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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코로나 비상 사태:
정부는 신속히 백신과 치료제, PCR 검사 장비를 지원하라

북한 당국이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국경 통제를 강화해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코로나 감염자가 없다고 밝혀 왔지만, 최근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가 빠르게 전파돼 사망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며 예비의약품 긴급 보급 계획을 세우는 한편 추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강화를 지시했다. 중국의 방역 성과를 “적극 따라 배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아 전국적 봉쇄령이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백신 접종도 미뤄 왔는데,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으려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북한 당국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당시 공급될 예정이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부작용이 덜한 다른 백신을 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백신 접종 자체를 안 한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한 번 감염이 확산되면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도 (부작용이 덜한 다른 백신이 충분하므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백신이 사실상 쓰이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당시의 선택이 완전히 비합리적이었다고 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경제난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영향을 끼칠 듯하다. 장기간에 걸친 미국의 제제와 경제난 때문에 북한의 의료 체계가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점 때문에 북한 당국도 국경 통제라는 부담이 큰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북한 당국이 감염 확산 사실을 공식 발표한 만큼 한국 정부는 백신과 치료제를 충분히 무상 지원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는 백신만 수백만 회 분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측과 접촉하기도 전에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며 생색을 냈는데, 돕는 시늉만 하고 속으로는 다른 꿍꿍이를 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 정부들이 아프리카 나라들에 그랬듯이 유통기한이 다 끝나 가는 백신을 보내는 파렴치한 짓을 해서도 안 된다. 적어도 북한 인구 대부분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현재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백신의 양을 고려하면 이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의 발표를 찬찬히 보면, ‘발열자’를 기준으로 격리 등의 조처를 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데 필수적인 PCR 검사 장비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을 포함해 다른 여러 나라에서 확인된 것처럼 발열 여부만으로는 감염 여부를 온전히 가려낼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마치 눈을 가리고 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속수무책으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

이 검사에 필요한 장비들이 고가인데다 최근 대규모 봉쇄와 검사를 반복하고 있는 중국, 또는 전쟁이 한창인 러시아 등의 상황을 봐서는 조기에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생색만 내려 하지 말고, 충분한 백신과 더불어 북한이 스스로 방역을 유지할 수 있도록 PCR 검사 장비를 비롯한 방역 물품 일체를 지원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방역에 외부의 힘을 빌리라고 하는 것처럼 들려 북한 당국의 경계심만 살 것이고 그만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소와 인공호흡기, 수액과 각종 약품 등 팬데믹 초기에 여러 나라가 수급난을 겪은 의료 물품도 대량으로 지원해야 한다.

신속하고 조건없고 충분한 지원만이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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