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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
애초에 새만금 개최가 문제, 대회 운영 부실은 주로 윤석열 정부 책임

세계 잼버리 대회가 끝나자마자 여야 간 책임 공방이 본격화됐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의 준비 소홀과 행사지 지자체인 전라북도의 탓이라고 하고, 야권은 조직위원회를 운영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비판한다.

세계 150여 개 나라에서 온 청소년들에게 한국 국가가 전혀 불가피하지 않은 고통을 부과한 꼴인데, 공식 정치는 남탓 공방만 하고 있다. 당연히 주류 양당 모두가 잼버리 대회 파행에 책임이 있다.

잼버리 장소 선정 관련 문제와 대회 운영 부실과 파행의 책임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애초에 새만금을 잼버리 개최지로 하자고 제시한 것은 당시 전북도와 민주당이었다. 그러나 여권이 이제 와서 전라북도가 검은 속셈을 갖고 새만금 매립에 잼버리를 이용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웃긴다.

새만금 잼버리 개최 신청에는 박근혜 정부도 협조했다. 윤석열 정부도 장소를 문제삼지 않았다.

새만금 잼버리가 확정된 후 문재인 정부가 준비 상태를 제대로 점검·관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회 운영 부실의 주된 책임은 윤석열 정부가 피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 행사 준비와 예산 집행은 현 정부가 주관했다. 원래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로도 모자라 행정안전부, 문화체육부 등 장관이 3명이나 투입됐다.

새만금 개발, 새만금 잼버리 개최, 대회 파행에 양당 모두 책임이 있다 ⓒ출처 WSB Inc. / Telmo Domingues

새만금 간척 - 애초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

애초에 새만금 개발(간척 사업)은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었다. 아마도 전북도 측에서 새만금에서 잼버리를 열자고 한 것은 현재 경제성 때문에 이도저도 아니게 된 상황에서 매립이라도 완성하는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의 호남 달래기용 개발 공약으로 본격화됐다. 애초에는 전두환 정부가 식량 증산을 위해 고려했다가 경제성이 불투명해 추진되지 않고 있던 것을 노태우가 선거 득표를 위해 공약하고, 임기 중인 1991년에 간척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새만금 간척 사업을 지지했다. 다만 환경단체들의 반발과 소송 때문에 공사의 진척이 더뎠다. 대신 노무현 정부는 새만금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했다.

새만금 개발은 민주당과 전북 지역 유력가들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은 언제나 새만금 간척 사업을 지지했다.

이명박 정부는 새만금 경제자유구역 선포 등 새만금 개발을 산업 중심 지역 개발로 재규정했다. 중국과의 경제 교역 교두보로 삼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명박도 호남에서의 지지를 고려했다.

지금도 윤석열이 임명한 새만금개발청장 김경안은 새만금에 산업단지 조성, 해외 기업 유치 등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명박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었던 정운천은 한때 바른미래당에서 함께했던 현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서로 협력해 새만금 2차 전지 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들에게도 잼버리를 이용한 새만금 도로 신설, 새만금 신공항 신속 추진 등은 환영할 일들이다. 갯벌 매립지를 야영지로 사용하는 것을 윤석열 정부가 사전에 문제삼은 것도 아니었다.

여야가 새만금 사업을 두고 서로 상대를 탓하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부분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회 운영, 주된 파행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북도도 책임이 있지만, 대회를 주관한 것은 명백히 조직위원회였고, 조직위는 중앙정부가 주도했다. 대회 파행을 전 정부의 준비 부실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1년 3개월 동안 대회 준비의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니 실은 스스로 정부의 무능을 인정하는 셈이다.

가장 불만이 크고 문제가 된 화장실, 샤워실, 급수대, 식당, 의료 시설 등 위생 관련 시설들은 모두 조직위 담당이었다.

JTBC에 따르면, 대회 석 달 전까지도 조직위는 의사 인력을 6명밖에 확보하지 못했었다. 아무리 석 달 전이라도 한여름 야외에서 4만여 명이 숙영하는 행사인데 준비가 너무 부실했던 것이다.

대회 직전에 45명을 확보했지만, 이조차 참가자 1000명당 1명이었다. 대회 첫날부터 쏟아지는 온열 질환자, 피부병 환자 등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조직위는 대한의사협회의 지원 자청도 거절했다. 며칠 만에 약이 부족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일들은 이 정부가 사람들의 안전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보여 준다. 취임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으니, 계절로 치면 사계절을 한 번 돌고 여름을 딱 두 번 난 것인데, 그 여름마다 인재형 수해 참사가 반복됐다. 이태원 참사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매번의 참사에서 공통점은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시점에서 여러 신호와 신고가 있었는데 무시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 정부가 각종 지침과 인사 등을 통해 국가기관과 공무원들을 이끄는 방향이 결코 대중 안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정부의 이러한 우선순위에 역행하는 신호들은 무시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자체가 재난의 일부다.

정부의 책임 문제점들은 참가단들이 대회장 야영지에서 철수한 이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태풍이 올라오는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케이팝 콘서트 무대를 급하게 설치하면서 정부 자신이 법상 안전 의무를 무시한 일도 벌어졌다.

한편, 특허청, 공정거래위, 예금보험공사 등의 노동자들이 총동원돼 자기 업무와는 무관한 숙소나 차량 배치, 배식 등에 사전 양해나 보상 약속도 없이 동원됐다.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의 감사나 수사권 없는 국회 국정조사가 잼버리 대회의 총체적 부실을 속속들이 밝혀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성과 안전 둔감 DNA는 이미 명백하게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