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장관 내정: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의 첨병이 또다시 교육부장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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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윤석열 정부가 교육부장관 후보로 이주호를 내정했다. 박순애 전 교육부장관이 8월 8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으로 사퇴한 지 52일 만이다.
이주호는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 체제의 첨병 구실을 해 온 자로,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신호탄이 된 1995년 ‘5.31 교육개혁’의 주요 설계자이다.
이명박의 교육 공약을 작성했던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을 거쳐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장관을 지내며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 확대를 주도했다.
이주호는 이명박의 공약이기도 했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추진으로 고교서열화 강화를 주도했다. ‘다양화’를 명목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확대를 추진해 교육의 계급 격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그는 올해 6월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해서도 학교 자율성 확대를 다시 제시했다. 하이테크 고교 30개, IB(국제바칼로레아) 시범학교, 한국형 차터스쿨 도입 등이 그것이다.
이주호는 이명박 정부 때 전국의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일제고사를 실시한 주범이기도 하다. 일제고사는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하고 교육을 파행으로 내몰았다.
사교육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지만, 정작 이 제도는 일부가 부모의 배경으로 입시 특혜를 받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영어회화전문강사·스포츠강사 제도 등 학교에 온갖 비정규직 강사들을 양산하고 그들의 고용과 처우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인 만큼, 다시 장관이 되면 학교 비정규직 확대 정책도 지속될 것이다. 비정규직 교사의 증대는 교육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이주호는 지난번 장관 시절 진보정당 후원 교사 징계 강요, 학교 폭력 학생부 기록 강제, 교원평가 법제화 시도 등 교사와 학생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정책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최근 이주호는 학력 신장을 위해 AI 보조교사, AI 자유학기제 도입 등 인공지능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와 교사 수 증원과 같은 교육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AI 활용은 교육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더 심화시킬 것이다.
윤석열
이주호의 이런 과거 이력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 방향과 일치한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자사고·국제고 폐지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해 왔고, 인수위 때도 학생 선발, 교과과정 개편 등에서 규제를 완화한 ‘교육자유특구’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적대며 자사고 폐지를 2025년으로 미뤘지만, 이 정부에서 자사고가 존치될 공산이 큰 것이다.
또,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모든 학생의 학력을 진단·평가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완전히 없애는 등 전반적으로 학력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이주호의 등장으로 보건대, 일제고사가 또다시 강행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정책들은 이미 평범한 학생·학부모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 고교서열화는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배경이 좋고 시험 성적이 우수한 일부에게는 유리했지만, 다수의 노동계급 자녀들에게는 고통과 좌절감을 가중시켰다.
이 때문에 우리 나라 연간 사교육비 총액은 23조 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저녁 6시 이후 집으로 가는 초등학생이 60퍼센트를 넘는다. 코로나 이후 초등학생 10명 중 3명은 성적 저하 등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과 불안이 증가했다.
윤석열의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 정책은 이런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한편, 올해 3월 이주호가 이사장인 ‘K-policy 플랫폼’은 ‘대학 혁신을 위한 정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수익성·효율성’을 기준으로 대학에 재정을 차등 지원해, 대학을 시장과 경쟁의 논리로 구조조정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대학 안에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등 대학을 기업 입맛에 맞춘 인재양성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초중고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대학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것과 연결된다.
이주호식 대학 혁신 방안에 따르면, 이 전용된 예산은 전반적인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아니라, 기업 입맛에 맞는 대학에 집중 지원되고 경쟁만 유도할 것이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대학 서열화도 심화되고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도 커질 것이다. 대학생들도 더욱 경쟁으로 내몰릴 것이다.
요컨대, 이주호는 ‘다양성’, ‘자율성’, ‘효율성’ 같은 그럴싸한 말로 교육에 경쟁 광풍을 불러일으켜 불평등하고 계급 차별적인 교육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윤석열의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내정은 이 정부의 교육 개악 기조를 보여 준다. 이주호 임명에 반대하며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