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전가 위한 윤석열 정부의 공세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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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복합 위기 속에서 고통 전가를 위한 각종 개악 공세를 서두르고 있다.
주류 언론에서도 외환 위기 재발 우려가 거론될 정도로 최근 경제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정도 고조되고 있다. 동해상에서는 한·미·일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비롯한 막대한 전력을 동원해 연합 해상 훈련을 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비한 훈련에는 미국의 핵잠수함, 일본 해군까지 동원됐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강한 대잠수함 전력을 가진 국가다. 그것을 핑계로 일본 함대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달고 독도 부근까지 진출했다.
일본은 이 훈련 참가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 중국 견제·포위를 위한 한·미·일 군사 공조의 가동이라는 성격도 있음을 드러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은 맞대응 카드로 즉시 최신형 핵잠수함의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도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5개나 발사해 한국 정부를 자극했다. 한국 정부도 국군의날에 첨단 미사일 전력인 ‘현무’의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이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복합 위기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달러 대비 환율이 급속히 오르는 것도 심상치 않다.
인플레감축법 시행 등 동맹들에 대한 미국의 근린 궁핍화 정책도 타격인데, 핵심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제 상황이 심상찮다.
한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는데도, 환율 상승을 막지 못해 수입 물가가 오르고 그 결과로 금리와 물가가 동시에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래서 대중의 생활고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업들 일부도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미국 뒤따르기식 금리 인상에 경제부총리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 지배계급이 선택한 방법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 등 서민층에 전가하며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고통 전가 정책들을 서둘러 시행하는 것이다. 각종 복지를 삭감하면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민영화 등을 추진하려 한다.
이 탓에 윤석열 지지율이 8월 바닥을 찍고 소폭 회복되는 듯하다가 도로 추락했다. 윤석열은 지지율 만회를 위해 기업주들의 불만을 달래고, 전통적 우파 지지층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우선하려고 한다.
(벌써 헐값 인수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대우조선을 한화그룹에 전격 민영화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한화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투자·합병을 공격적으로 늘려 왔고, 대우조선은 잠수함 등 군수산업 역량도 상당하다.
우익적
정부 노선의 또 하나 측면은 우익 이데올로기 공세와 경찰력 강화 등을 시행하는 것이다.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 ‘강성 좌파 노조 때려잡자’는 김문수를 임명한 것이나, 교육부장관직에 이명박 정부에서 악명을 떨친 이주호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윤석열의 태세를 잘 보여 주는 도발적 인사이다.
최근 경찰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7월 말 윤석열이 지시했던, 총기를 포함한 경찰의 휴대 진압 장비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여당은 윤석열의 말실수에 대한 보도를 한미동맹을 훼손해 국익을 위협하는 불순한 보도라고 공격한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재점화하려 한다. 국군의날 대규모 도심 행사, 방산 중시, 군기 강화 등 다방면에서 군국주의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방식, 즉 ‘윤석열이 한미동맹을 해치는 발언을 했고, 국군의날 군사 의전에도 미숙해 통치자 자격이 없다’는 식의 비판은 우파의 약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보수주의와 우파가 강화되는 데 일조한다.
검찰은 (검·경 합동의) 마약 범죄 수사를 앞세워, 위축됐던 수사권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배우 이모 씨가 잘못된 제보로 순식간에 구속 수사를 받으며 마약 사범이라는 오보 피해까지 당한 경우를 보면, 이런 공세가 어떤 효과를 낼지 짐작할 수 있다. 마약 사건 수사는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대대적인 감시와 사찰을 할 수 있게 하는 대표적 쟁점이다.
윤석열은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이 돈만 들고 실효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마침 그 며칠 전 여성가족부가 동거·사실혼 등을 가족 개념에 포함시키기로 했던 기존 방침을 철회하려던 것이 드러난 터였다. 10월 3일엔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예 여가부 폐지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복지 축소뿐 아니라, 국민연금 개악으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또 보수화 드라이브를 위해 가족 가치관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윤석열은 “노동귀족”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노동개악 등 이윤 보호를 위한 인건비 절감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물론 경제 상황 악화로 다급해진 상황에서는 좀 더 취약한 부위에 대한 복지 삭감 등을 먼저 실행할 수 있다.
우파 정부에 대한 반대와 고통 전가 공격에 맞선 분산된 개별 투쟁들이 결합돼 전 계급화돼야 하는 이유다.
정치·경제적 난제와 지지율 저조 속에서 여권도 단합돼 있지 못하다. 광범하게 연대를 구축해 저항하면 저들의 분열을 이용할 수 있다. 민주당이 잘 싸워 주기를 기대하거나, 심지어 이를 위해 1년 반 뒤 총선 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