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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재정준칙 법제화 추진:
긴축과 복지 삭감 선언

9월 13일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퍼센트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법안을 제정하고 이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국가 채무가 GDP 대비 60퍼센트를 넘어서면 재정 적자 비율을 2퍼센트로 축소할 계획이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예산안에서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2.6퍼센트로 제시했다. 재정준칙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이를 적용한 셈이다.

재정준칙 법안 제정은 윤석열 정부만 시도한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 재정 지출이 증가하자 국가재정법에 재정준칙을 포함시키려 한 바 있다.

9월 16일에 열린 금융노조 파업 집회 5년간 60조 원이 넘는 부자 감세를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삭감하려 한다 ⓒ이미진

사실 역대 한국 정부들은 이미 재정준칙에 따라 재정 지출을 억제해 왔다.

1990년 이래 한국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 대비 3퍼센트를 넘어선 때는 IMF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그리고 코로나 사태뿐이었다. 이때를 제외하면 관리재정수지는 흑자이거나 1퍼센트 내외의 적자를 기록하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지출 규모(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 건강보험 지출액 같은 비영리 공공기관 지출까지 포함한 것)는 31.1퍼센트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2020년). 마찬가지로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10.8퍼센트로 OECD 평균인 19.8퍼센트의 절반밖에 안 된다(2019년).

역대 한국 정부들이 재정 지출을 극도로 억제해 온 데다가 특히 복지 지출에 매우 인색했던 것이다.

공격적 복지 삭감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재정준칙 법안을 제정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공격적으로 긴축을 해 복지를 줄여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올해보다 5조 7000억 원이나 삭감했고,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지역화폐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노인 복지 성격이 강한 노인 일자리 예산도 1000억 원이나 삭감돼 월 27만 원을 받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 6만 개도 사라진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서 일하는 노인의 90퍼센트가 70대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노인 빈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텐데 말이다. 또, 긴축 재정을 해야 한다며 내년 공무원 임금을 1.7퍼센트 인상해, 실질임금을 대폭 삭감하려 한다.

이처럼 노동자·서민 지원은 대폭 삭감하면서,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해서는 5년간 법인세·소득세·종부세를 60조 2000억 원이나 감면해 주려고 한다.

게다가 최근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안상훈은 “돌봄, 요양, 교육, 고용, 건강 등 분야에서는 서비스 복지를 민간 주도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복지 분야에서 민영화를 확대해 기업과 부유층에게 부를 늘릴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재정준칙은 복지 삭감을 노린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된 1990년대 초에 미국·유럽 등지에서 강도 높은 재정준칙을 시행했다. 그 결과 복지 지출이 억제되면서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고, 전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 지배자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로 기업들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재정준칙을 내팽개쳐 왔다. 예를 들어, 2008년 세계경제 위기 때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는 기업과 부자들을 살리려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대거 일자리를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야 했다. 그런데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재정 적자 문제가 커지자, 2010년경부터 긴축 정책을 본격화해 다시 복지와 임금을 삭감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 반대’라는 구호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기도 했었다.

최근에도 코로나19와 함께 세계적 불황이 닥치자 각국 정부는 기업과 부자들을 위해 2008년 위기 때 이상으로 돈을 쏟아부었다. 이에 따라 재정 적자가 급증하자 긴축 재정으로 그 고통을 떠넘기는 공격을 강화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도 최근 무역 수지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환율이 급등하며 금융 불안정성도 높아지자, 재정 긴축으로 그 대가를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려 한다.

그러나 긴축 정책은 경제를 살리는 데도 거듭 실패해 왔다. 경제 위기 시기에 긴축 정책은 오히려 수요를 감소시켜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은행이 각국 정부가 시행하는 통화·재정 긴축이 오히려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까닭이다.

이미 실패한 재정준칙을 다시 법제화하려는 것은 경제를 살리지도 못할 뿐 아니라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에게 고통을 가할 뿐이다. 기업과 부유층 지원에만 힘을 쏟는 정부에 맞서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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