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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세계 잼버리 대회 파행:
윤석열 정부의 부실함과 둔감함, 대규모 국제 행사에서도 드러나다

총체적 운영 부실로 최대 규모인 영국 참가단을 비롯해 일부 참가단들의 이탈 등 파행으로 치닫던 세계 잼버리 대회가 결국 새만금 야영을 중단했다.(물론 이번엔 태풍 ‘카눈’의 북상 때문이다.)

이미 야영지에서 철수해 자체로 숙소를 잡은 영국·미국 참가단을 제외한 참가자 3만 7000여 명은 정부가 마련한 숙소들로 분산 이동했다.

150여 개 국에서 온 청소년 4만 3000여 명이 대회 조직위 측의 폭염 대책 부재, 위생 등 기반 시설 불량 등으로 대회 기간 내내 큰 고역을 치렀다.

이번 잼버리에서는 야영지 곳곳에 고인 물과 화상벌레 등 때문에 위생 문제가 심각했다 ⓒ출처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

대회 기간 내내 한국 내에서는 폭염 경보(야외 활동 자제)가 매일 발령됐다. 그런데도 잼버리 대회는 기반 시설에서나 행사 운영에서나 폭염 대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윤석열이 참석한 개영식 도중에만 100여 명이 응급차에 실려갔다. 대통령 참석 때문에 개영식 입장이 지연된 데다가 가방 검사 등을 하느라고 찜통 더위의 야외에서 3시간이나 대기한 참가자도 있었다.

행사 5일 만에 야영지 내 병원을 찾은 인원이 참가자의 10분의 1에 이르렀다(8월 6일까지 총 4455명). 온열 질환, 피부병, 벌레(끔찍한 화상벌레) 물림이 가장 많았다. 일광화상 환자들도 나왔다. 피부병과 해충 피해가 많았던 건 위생 문제가 심각했음을 보여 준다. 그 와중에 비상 약품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난장판” 때문에 대회 현장 소식을 전해 들은 각국 부모들이 자국 스카우트에 항의해 일부 국가의 한국 주재 대사관은 직원들을 급히 대회장에 보내기도 했다.

행사 전후로 폭염 등을 이유로 대회 중단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긴급 자금을 투입하며 강행을 고집했다. 게다가 막상 6월 초 잼버리 조직위 측의 폭염 대비 예산 지원 요구는 거절했다.

잼버리 파행이 단순히 폭염 때문이었던 것은 아니다 ⓒ출처 Jean-Pierre Pouteau

정부의 준비 부족과 운영 부실이 문제됐는데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야영 중단으로 “새만금 잼버리”가 “코리아 잼버리”로(국가적 행사로) 바뀌었다며 말돌리기를 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손상된 위신과 평가를 만회하려고 긴급을 명분으로 “전시 강제 징발 수준”(금융노조)으로 대처하고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공공기관·금융기관·기업체·종교시설의 연수원, 대학교 기숙사 등이 총동원됐다. 1끼 식사 지원비가 수재민 식사 지원비보다 더 많을 정도다. 각 지자체들은 정부 지시로 급하게 관광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 세계 야영 대회가 한국 단체 관광 행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불만 여론 무마에 K팝 인기를 이용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프로축구 일정 변경, BTS 강제 섭외 시도 등의 구설수 속에서 정부는 태풍이 올라오는 주중에 공무원과 일부 공기업 노동자들을 콘서트 준비에 강제 동원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예산과 임금에 대한 통제 권한을 이용해 공기업들에게 8월 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K팝 콘서트와 폐영식 준비와 진행을 위한 직원 파견을 강요하고 있다. 폭염과 태풍의 이중고 속에서 공기업 노동자에게 원래 임무와도 무관한 노동을 시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행사를 띄워 놓고 전임 정부 탓

이번 잼버리 재앙은 세계 곳곳에서 온 청소년 4만 몇천 명에게 한국 정부가 고통과 두려움, 실망을 준 사건이다. 중앙 정부와 전라북도 모두 책임이 있다. 그러나 압도적 책임은 중앙 정부에 있다. 중앙 정부가 이 행사를 사실상 주관했기 때문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잼버리 대회의 장소가 문재인 정부 때 결정된 것이라며 전임 정부의 준비 부실 탓이라고 주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특히, 잼버리 야영지 새만금이 위치한 전라북도는 민주당세가 강하고 도지사도 민주당 소속임을 고려한 책임 전가일 것이다.

그러나 조직위 자체가 애초 정부(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주도로 구성됐다. 여가부 주도로는 불안했는지 올초에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화체육부 장관을 공동조직위원장에 추가했다. 행정과 안전 등을 행안부가 직접 맡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회 공동조직위원장 5인 중 현직 장관이 (여가부 포함) 3인이었다.

5월엔 국무총리 한덕수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준비 상황을 체크했다. 배수, 음식 등을 위해 수자원공사, 식품안전처 등 범정부적으로 기관들이 동원됐다. 7월엔 국민의힘 지도부가 현장을 방문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게다가 윤석열 본인이 개영식에 직접 참석했다. 1년 반 전에 임기가 끝난 전임 정부 책임하의 못 믿을 행사라면 이 폭염 더위에다 경호도 까다로운 야외 행사에 장시간 대통령이 참석을 했겠는가. 더구나 윤석열은 본인이 보이스카우트 출신이라며 행사를 한껏 띄웠다.

윤석열 본인이 개영식에 참석해 치적으로 삼으려 해 놓고는 이제 와서 남 탓을 하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

웃기게도, 행사 개막 직전 날 여가부를 통해 조직위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폭염 철저 대응”이었다.

웃기지만, 이는 정부 자신도 이 행사를 중시했고 폭염 대책 필요도 의식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문제가 불거지자 윤석열의 무제한 지원 지시, 100억 원 긴급 지원 등의 조처들이 순식간에 이뤄진 배경일 것이다.

그런데도 실제 대책과 행사 운영은 극도로 부실했으니 그 관료적 안일함과 소홀함, 태만에 황당할 뿐이다. 위에서 지시만 하고 대회 개최를 치적으로 이용할 생각만 있었지, 실제로 안전하게 행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등 구체적 대책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지난해부터 제기된 준비 부실론을 그저 정부 흠집내기 정도로 여겨 무시하고, 행사를 두 달 남기고 다급하게 제기된 폭염 대비 시설 예산 요구는 대폭 삭감한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잼버리 준비 부실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책임지고 대책을 다 세워 놓겠다는 여가부 장관의 답변 모습을 다시 보면 기가 찰 뿐이다.

7월 폭우로 야영 예정지가 침수돼 물이 고이면서 위생, 해충, 안전 등의 불안이 제기됐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7월 말 여당 지도부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며 행사를 독려할 때, 지금 같은 사태를 우려하며 행사의 취소나 축소 등 계획 변경을 요구한 것은 전북의 시민 단체들이었다.

결국 이태원 참사 사전경고, 청주 오송 수해 참사 사전경고 등을 무시한 행태가 이번에 또 반복됐다. 안전 문제 사전경고를 정부가 무시하다가 결국 일이 터지고, 뒤늦게 정권에 책임의 화살이 날아올 상황이 돼야 범정부적으로 면피용 호들갑을 떠는 것, 그러나 결국 책임은 시간이 지나면 은근슬쩍 호도되고 무마되고 하급자나 전임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다시 비슷한 재난이 일어나는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