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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위중증, 사망 폭증:
누구를 위한 ‘일상 회복’인가

4월 10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 명 아래로 줄어들자 방역 당국은 주중에 추가 완화 조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포함해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낮추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감염 예방 조처가 모두 중단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병이 아니다. 신고된 수만 따져도 3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 40여 일간 1200만 명이 감염됐다. 전 국민이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치명률이 확진자의 0.1퍼센트로 독감 수준이라지만, 놀라운 전염력 때문에 같은 기간에 1만 1251명이 사망했다. 이런 독감은 없다.

엔데믹?

정부는 방역 완화가 코로나19를 엔데믹(풍토병)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인 것처럼 말해 왔다.

그러나 이는 불가피하기는커녕 무책임하고 무모한 도박일 뿐이다.

이 정도의 감염력과 치명률을 가진 바이러스를 풍토병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이 더 죽어 나가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영국 신문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홍콩의 최근 사례를 들어 “오미크론이 백신 미접종자에게는 치명적임을 보여 줬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기간 전체를 두고 보면 정부의 이런 태도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이른바 ‘집단면역’을 추진한다며 방역 조처를 무시하다가 감염자가 폭증해 수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보리스 존슨은 감염자 100명 당 1~2명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런 정책을 추진했는데, 실제로는 병원 기능이 마비되고 노인들이 요양원에 방치되며 더 많은 사망자를 낳았다.

높은 백신 접종률이나 오미크론 변이의 낮은 치명률 때문에 지금 한국 상황이 당시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난 몇 달 동안 그 10분의 1 정도를 감수하겠다는 태도로 방역을 완화해 왔다. 1월 중순 이후 정부는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했고, 밀접접촉자의 경우 격리 의무를 없애 버렸다. PCR 검사도 유료화 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1일 이후 지금까지 확진자 1000명 당 1명이 사망했다.

외신들은 도대체 지난 두어 달 사이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했다. 방역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되던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급증해 인구 대비 세계 1~2위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속도가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지난 한 달여 동안 한국의 감염자 증가 추세는 팬데믹 이래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했다 ⓒ출처 Our World in Data

최근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상황을 유심히 지켜본 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보건 관리들이 최근 그런 대규모 발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이는 인구집단에 대해 이뤄진 시험이다.”

무엇보다 요양병원의 노인 등 취약 계층에서 사망자가 많았는데, 정부는 이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사실상 감염을 확산시키는 정책을 폈다. 사회가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사람들을 희생시켜 ‘일상을 회복하겠다’는 비정한 논리를 보여 준 것이다.

기업 이윤 활동의 ‘정상화’

그렇게 필사적으로 회복하겠다는 ‘일상’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작 환자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인색하기 짝이 없고, 그마저 증상이나 후유증과 관계없이 7일로 단축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 모임’이 치료비 전액 지원을 요구하자 ‘코로나와 관계없는 기저질환’ 치료비를 요구한다며 보호자들이 생떼를 쓰는 것처럼 비난했다. 격리기간에 줄어든 소득을 보충하고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던 지원금도 대폭 삭감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을 이용해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이 증상이 생겨도 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출근해서 일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확진돼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도 소득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고통을 참아 가며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회복하려는 일상은 재정 지출과 기업 이윤 활동의 ‘정상화’다. 검사와 치료에 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고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생명보다 이윤이라는 자본주의의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정치 방역이 아니라 과학 방역’을 하겠다더니 정작 이런 조처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취임 전에 확산세가 가라앉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백신 부작용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더니 고작 ‘30일 이내에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수준이다. 인과성을 따져 봐서 인정 범위를 넓히겠다는 소리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인과성을 따지는 데에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피해자 유가족 단체가 특별법 제정, 생계비·치료비 선지원과 지정병원 선정·건립 등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조처들을 요구하는 이유다.

정부가 회복하려 한 ‘일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은 아니었다 ⓒ제공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는 특집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의 후유증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자본가 언론답게 〈파이낸셜 타임스〉가 우려하는 것은 ‘노동력 부족’ 사태다. 영국에서만 120만 명이 후유증을 앓고 있고 그중 20만 명은 직장에 복귀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롱 코비드’, 즉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호흡 곤란, 빈맥 등의 증상이 가장 흔하고 소화 장애와 극심한 피로, 불면, 이명, 떨림, 신경통, 빛과 소리에 대한 과민 현상 등 그 종류도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증상들이다.

팬데믹 속에서 이윤 축적을 ‘정상화’ 하려는 지배자들의 냉혹한 정책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도 경제 회복은커녕 오히려 이윤의 원천인 노동력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경제 전망 속에서 경쟁하는 각국 지배자들은 합리적인 해결책보다 당장의 이윤 획득에 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의 효과가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임에도, 이윤 획득 전망이 불투명해진 제약기업들은 후속 백신 연구를 포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감염 확산을 방치하는 추가 완화 조처들은 중단돼야 한다. 일부 방역 조처들은 다시 강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염자와 밀접접촉자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격리 시설, 생계 유지비를 제공해야 한다. 민간병원 병상도 대거 동원해야 할 것이다. 또, 위중증 환자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무료 PCR 검사도 다시 전면 도입해야 한다. 비필수 부문의 활동을 제한하고 재정을 투입해 해당 부문 노동자들의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