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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은 끝나고 있는가?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코로나19 전염병과 관련된 전체 사망자가 약 1490만 명이라고 밝혔다.(5월 5일 기준) 이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 등이 제공하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 624만 명의 갑절이 넘는 수치다.

WHO는 각국 정부의 공식 통계가 팬데믹의 영향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런 발표를 했다. WHO의 발표는 해당 기간의 초과 사망률로, 이전 여러 해 동안의 사망률과 비교해 팬데믹 기간에 늘어난 사망자 수를 센 것이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했거나 누락한 코로나 사망자, 갑자기 늘어난 환자로 의료 체계가 붕괴해 죽음을 맞은 사람들을 모두 포함시킨 수치다.

이들은 대부분 각국 정부의 보건 체계에 포착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처지에 있었거나, 제때 치료받을 곳을 찾지 못해 희생된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부자들이 이런 일을 겪을 가능성은 훨씬 적다.

평범한 사람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감수해야 하는 위험과 그 실제 피해 규모를 과소 평가해 온 각국 정부들은 기업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게 떠들어 왔다. 이들의 이윤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며 방역을 완화할 때마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전 세계 수억 명에 영향을 끼치는 이런 조처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진화의 기회를 제공해 여러 변이들이 출현했다.

지금 한국 정부를 포함해 주요 선진국 정부 대부분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팬데믹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거의 모든 방역 조처들을 중단하고 있다. 한국 정부처럼 사실상 감염을 방치해 면역력을 얻게 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한 나라들도 적지 않다. 치명률이 낮다지만 한국 등 일부 나라에서는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누적 사망자의 절반을 넘는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됐기 때문이다.

현 상태로라면 불과 몇 달 안에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미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스텔스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BA.2.12.1)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법원에서 반대 판결이 났는데도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오미크론의 또 다른 하위 변이들(BA.4와 BA.5)은 오미크론 감염으로 생긴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감염될 확률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워낙 빨리 전 세계에서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바람에 다른 변이가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물론 유전자 변이의 확률로만 보면 이런 얘기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델타 변이도 전 세계에서 확고한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 세계에서는 특히, 생물학의 영역에서는 작은 가능성이 대세로 바뀌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생명체들은 물론이고 바이러스도 적절한 조건에서는 자기 증식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홍콩에서 벌어진 사건은 특히 많은 과학자들을 긴장하게 했는데, 홍콩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 인구 대비 사망자 수가 한국보다 많은 유일한 나라였다. 그런데 조사 결과 그 감염원이 유럽에서 수입한 애완용 햄스터였던 것으로 밝혀져 햄스터 수천 마리를 살처분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설치류에게 감염되고, 다시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 변이 발생의 폭과 속도는 비약적으로 커진다. 오미크론 변이처럼 원형에서 유래한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수 있다.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는 방역 완화를 정당화하려고 단어의 개념 자체를 허무는 완전한 헛소리일 뿐이다. 그 정의상 팬데믹은 전 세계적 규모의 감염병 유행을 뜻한다. 그것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가 여전히 팬데믹의 한복판에 있다는 뜻이지 벗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독감처럼 통제 가능한 병이라는 뜻으로 엔데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그 변이의 폭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신종 감염병에 대해 ‘통제’ 운운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다.

윤석열식 과학 방역?

윤석열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이 ‘정치 방역’이었다며, 자신들은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발표하는 안철수 ⓒ출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장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시점을 두고도 새 정부 취임 이후냐 이전이냐를 두고 한 달 정도의 시차 문제로 다퉜을 뿐 그 방향은 같았다.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는 방역 해제가 ‘성급하다’는 지적을 반복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유지돼야 하는지는 딱히 말한 바 없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를 2급 감염병으로 하향 분류하는 조처가 핵심이다. 한 달간 ‘이행기’를 거치도록 했는데, 예정대로 5월 23일에 이 조처가 전면 적용되면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없어진다.

이는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에도 악영향을 끼치겠지만, 확진자의 치료비와 생계비에 대한 지원이 끊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가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는 식이다. 그런데 윤석열 인수위는 이를 다시 상향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 시행 시점만 여지를 남겼는데, 재정 지출에 민감한 신자유주의자들이 우글거리는 윤석열 정부가 이를 뒤로 많이 미룰 것 같지는 않다.

올해 가을에는(그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다) 십중팔구 재유행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그랬듯 윤석열 정부가 이에 진지하게 대비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윤석열 인수위가 발표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는 공공병원 확충 계획이 전혀 없다. 그러기는커녕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 등 기업주들이 눈독을 들여 온 조처들을 이참에 추진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치료비와 생계비 지원 중단 조처에 반대하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 백신 부작용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또 제대로 된 공공병원과 인력 충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병원 노동자들과 공무원들이 저항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은 취임도 하기 전에 손실보상금 지원 약속마저 어겼다.

광범한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벌어질 때에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