘의 전진을 막을 방벽을 자처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파시즘 부상의 디딤돌임이 드러났다.

마크롱의 정책이 낳은 고통과 절망이 파시즘의 성장을 가속시켰다. 마크롱이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고 국가의 탄압 기구를 거듭 강화하는 바람에 파시스트들의 정책이 더 쉽게 받아들여지게 됐다.

주간지 〈르푸앵〉이 웹사이트에서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국민연합이 29.5퍼센트, 좌파 선거연합이 28.5퍼센트의 지지를 받아, 18퍼센트의 지지를 받은 마크롱의 선거연합을 3위로 밀어냈다.

또 다른 여론 조사에 따르면 르펜은 국회 전체 의석 577석 중 195~245석을, 신인민전선은 190~235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연합의 의석은 두 자리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자들은 파시즘에 맞서 행동하는 광범한 공동전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폭넓은 대결에 임하는 운동도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시위를 소집한 것은 다행이지만, 노조는 국민연합의 인종차별주의와 공공연하게 대결해야 한다. 현재 노동조합들의 선전은 대부분 국민연합의 친기업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다.

지난 6월 15일 토요일 인종차별 반대 단체 ‘연대 행진’은 이렇게 밝혔다. “청원과 투표 호소를 넘어선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종차별·파시즘에 맞선 단결이다. 인종차별에 맞서는 사람들, 즉 팔레스타인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프랑스의 누벨칼라도니 식민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단결, 지난해 경찰 폭력에 맞서 들고 일어난 사람들과 연금 개악에 맞서 싸운 수많은 노동자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파시스트들을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몰아내려면, 권력자들이 만들어 낸 절망과 원자화라는 온상에서 파시스트들이 활개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지금이 움직여야 할 때다. 그리고 행동은 거리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주민 강제 수용소를 없애고, 모두에게 자유를! 반(反)이민법을 모조리 폐지하고, 모든 미등록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모두에게 시민권을 보장하라!”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말한다: 파시스트의 위협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파시스트들은 그저 의회를 장악하려는 것만이 아니다. 국민연합의 자신감이 커질수록 이주민·무슬림·좌파를 공격하려 드는 거리 깡패들도 기세가 오른다.

그런 깡패들은 아직 세가 크지 않다. 그러나 바르델라와 르펜이 그런 자들을 대놓고 부추기지는 않을지라도 그들을 크게 고무할 것이다.

르펜이 승리한다면 파시스트 거리 깡패들의 기세도 오를 것이다 ⓒ출처 COMITÉ DU 9 MAI

프랑스 북부 소도시 낭시에서는 파시스트 폭력배가 인종차별 반대 행진을 공격했다. 파시즘 반대 활동가들이 반격하자, 경찰이 나서서 그 파시스트들을 지켜 줬다.

5월 14일 금요일 리옹에서는 파시스트들이 “우리가 빌어먹을 나치다!” “이슬람은 유럽에서 꺼져라!” 하고 외치며 거리를 누볐다.

이 깡패들을 저지하는 행동을 조직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려면 거리 전투뿐 아니라 더 장기적인 활동도 필요하다.

2023년 가을, 파시스트들이 프랑스 북부 생브리외시(市)의 지역 주민 회관 ‘라세르’를 연거푸 공격한 적이 있었다.

프랑스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잘렐과 마누는 이렇게 썼다. “‘라세르’는 연대의 공간이다. 투쟁에 연대하는 공간이자 많은 단체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조경 동호회나 합창단뿐 아니라 파시즘 반대 활동가들이나 퀴어 단체들도 그곳을 이용한다. 그런데 ‘라세르’ 건물 외벽에 네오나치 구호를 낙서한 사건이 세 차례나 벌어졌다. 건물 침입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11월 어느 날 저녁, 세 사람이 쇠파이프로 건물 문을 부수고 그 안에 있던 다섯 명을 공격했다. 그 만행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고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우리는 ‘라세르’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지역 반(反)파시즘 단체의 힘을 합쳐, 공포와 분노를 행동의 원동력으로 전환하려 했다.

“우리는 노동조합, 페미니스트 단체, 퀴어 단체, 생태주의 단체, 반(反)파시즘 단체 등 극우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단체들과 접촉했다. 당시의 물리적 공격은 파시스트들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만들었고, 거기에 맞서기 위해 광범한 단결 행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자아냈다. 우리가 접촉한 단체들 대부분이 함께 연대체를 발족하자는 제안을 수락했다.

“매우 고무적이었던 초동 모임에는 약 20명이 참가했다. 우리의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 힘을 되찾기, 집단적으로 대응하기
  • 파시즘 반대가 더는 ‘안티파’ 단체들만이 아니라 더 광범한 사람들의 과제임을 분명히 하기. 구체적으로 말해, 우리의 호소문은 자본주의 반대를 참가 자격으로 내걸지 않았지만, 복지를 파괴하는 정책들이 극우의 전진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 면에서, 우리는 마크롱보다 왼쪽에 있는 모든 단체들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파시스트들이 성장하도록 기틀을 닦아 준 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 파시즘의 위험성을 알리고 극우 깡패들과 점잖은 체하는 극우 정치인들 사이의 연계를 폭로하기.
  • 국민연합이 사회적 기반을 늘리지 못하도록 그들의 사악한 본성을 다시 분명히 드러내기.
  • 반(反)파시즘 투쟁의 정당성을 재확립하기.

“첫 공개 모임에는 100명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일부 기업주들, 차라리 나치 지지하기로

프랑스 재계는 마크롱의 조기 총선 선포에 화가 나 있다. 사회 불안을 우려해서다.

프랑스경제인협회(MEDEF) 회장 파트리크 마르탱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나라를 점진적으로, 그러나 비교적 빠르게 분열시키고 있는 상황 전개가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주 MEDEF는 보도자료를 내 “극우 파시즘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극좌 파시즘”의 위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몇 기업주들은 이미 파시스트 지지를 공개 선언하고 나섰다. 예컨대 미디어 산업 재벌 뱅상 볼로레가 대표적 사례다.

MEDEF 지역위원장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멜랑숑의 정당은 국민연합보다 훨씬 더 큰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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