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을 과태료로:
기업주 범죄 처벌 낮춰 주려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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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기업인의 ‘가벼운’ 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을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바꾸거나 없애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경제 형벌 개선 추진 계획’). “범죄가 아닌 질서위반 행위로 보아 비범죄화”하겠다는 것이다.
총 17개 법률 내 32개 형벌 조항에 관한 내용이다. 전형적인 친기업·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주요 예시를 들어 보면 이렇다.
- 물류터미널을 인가 없이 건설한 범죄는 원래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러한 형벌 조항을 삭제한다.
-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물품의 수출 및 수입과 관련한 법 위반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데, 이를 삭제하거나 형량을 낮춘다.
- 식품위생법상 금지된 “손님을 꾀어서 끌어들이는 행위”의 경우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에서 제외한다.
- 화학사고를 일으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10년 이하 금고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데, 이를 7년 이하 금고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완화한다.
- 환경범죄단속법상 오염 물질을 배출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현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사망의 경우에만 기존 형을 유지하고 나머지 상해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 수위를 낮춘다.
- 이외에도 공정거래법상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공무원의 검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거짓 보고를 하는 경우, 대기업이 하청업체가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구매확인서를 발급하지 않는 경우 등에 부과되던 징역 및 벌금형을 과징금 또는 시정명령으로 대체한다.
요컨대 기업주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 명분으로 건물, 식품, 화학물질, 오염물질 등에 관한 안전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경제 범죄들에 대해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다. 다수의 삶과 생명이 걸린 문제들인데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엄격하고 흔히 억압적으로 강제되는 것이 법인데, 기업인들의 필요 앞에서는 솜방망이가 되고,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노골적인 불공정·불평등 아닌가.
기업‘만’ 살기 좋은 나라?
윤석열은 “법령 한 줄, 규제 하나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한다”며 이런 법 개정 추진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평범한 노동자와 대중의 ‘생사’는 안중에도 없다.
특히 이번 법 개정 추진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정부는 미진한 점이 많은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조차 시행령 개정을 이용해 개악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법 개악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미 기업주들은 산재 책임에 엄청난 면죄부를 받고 있다. 한 해에 8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자 중 징역형을 받는 비율은 3퍼센트도 안 되고 징역형의 기간도 평균 10개월에 불과하다(2013~2017년 통계). 벌금형이 57퍼센트인데, 평균 벌금액은 400만 원 남짓이다.
올해 1월 광주 화정동에서 아파트 붕괴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은 불법 재하도급, 허가 없는 구조 변경, 콘크리트에 물 타기, 안전 검사 소홀 등 총체적 책임자였음에도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만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인 처벌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는 이런 일이 더 많이 벌어지게 만들 것이다.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더 많이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