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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복지 정책:
부자 감세하며 서민 복지 줄이기

지난 9월 15일, 윤석열 정부가 돌봄·교육·의료 등의 복지 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재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 분야에 민영화 등 시장주의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복지 축소·민영화에 맞선 투쟁이 확대돼야 한다 ⓒ출처 서비스연맹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이 12.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2019년 OECD 평균인 20퍼센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최하위권에 속한다.

또한 정부의 돌봄 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3퍼센트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86퍼센트에 불과한데, 2020년 OECD 평균인 2.3퍼센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 위기로 돌봄 공백과 시장화된 사회서비스의 폐해가 분명히 드러났지만,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 여전히 사회서비스의 90퍼센트 이상이 민간에 의해 소유·운영되고 있다. 현재 전체 어린이집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2퍼센트이고 국가 직영은 고작 2.6퍼센트뿐이다! 공공요양기관은 2퍼센트, 공공의료기관은 5퍼센트 수준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이 알량한 공공서비스마저 축소하고 사회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려 한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에게는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를 선사하고, 노동자·서민에게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려 한다.

복지 민영화·시장화 강화

정부의 복지 민영화·시장화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윤석열이 그동안 강조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려 한다.

이 법의 요지는 농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공공서비스를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민영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이 법률에는 다른 법률들에 담긴 규제 조항들을 손쉽게 무력화할 수 있는 ‘포괄적 규제 완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공공서비스의 상품화·민영화를 위한 기본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법률은 자본가들의 숙원 사업이다.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가 이 법률 제정에 공을 들였지만, 반발에 부딪혀 계속 좌절돼 왔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며 강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둘째,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축소·무력화하려 한다.

정부는 ‘민간 협업 강화’ 방안을 반영해 ‘사회서비스원 기능 개편안’을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 핵심은 시장 경쟁과 수익성 논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후퇴로 이미 속 빈 강정이 된 상태다. 현재는 14개 지자체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일부 사회서비스만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질은 민간시설과 차이가 없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사회서비스원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고작 4059명이고, 이중 47퍼센트가 비정규직이다(남인순 의원실). 소수를 제외하고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시급제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원 지원을 축소하고 민간 사업자들을 위해 더욱 누더기로 만들려고 한다. 지자체장이 국민의힘 쪽으로 교체된 대구시와 울산시에서는 이미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사회서비스원 축소에 나서고 있다.

셋째, 돌봄 노동자들의 조건을 더 악화시키려 한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민간이 주도하면, “취약계층을 위한 괜찮은 일자리의 저수지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떠들었다. 역겨운 궤변이다.

시장화된 돌봄 서비스 때문에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오늘날 돌봄 노동자 110만 명 가운데 여성 노동자가 101만 명가량을 차지한다. 돌봄 노동자의 약 91퍼센트는 비정규직이고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에 시달린다(통계청, 2019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이런 상황에서 복지 시장화 정책이 더 강화된다면, 돌봄노동자들의 처지는 더한층 악화될 것이다. 이는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며 차별을 확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넷째, 의료 영리화를 확대하려 한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공공의료 확대의 필요성이 확연히 드러났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민간 병원들의 영역을 더 넓히려 한다. 의료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를 철폐하고, 개인 의료정보를 민간회사에 넘기려 한다. 윤석열이 의료 민영화에 적극적인 조규홍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에 내정한 것도 의료 영리화 정책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들은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의 민간 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의료 영리화는 가뜩이나 비싼 의료비·간병비 등을 인상시켜, 노동자·서민을 더욱 옥죌 것이다.

‘약자 복지’론 — 복지 삭감을 위한 이간질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 강화를 위해 ‘복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노동자·서민의 복지와 공공서비스를 삭감해 취약계층을 위한 현금 복지를 늘리겠다며 말이다.

그러나 “약자 복지” 담론은 긴축과 복지 삭감을 합리화하고, 노동계급을 이간질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일 뿐, 취약계층 복지 확대와 거리가 멀다.

윤석열 정부의 역대급 부자 감세는 서민과 취약계층의 복지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예산안을 보면, 사회복지 지출이 많이 삭감됐다.

공공임대주택과 노인 공공형 일자리 예산이 삭감됐고, 고유가를 이유로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도 삭감됐다. 심지어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비(72억 원), 임산부친환경농산물 지원비(158억 원)도 전액 삭감했다. 장애인 예산은 중증 장애인과 여성 장애인 지원금을 삭감해 다른 항목을 늘려 돌려 막기를 했다.

무엇보다 복지 정책에 수익성 논리가 강화되는 것 자체가 취약계층에 치명적이다. 비용은 비싸지고 서비스 질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1인 가구·기초생활수급자·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절박한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또한 생계비 위기에 허덕이는 노동자·서민들과 가족 내 돌봄 업무를 떠안은 여성들의 고통도 증폭될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민주당

진보적 사회·노동단체들과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복지 정책에 분노를 터뜨리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 민영화”와 “민간 기업 배불리기”일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과 사회서비스 관련 노동조합들은 10~11월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저지, 돌봄 공공성 강화,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취약계층을 비롯해 노동자·서민의 삶을 방어하는 데 꼭 필요한 투쟁이다. 우리 모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한편, 민주당도 윤석열의 민영화와 시장주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는 국민부담 증가로 귀결된 것이 세계적 경험”이라며 민영화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역대 민주당 정부들은 대중의 공공성 강화 염원을 무시하고, 민영화를 비롯한 시장화 정책을 추구해 왔다. 사회서비스원을 껍데기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아니던가. 또, 문재인 정부도 긴축재정을 추진했다(본지 338호, 긴축재정 준비하는 더불어민주당 정부).

따라서 윤석열의 복지 민영화·시장화 정책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에 기대지 말고 독립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또한 “약자 복지 강화” 등 노동계급 갈라치기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정규직 양보론 같은 것을 수용하지 말고 단결과 연대에 기초한 노동계급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