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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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문제가 많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여성가족부 폐지,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 외교부 소속 재외동포청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우파적 이데올로기 공격을 강화하는 것임과 동시에 정부 안팎에서 민주당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정파적 책략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떠들더니 이제 여가부 폐지를 시도하는 것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 불황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더 보수적인 여성 정책을 펼치며 보수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자 성평등 사상과 운동에 반격을 가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대선에서 이미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었다. 급진 페미니즘의 과도한 면모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술책이었다. 이번에도 지지율 만회에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없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가 담당하던 인구·가족·아동·청소년·노인 복지와 권익 보호 정책 기능 등을 보건복지부 아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해 옮기겠다고 한다. 생애주기에 따른 복지 일원화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긴축 기조에 비춰 보면, 이번 개편은 복지 예산들을 뭉뚱그려 긴축하기 더 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처별로 복지 예산이 존재하면, 그 상징성 때문에 손대기 쉽지 않다. 실제로 복지 예산이 사실상 감액된 내년 예산안에서 여가부 몫 복지 예산은 소폭 늘었다.
여성가족부는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신설된 이래, 엔지오 여성단체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성과(국가 안에 마련된 자신들의 기지)로 여겨 왔던 정부 조직이다. 여성운동 주류의 친민주당 성향을 생각하면, 여가부 폐지는 정부 안팎에서 친민주당 조직과 인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조처라고 할 수 있다.
군 영웅을 존경하는 보훈 문화 조성
국가보훈처는 군(참전·제대·상이 등) 유공자를 중심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복지·예우·상훈, 보훈단체 지원, 국립묘지 관리 등을 관장한다. 박정희 쿠데타 후 군사원호청으로 시작한 보훈처는 주로 군 출신들이 맡아 애국주의·군국주의적인 행정과 이데올로기를 담당하는 기관이다.(가령, 5·18 국립민주묘지에서 매년 열리는 5·18 기념식도 보훈처가 주관하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은 것이 보훈처였다.)
국가보훈처가 부로 승격하면, 조직이 더 커지고 국무회의 의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며 독자적 부령권*을 가지게 돼 기능과 위상이 모두 강화된다.
윤석열은 이미 군을 우대하고, 군 영웅을 존경하는 보훈 문화 조성 등 군국주의적 이데올로기 보급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었다.
이는 군사 무기 산업 중시,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 대북 호전주의,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 등 윤석열 정부의 군국주의 강화 기조의 일부다.
재외동포청 신설은 재외동포에 대한 우파 정부의 영향력을 더 늘려 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재외동포 규모가 732만 명이고 그중 국내 선거 유권자가 215만 명을 넘는데, 세계화가 많이 진전된 상황에서 재외동포들과 국내의 교류도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현지 국가에서 한국 국가 위상을 강화하고 애국주의 강화에 쓸모가 있다는 계산도 들어 있을 것이다.
윤석열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정의당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통과와 무관하게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우익 본색과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