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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복지 정책은 우리의 삶과 미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얼마 전, 신촌 원룸에서 모녀가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냉장고에는 빈 반찬통과 케첩, 고추냉이, 약간의 쌀 등만 남아 있었다. 전기·가스요금과 건강보험료 등 여러 달 체납된 고지서와 8000만 원 가까운 카드 빚이 이들의 쓸쓸한 죽음 뒤에 남았다.

이처럼 가난에 짓눌려 쓰러지는 서민이 늘고 있다. ‘극단적 선택’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해 지난해 10만 건을 돌파했다(경찰청). 보건복지부는 이런 ‘극단적 선택’의 주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실직·폐업·부채 증가 등)에서 비롯한다고 진단했다(‘2021 심리부검 면담 결과’).

생활고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사회안전망’인 복지 제도는 여전히 부실하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자 세계 9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에서, 가난한 서민은 먹지 못해서, 치료받지 못해서, 일자리가 없어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9월 15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복지”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윤석열은 내년 예산안에서 복지 예산을 뭉텅이로 삭감했다. 법정 의무 지출 등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내년 실질 복지 예산은 6퍼센트나 줄었다! 주거·노인·돌봄·의료·청년 일자리 등이 대대적으로 칼질 당했다. ‘약자 복지’는커녕, “복지 참사”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반면,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해 5년간 법인세·소득세·종부세를 무려 60조 2000억 원이나 감면해 주기로 했다. 자연증가분까지 고려하면 5년간 부자 감세 규모가 25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명지대 우석진 교수). ‘재정 건전성’ 운운하며 나라 곳간이 거덜난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대대적인 부자 감세가 웬 말인가.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부자는 살리고, 경제 위기 대가를 노동자 등 서민층에 전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알량한 복지마저 축소하고, 복지 시장화·민영화를 확대하려 한다.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윤석열은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복지 축소로 서민층이 고통을 받든 말든, 그저 이윤 보호를 위해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쥐어짜는 데만 열의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퇴진해야 마땅한 까닭이다.

이 글에서는 윤석열의 복지 정책이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얼마나 해악적인지 살펴보려 한다. 또한 서민층에 필요한 복지를 확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짚어보겠다.

● 주거 복지 – 가난해도 ‘빚내서 집사라!’

올해 여름 반지하방 가족의 참변은 주거 불평등의 현실을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넓고 깨끗한 아파트와 주택이 수두룩하지만, 한국의 무주택자는 900만 명, 주거 빈곤층은 약 2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청년 셋 중 하나가 ‘지옥고’(지하·반지하, 옥탑, 고시원 등)를 전전하고 있다.

윤석열은 참변을 당한 반지하 주택 앞에서 사진 찍고 생색은 내고는 제대로 된 대책은 내지 않았다 ⓒ출처 대통령실

힘들게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폭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내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대신 분양주택 대출 지원 예산을 크게 늘렸다. 즉, 빚내서 분양받으라는 것이다.

정부가 10월 26일 발표한 50만 호 분양 계획에 따르면, 주변 시세의 70~80퍼센트 수준의 분양가에 저금리(1.9~3퍼센트)로 40년 간 최대 5억 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세 차익을 얻고 공공에 되팔 수도 있게 했다.

하지만 분양주택이 주로 수도권과 역세권 등에 마련될 예정이라 분양가 수준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특히, 이자와 원리금 상황을 고려하면 웬만한 청년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다.

공공임대 입주 대기자가 7만 명에 육박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영구·국민·장기전세 같은 장기 공공임대주택보다 분양에 치중하니, ‘공공이 땅장사, 집장사에만 신경 쓰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전세임대’ 사업도 문제다. 수도권의 경우 보증금을 1억 2000만 원~1억 3500만 원까지 정부가 지원한다는데, 서울에서 이 돈으로는 변변한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 전세임대 당첨자의 절반가량이 결국 입주를 포기한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지원 예산을 늘리지 않았다.

● 노인 복지 : 최악의 노인 빈곤 속에서 더한층 후퇴

한국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압도적 1위이다. 노인 자살율도 10년째 1위다. “장수가 죽음보다 무서운 시대”라고 할 만큼 한국의 노인 빈곤(10명 중 4명이 빈곤층)은 재앙적 수준이다.

윤석열은 국정과제에서 “공립요양시설 확충 및 치매 돌봄 체계를 강화”해 “건강하고 질 높은 노후” 보장을 약속했지만 3개월 만에 약속을 뒤집었다. 노인 요양시설 확충, 공립요양병원 지원, 치매 관리에 필요한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했다.

국공립 노인요양원은 246개소로 장기요양 인정 노인 4천 247명당 1개소에 불과하다. 노인 치매환자 1인 관리비가 연간 약 2000만 원(중앙치매센터)이나 소요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정말 가혹한 조처가 아닐 수 없다.

노인 일자리 예산을 삭감해 공공형 노인 일자리 6만 개를 없애려는 것도 기가 막힌다. 이에 대한 공분이 커지자,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는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지만, 기존 수준 이상으로 확대할 생각은 없다.

정부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를 양성하려 한다. 공공형 일자리 참가자들 대부분 76세 이상의 가난한 노인들이다. 잡초 뽑기나 공원 관리 등 단순 업무를 하고, 한 달에 고작 27만 원(월 30시간 근무)을 받지만 “이거라도 없으면 죽는다”고 노인들은 말한다.

반면, 민간형 노인 일자리는 최저임금 수준에 1일 8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 주로 공산품·식품 제조 및 판매, 운송, 매장 운영 등 나름의 체력과 기술력이 필요해서 고령층 노인은 접근 자체가 어렵다.

● 양육·돌봄 복지 : 가족과 여성에게 돌봄 부담 전가하기

윤석열은 “저출산 극복”을 부르짖으며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 환경” 마련에 애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내년 예산에서 양육과 아이 돌봄 복지를 “촘촘하게” 잘라냈다.

내년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을 대폭 줄이고, 초등돌봄교실 시설 확충비·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비·임산부친환경농산물 지원비를 전액 삭감했다. 심지어 ‘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의료 지원비’도 절반으로 줄이고,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육아휴직 지원금도 직원 1인당 연간 450만 원 삭감했다.

이런 조처는 노인 복지 축소와 더불어 서민층 가족과 여성의 돌봄 부담을 더한층 끌어올릴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민영화 방안도 취약계층뿐 아니라 노동자 등 서민층의 돌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약자 복지론’ – 위선과 이간질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복지 정책이 ‘약자 복지’라고 하는데, 헛소리다. 사회적 취약계층 복지 개선은 ‘새 발의 피’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를 결정하는 기준 중위 소득을 역대급으로 인상(2023년 5.47퍼센트)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이는 물가상승률(6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1인 가구 생계급여는 58만 원에서 62만 원(2인 가구 108만 원)으로 고작 4만 원 인상된다.

도대체 한 달에 62만 원으로 어떻게 살란 말인가? 이 돈으로 생필품·공공요금·통신비 등 필수 생계비와 의료비 중 일부를 감당해야 한다. 최근 치솟는 물가 때문에 물과 우유, 막걸리로 끼니를 때우거나 수시로 굶는 수급자가 늘고 있는데도 정부는 생계급여를 이따위로 책정한 것이다.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장애인 지원도 기만적이다. 장애인들의 처절한 투쟁과 이를 지지하는 여론에 떠밀려 내년 예산에서 지원을 일부 늘렸지만, “언 발에 오줌 눈 격에 불과”(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하다. 활동 지원사 인원을 동결하고 최저임금 인상분만 반영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예산은 인력관련 시설을 제대로 확충하지 않아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간질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처지에 눈곱만큼도 관심 없으면서 입만 열면 ‘약자 복지’를 내세운다. “일을 할 수 없거나, 일을 해도 소득이 불충분한 취약계층을 위주”로 “현금 복지를 내실화하는 것”이 ‘약자 복지’의 목적이라고 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하겠다는 말은 언뜻 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더 어려운 실업자·노인·한부모 가정·장애인 등에게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윤석열의 “약자 맞춤형 현금 복지”는 복지 총량을 늘려 지원을 확대하는 게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윤석열은 복지 전체를 축소하고 구조조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즉, ‘약자 복지’ 담론은 복지 지출 삭감과 ‘선별’을 합리화하는 명분일 뿐, 사회적 약자 복지 증대와 전혀 상관이 없다. ‘약자’가 아닌 이들에게 지급되던 복지를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약자 복지’ 담론은 사회적 약자에게도 해롭다. 한국의 복지 제도도 자본주의 복지 제도의 원리(열등 처우의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근로소득 생활자보다 복지 지원액이 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복지병 논리이다.

따라서 정부의 복지 축소와 선별 복지 강화로 복지 혜택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생기면, 먼저 그들의 생활 수준이 낮아진다. 그 다음에는 복지 혜택을 받는 취약계층의 생활 수준도 복지 혜택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생활 수준 이하로 책정돼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도 하향 압력을 받는 것이다.

‘약자 복지’ 담론은 서민 복지를 축소하고자 서민 대중을 이간질하는 교활한 술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복지 불평등”이 문제라며,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다.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이 필요하지도 않는 복지 혜택을 받아서 불평등이 생긴다는 식이다. 노동 개악을 강요하기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운운하며 정규직·유노조 노동자를 공격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방치되는 복지 사각지대

윤석열은 빈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반복되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실질적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의 복지 공격이 복지 사각지대를 더 확대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복지 예산이 줄어들면, 지원 대상은 적어진다. 그러면 지원 대상 선정 기준과 방법이 엄청 까다로워진다. 이런 상황은 관료적 복지 행정을 더 부추긴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복지 사각지대가 광범하고 그 문제가 심각했다. 우파든 민주당이든 역대 정부가 돈을 되도록 안 쓰려고 ‘부정 수급’과 ‘도덕적 해이’ 등을 명분으로 높은 기준과 복잡한 절차를 유지·강화해 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대표적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수급률은 인구 대비 3~4퍼센트 수준이고, 신청 대비 인정 비율도 낮다. 올해 1~7월 생활고를 호소하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한 사람 중 45퍼센트가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중 단 한 종류의 급여도 받지 못했다(남인순 의원실).

그 이유는 문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본인이 신청해야 하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다. 무엇보다 소득·재산 및 부양의무자 기준(일부만 완화됨)등 엄격한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지난 4월에 고독사 한 ‘창신동 모자’도 85년 된 낡은 집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올해 1~7월 생계·의료 급여를 신청했지만 탈락한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약 68만 원에 불과했다(강은미 의원실).

우여곡절 끝에 수급자가 돼도, 분기별로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 수급 조건에 살짝 어긋나도, 지원이 바로 중단된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빌린 돈이 통장에 들어와도 급여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런 과정에서 수급자들은 굴욕감을 느끼고 깊은 상처를 받는다. 세금 축낸다는 낙인 때문에 이웃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밤에만 움직이거나, 장애가 있는 척 연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급자 되기도 어렵지만, 수급자로 살아가는 것도 어렵다”는 한탄이 쏟아지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 완화를 약속했지만, 이 역시 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부양의무자 조건도 폐지할 생각이 없다.

최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내놓은 대책도 꾀죄죄하다. 위기가구 발굴정보 항목을 늘리고, AI복지 상담 개발에 수십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그러나 ‘빅테이터’ 분석만으로 위기가구를 제대로 발견할 수 있을까?

‘수원 세 모녀’와 ‘신촌 모녀’ 모두 전입신고가 돼 있지 않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빚 독촉에 시달려 주소 이전을 하지 않은 서민이 상당하지만, 정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정보 수집’ 타령만 하고 있다.

위기 가구를 제대로 찾아내 긴급 복지를 제공하려면, 현장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복지 관련 업무 공무원 1명이 1년에 조사해야 할 위기가구는 2018년 45.2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13.4건 수준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그럼에도 지난 11월 24일 복지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업무 인력 등에 대한 실태조사”만 언급하고 인력 충원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돈이 들어가는 인력 충원은 한사코 피하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기가구를 발굴하고도 돈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직후에 이미 발굴 시스템이 도입돼, 매년 발굴된 위기가구가 늘었다. 2021년에도 134만 명이나 찾아냈다. 하지만 생계급여나 긴급복지 지원금을 받는 경우는 불과 7.3퍼센트인 4만 8275명에 그쳤다(참여연대와 최혜영 의원실).

오늘날 경제 위기와 불평등 심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민이 늘고 있다. 당장 하루하루가 막막한 빈곤층에는 조건 없이 신속하게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원금을 대폭 늘리고, 지급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전 폐지돼야 한다.

지난 9월 돌봄·의료·교육 등 복지 민영화 선언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 ⓒ출처 참여연대

복지 시장화 ㅡ 국가 책임 회피, 이윤 논리 강화

윤석열 복지 정책의 근간에는 시장화 정책이 있다. 정부는 특히 돌봄·요양·교육·의료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시장화·민영화를 확대하려 공을 들이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90퍼센트는 이미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얼마 안 되는 공공 사회서비스마저 민간 기업에 넘기려 한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 책임을 회피하고, 시장 논리를 강화해 개인과 가족에 그 부담을 떠넘기기 위함이다. 또한 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 기업들에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도 선사하려 한다.

정부는 조만간 민관합동 협의체인 ‘서비스산업발전 TF’를 출범시키고, 내년 3월에 서비스 시장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했다.

기재부장관 추경호는 이에 발맞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법은 대다수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할 수 있도록 한 반서민 악법이다.

의료 민영화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철폐하고, 개인 의료정보를 민간회사에 넘기려 한다.

병원 영리화도 진척되고 있다. 얼마 전 국민의힘은 강원도에 영리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박정하 의원 대표발의)했고,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들은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의 민간 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미 ‘속 빈 강정’으로 만들어 놓은 사회서비스원도 공격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협업 강화’ 방안을 마련해 사회서비스원에 민간 사업자 진입을 확대하려 한다.

이에 발맞춰 지자체장이 국민의힘 쪽으로 교체된 대구시와 울산시에서는 이미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사회서비스원 축소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예산을 100억 원이나 삭감했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처지도 더 열악해진다. 사회서비스 시장화로 “괜찮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부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2019년 사회서비스 노동자는 약 390만 6천 명인데, 이 중 30퍼센트가 임시·일용직이다. 돌봄 노동자 110만 명의 약 91퍼센트는 비정규직이고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에 시달린다(통계청, 2019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일부 사회서비스 업체들은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 짭짤한 수익을 누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서비스 규제가 더욱 완화된다면,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 악화될 것이다.

수익성 논리에 따라 서비스 요금은 비싸지고 질은 더 낮아질 것이다. 평범한 여성과 노동계급 가족의 돌봄 부담이 더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돌봄·요양·교육·의료 등 사회서비스는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 서비스다. 시장화 확대가 아니라 보편적 공공서비스로 무상 제공돼야 한다.

자본주의 복지의 구실과 모순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윤석열의 복지 공격은 서민층의 가느다란 버팀목을 부숴버리고, 빈민의 작은 숨통마저 막아버리는 사악한 짓이다.

지배계급과 우파는 경제 위기 시기에 복지 축소는 어쩔 수 없다며 핏대를 세운다. 국가 부채와 재정 위기를 관리하려면 불가피하다며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 부채는 선진국 내에서 높은 편이 아니다. 2021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46.9퍼센트인데, 이는 OECD 평균인 125퍼센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복지 재원 또한 전혀 부족하지 않다.

2020년 말 기준 부자(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가 보유한 금융 자산은 2618조 원으로 2019년 대비 21.6퍼센트나 증가했다. (‘2021 한국 부자보고서’, KB금융연구원) 미국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2022년 한국 부자 순위 30위의 (공개 된)재산을 합산하면 약 147조 77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의 1천 개 기업의 영업 이익 규모는 127조1461억 원(전년 대비 55퍼센트 증가)을 웃돌기도 했다. 고물가·고금리에 서민들은 허리가 휘청거리지만, 에너지·금융 기업 등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 9위로, 한 해에 54조 원이나 쓰인다.

군사비를 복지 지출로 전환하고 대규모 부자 증세를 실시하면, 보편적인 무상 복지를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다. 진정한 문제는 돈이 아니라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에 있다.

복지는 또한 계급 문제다. 어느 계급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인지, 어느 계급에게 부담을 지울 것인지, 누가 어떻게 이를 강제할 것인지 등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복지제도의 형성·확대 과정은 단순하지 않고, 자본가들의 필요와 경제·정치적 여건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선 양질의 노동력 확보 문제가 있다. 자본가들은 오로지 노동자들의 노동에 의존해야만 이윤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력 재생산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노동자들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해야 이윤을 잘 뽑아낼 수 있고, 군사적 경쟁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지배자들은 노인과 장애인 등 ‘노동력 가치가 없는’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에는 매우 인색하지만, 노동력을 관리·양성하는 데 필요한 복지는 ‘생산적 투자’라고 여긴다.

교육·돌봄 등 노동력 재생산과 직결된 복지를 꾸준히 확대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지만 말이다.

자본주의 복지의 또 다른 기능은 해고나 임금 삭감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고, 사회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 생산성을 높이려면 ‘채찍’에만 의존할 순 없다. 노동자들의 생계와 노후를 어느 정도 보장해 주면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키워야, 노동자들을 효과적으로 착취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복지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복지 재원을 자발적으로 내놓은 적은 없었다. 자본축적에 필요한 노동력 공급이 원활해지고, 노동자들이 불리한 노동조건도 군소리 없이 감내하도록 복지를 억제하려 해왔다. 복지 비용을 최소화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애썼다.

경제 위기에 직면한 자본가들은 양보할 여지가 더욱 줄어들어, 복지 축소에 혈안이 된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자본가의 이윤 보호를 우선시해 대규모 복지 축소를 감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계급 정치의 중요성

그런데 복지 문제는 자본가들의 필요와 조건에만 종속된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염원하는 노동자들의 계급 투쟁이 복지 확대의 진정한 원동력이었다.

가령, 서유럽의 복지국가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무렵의 대규모 노동자 투쟁을 통해 도입됐다. 한국에서도 19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 직후에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복지제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돌아보면, 복지를 둘러싼 투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으려면 계급 정치가 분명해야 한다.

복지는 사회적 약자 등 광범한 피억압 대중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다고 피억압 대중이 자동으로 단결하거나 사회적 힘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노동계급은 다른 피억압 대중과 구별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노동계급은 착취당하기 때문에 자본가들의 이윤 생산을 멈출 능력을 갖고 있다. 마르크스가 노동계급을 “자본주의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이라 부른 까닭이다.

복지도 계급 투쟁의 전장이고, 경제 위기 시기에 이런 특징은 더욱 두드러진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서구에서는 복지 개악에 맞서 노동자 투쟁이 벌어졌다.

따라서 지배자들의 복지 공격을 막아내고 유의미한 복지 재원을 확보하려면, 이윤 지상주의를 상당히 제약할 수 있는 노동계급 투쟁이 강력하게 조직돼야 한다.

이런 계급적 관점에서 복지 방안에 대한 진보진영 내 몇 가지 입장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편 증세는 복지 개혁을 위한 투쟁에 이롭지 않다.

오늘날 진보진영 내 상당수가 복지 확충을 위해 보편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대표적으로 정의당과 시민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에 참여하는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이 그렇다.

이들은 보편 증세가 부자들의 세금도 늘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본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탈세하는 데 능수능란하다. 반면, “유리지갑”인 노동자들은 세금 부담 독박을 쓸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들이 꾸준히 부자 감세를 추진해 세금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 2010~2021년 10년 동안 법인세 증가율(1.9배)보다 노동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 증가율(3.05배)이 더 빠르게 높아졌다.

최근 물가 폭등으로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이 하락하고 있어 세금 부담이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2016년~2021년 5년간 직장인들의 명목임금 증가율보다 근로소득세·사회보험료 증가율이 2배 이상 높았다(한국경제연구원).

무엇보다 ‘복지 증세’론은 복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흐리게 만들어 계급 투쟁에 보탬이 안 된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같은 계급적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해야 한다.

둘째, 정규직·(상대적) 고소득 노동자 양보론은 이간질에 취약하고 계급 단결을 방해한다.

진보진영 내 일부는 한국의 복지제도가 (숙련) 노동력 육성에 맞춰 설계되다 보니, “역진적 선별성”이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낼 수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복지 혜택을 받고, 오히려 복지가 필요한 비정규직나 취약계층은 소외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급 내 “복지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정규직·(상대적) 고소득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양보론은 계급 세력 관계를 불리하게 만들어 복지 개혁은커녕, 개악조차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

가령,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악 당시 민주노총 내 일부 지도자들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일부 받아들이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며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투쟁의 김을 뺐다. 그 결과 공무원연금은 사상 최악의 개악이 이뤄졌지만 국회로 공을 넘긴 국민연금은 개선은커녕 개악 위기에 놓였다.

2000년대 중반 이래, 일부 좌파는 정규직·(상대적) 고소득 노동자 양보론에 기초한 ‘사회연대전략’을 복지 개혁의 대안으로 추구해 왔다. 지난 8월에 발표된 ‘정의당 10년평가위원회’의 평가서에도 사회연대전략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복지 불평등”은 국가와 자본가들의 책임이지, 정규직·(상대적) 고소득 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니다. 진정한 불평등은 계급 내부가 아니라 계급 간에 존재한다.

사회연대전략은 하위 소득 노동자의 어려움을 상대적 고소득 노동자 탓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왜곡과 이간질에 약용되기 쉽다. 비정규직·저소득 노동자들의 처우와 복지를 개선하려면 정부와 기업에 맞서 정규직·(상대적) 고소득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민주당에 의존하지 말고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독립적으로 조직해야 하다.

민주당은 윤석열의 부자 감세와 복지 축소를 비판하며 “삭감된 민생 예산을 복구하고 증액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서민 대중의 필요 수준에 맞는 복지 확대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민주당은 윤석열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윤석열에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으려 한다.

근본에서 민주당은 기업 이윤과 자본가들의 권력 보호를 우선시하며, 경제 위기 대가를 노동자·서민층에 떠넘기는 것에 동의한다. 민주당은 포퓰리즘적 전통과 사회·노동 단체 리더들과 관계를 이용해, 운동을 통제하고 기존 질서를 수호하는 데 열심이다. 그들 자신이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역대 민주당 정부는 긴축 정책·복지 축소·시장화 등을 적극 추진해 왔다. 김대중 정부는 공공기관 민영화를 밀어붙였고, 노무현 정부는 의료 민영화와 서회서비스 시장화를 추진했다. 문재인은 사회서비스원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다.

민주당은 ‘검찰 개혁 법안 강행 처리’에서 보듯, 자신들의 권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수당의 지위를 적극 활용하지만, 노동자 등 서민층을 위한 개혁과 복지 확대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당에 의존하거나 전략적 협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복지 공격을 막고 복지를 더 확대하려면, 독립적 비판과 행동을 견지하며 기층 투쟁을 조직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맺으며

윤석열의 긴축 정책과 복지 축소는 평범한 대중의 삶을 악화시키고 가난한 서민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이런 자를 5년이나 내버려 둬야 하겠는가. 우리의 삶과 미래가 망가지는 것을 막으려면, 윤석열을 하루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윤석열은 복합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긴축 정책과 복지 축소, 노동 개악에 사활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에 맞서 삶을 지킬 관건은 계급투쟁이다. 친자본주의적인 민주당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복지 축소와 노동 개악을 막아낼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공격을 막아낼 잠재력은 국회 밖에 있다. 이미 윤석열 퇴진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생계비 위기에 맞서 노동자들도 투쟁에 나선다. 이런 투쟁들이 연결돼야 한다.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이 잘 조직되고, 계급 정치를 분명하게 추구한다면, 윤석열의 복지 공격을 막아내고 유의미한 복지 확대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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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종 2011 ‘복지 확대를 위한 좌파적 대안’ 〈레프트21〉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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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2022, ‘2023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분석’, 월간 《복지동향》 11월호.

참여연대·최혜영 의원실 2022, ‘2016∼2021 복지사각지대 온라인 시스템 현황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