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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학자금 대출 상환 지원 계획 발표:
보통 청년들의 부채 부담 완화 효과가 너무 작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학자금 대출 상환을 일부 면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출받은 사람이 소득 수준을 증빙하면 1인당 최대 1만 달러(연방정부 장학금 수령자는 최대 2만 달러) 상환을 연방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학자금 부담이 극심하기로 악명 높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 1사분기 현재 학자금 대출 총액은 1조 7500달러(약 2400조 원)에 이르고, 1인당 평균 금액도 약 3만 7000달러(약 5200만 원)나 된다. 평균 상환 기간도 20년이나 되는데, 개중에는 45년에 걸쳐 상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학자금 대출 전액 탕감은 2011년 ‘점거하라’ 운동 이래로 청년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항이었다.

바이든이 취임 전부터 양극화 완화를 공약하고, 미국 정치권과 주류 언론들이 바이든의 이번 계획을 “사회주의적”이라고 비난하는 것 때문에, 바이든이 아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제국주의적 갈등을 부추길지언정 국내에서는 친서민 정책을 시행하는 것 아닌지 하는 기대도 있다.

미국 정치권 인사들이 알량한 서민 지원 정책을 “사회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미국 공화당과 주류 언론들은 오바마가 단일의료보험(오바마케어)을 도입하려 할 때도 “사회주의적”이라며 여기에 극렬 반대했다. 그 실제 내용이 민간 보험회사의 수익 증대를 보장하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관련 기사 ‘오바마 의보 개혁의 한계’)

인플레이션?

공화당 의원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이 정책이 막대한 재정 지출을 낳아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들은 오바마가 대규모 정부 지출로 기업들을 구제하고, 트럼프가 30년 이래 최대폭으로 부자 세금을 감면하고, 바이든이 막대한 기업 보조금을 선사했을 때는 전혀 그렇게 비난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들은 에너지·식량 가격을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 위기를 첨예하게 만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을 쏟아붓는 데서는 일심동체로 움직이고 있다.

“학자금 대출 탕감”이라는 표현이 도발적일 수 있지만, 바이든이 제안한 정책의 실제 내용을 뜯어 보면 과격한 계획이 아니다. 정부가 대출 상환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수익은 온전히 보전된다.

진정한 문제는 지원 규모가 서민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밖에 못 된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10년에 걸쳐 5000억~6000억 달러를 대출 상환에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설령 의회에서 이 액수가 삭감되지 않고 통과돼도(그럴 가능성은 낮다), 연평균 지원액은 전체 학자금 대출액의 약 3퍼센트에 불과하다.

백악관 자신도 이 정책으로 상쇄될 노동자 1인당 부채가 연 1400~2800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국 가계부채 총액이 16조 1500억 달러에 이르고, 1인당 부채 평균이 5만 8000달러가 넘는 것에 견주면 턱없이 부족하다.

평균보다 훨씬 무거운 부채를 진 비(非)백인 노동자들의 사정은 더 나쁘다. 흑인들의 학자금 대출액 평균은 전체 평균보다 1.5배 높아, 5만 6000달러가 넘는다. 그런 흑인들이 촘촘한 심사·규제 절차를 통과해 바이든이 약속한 1만 달러를 모두 지급받는다 해도, 여전히 대출액의 80퍼센트 이상을 갚아야 한다.

사정이 이런지라, 이 정책의 기대 효과를 물은 〈파이낸셜 타임스〉 여론조사 결과에서 “학자금 대출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기타’ 항목 답변자보다 적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다수는 학자금 대출 상환이 부분 면제돼도 “굳은 돈으로 다른 빚을 갚아야 할 것”, “굳은 돈을 생활비 등 가계 지출에 써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이 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0.03퍼센트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게다가 바이든은 학자금 부채의 근원인 막대한 학비 자체를 없애는 것, 즉 무상교육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서유럽 대부분을 비롯해 적잖은 국가들이 준(準)무상 고등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세계 최대 자본주의 국가에게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말이다.

타협

바이든이 자기 정당에서조차 반발이 나오는 이런 계획을 부랴부랴 내놓은 것은,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이든은 중첩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취임 6개월 이후부터 1년이 넘는 최근까지 지지율이 30퍼센트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간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바이든의 찬조 연설을 꺼린다는 보도들이 심심찮게 나올 정도다.

그런데 이 계획 발표 이후 바이든의 지지율은 37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올랐다. 하지만 선거 전문 인터넷 언론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이 정책으로 바이든의 청년층 지지율이 오른 것인지, 생계비 위기가 계속될 9월에도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한 게 별로 없다는 주장을 불식시키려고 이제서야 오래 밀린 ‘할 일 목록’에 체크 표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 변동에는 입법 성과 이상의 것이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 지금은 완화하는 중인 듯하지만 ─ 인플레이션이 있다. 물가 상승세를 보면 바이든에 대한 반대 여론이 줄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학자금 전액 탕감 같은 변화를 이루려면 바이든과 민주당에게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출처 NAACP, 백악관

한편, 미국의 좌파들은 바이든에 대한 실망과 환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버니 샌더스는 2016년·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예비경선에 도전하며 학자금 대출 전액 탕감을 공약했던 바 있는데, 바이든의 이번 발표 직후에도 트위터에 학자금 전액 탕감 요구를 재삼 밝혔다.

그런데 샌더스는 현재 상원 예산위원회 의장으로, 그간 바이든 정부의 정책들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앞장서는 구실을 해 왔다. 이번에도 샌더스는 부족한 계획조차 “사회주의적”이라고 공격하는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상대로 이 정책을 옹호하고 심지어 통과시키기 위해 타협(삭감)을 도모할 것이다.

미국 민주사회당(DSA)의 ‘간판 스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 계획은 특정 계층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며 바이든을 옹호하는 것 이상의 구실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학자금 전액 탕감 같은 변화를 민주당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민주당은 권력층과 부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바이든의 이번 계획이 꾀죄죄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의 진정한 우선순위가 표현된 것이다. 즉, 권력층과 부자들의 이해관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변화 염원을 달래고 단속해서 민주당 선거 승리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개혁 운동은 이런 민주당에 의존하고 그들에게 길들여져 온 오랜 역사가 있다. 미국 급진파들이 민주당을 “사회운동들의 무덤”이라고 비판해 온 이유다.

사기꾼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서민들의 친구를 자처하며 지금도 극우와 더 광범한 인종차별적 우익의 구심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은, 민주당·공화당 권력층이 중첩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서민들에 떠넘기며 환멸을 자아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바이든, 트럼프, 미국 좌파’).

대중의 필요에 한참 못 미치는 누더기 개혁으로 대중의 환멸을 자아내는 바이든을 비호하는 것은 트럼프와 극우가 서민의 친구를 참칭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더 심각해지는 체제 위기에서 노동계급·서민을 지키고 진보적 변화를 이룰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대안은 노동자 파업과 거리 시위를 확대·연결·심화시켜, 대기업·군부를 비호하는 바이든과 민주당에게서 독립적으로, 또 그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선거 성과에가 아니라 계급투쟁의 확대·연결·심화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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