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서비스원법 후퇴 시도:
미흡했던 민간 위탁 축소조차 완전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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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보육, 요양, 장애인활동지원, 사회복지, 간병 등)가 주로 민간 기업주들에게 맡겨져 폐해가 컸다며 이를 개선하고자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약속했었다. 양질의 일자리와 돌봄 영역의 공공성 확보라는 취지가 더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겠다던 계획은 후퇴를 거듭하더니, 결국 지자체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고 사회서비스의 일부만을 사회서비스원이 맡아 위탁 운영하게 했다.
현재 2년째 시범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정부의 재정 책임 회피와 후퇴로 꾀죄죄하다. 정부 계획대로 다 된다고 가정했을 때, 사회서비스원이 포용하는 일자리 규모는 전체 돌봄 일자리의 5.7퍼센트에 불과하다.
서비스의 질도 민간과 커다란 차이가 없다. 서비스의 질과 직결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등의 일부를 제외하면, 노동자 대부분은 최저임금 시급제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돌봄 노동자와 이용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자체 수익 구조로 운영해야 하는 독립채산제를 도입한 탓에, 다른 지자체들보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서울시조차 사회서비스원에 지속적인 수익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행정감사 때는 시급제 노동자 채용을 통한 인건비 축소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시장 중심의 복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은 탓에 사회서비스원의 서비스 질과 노동조건 향상은 민간에 비해 두드러진 차별성이 별로 없거나 크지 않게 된 것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같은 사회서비스원의 설립과, 그 절차·운영 등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률도 제정하겠다고 밝혀 왔다.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서비스원법이 그것이다.
일각에선 남인순 의원안에 대한 기대도 나왔지만, 이 법안은 이미 현실에서 드러난 여러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기존에 이미 민간 위탁된 사회서비스 부문은 그대로 둔 채, 신규 국공립 시설 등 일부만을 사회서비스원에 우선 위탁하도록 해 사실상 현상 유지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고착화
심지어 일부 문제는 개선은커녕 고착화할 위험조차 안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처럼, 정부의 재정 지원 의무가 없는데다 사실상 사업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도록 돼 있어 수익성 논리가 강조되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의 질과 노동조건이 하향 압박을 받기 쉬워 노동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민간업자들은 이조차 자신의 이윤을 침해한다며 반대해 왔다. 지난해 11월 초, 국민의힘은 민간 시장을 위축시킨다며 사회서비스원 우선 위탁 조항 자체를 없애는 법안(이종성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우파와 민간 기업주들은 사회서비스원이 국가 재정만 축내고 민간업자들의 이윤은 줄인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반발이 있을 때마다 후퇴해 왔는데, 최근에도 정부는 국민의힘 측의 의견을 대폭 반영해 한층 후퇴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에서는 신규 국공립 시설도 사회서비스원이 우선 위탁을 받는게 아니라, 민간과 사회서비스원이 입찰 경쟁 절차를 하도록 바꾸려 한다. 사회서비스원에 우선 위탁할 대상 범위는 민간이 기피하거나 민간 공급이 부족한 분야의 신규 시설로 대폭 축소하고, 우선 위탁 대상이었던 ‘평가 결과가 저조한 국공립 시설’도 제외할 예정이다. 남인순 의원도 정부 수정안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이처럼 우선 위탁 조항조차 대폭 후퇴시키려는 시도는 더는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하지 않고 민간에게 내맡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고 위기가 심화하자, 민간 사업주들과 우파들에 타협하면서 더욱 우경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후퇴하자 국민의힘은 더 기세등등해져 사회서비스원에 우선권을 주는 예외조항도 모두 삭제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런 후퇴 조짐이 보이자 참여연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만, 이런 후퇴에 반대해 민주당의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것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매우 미흡하고 문제점도 있는 법이 일단 제정되면, 이를 바꾸는 일은 그만큼 더 만만찮게 어렵게 될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가 말한 ‘포용적 복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이다. 결국 그들의 포용 대상은 민간 기업주들에 기울어 있다. 그 속에서 노동자와 이용자들의 절실한 필요는 내팽개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