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새만금 재생에너지 건설 논란:
“원상복구 아니라면, 햇빛 발전은 차선책 될 수도”

문재인의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 발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보수 언론과 우파는 재생에너지가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핵발전을 재개하라고 요구한다. 한편, 새만금이 있는 전북 지역에서는 새만금 사업의 무계획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이 오히려 환경과 지역 주민의 삶을 파괴할까 봐 걱정한다. 오래전부터 핵발전의 문제를 지적하고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을 강조해 온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최무영 교수를 인터뷰했다.

ⓒ이미진

일단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핵발전은 여러 문제를 떠나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무엇보다 그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벼락을 두 번 맞을 확률보다 낮다거나 100만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에요. 사실 이거야말로 괴담이라고 할 만하죠.

첫째, 사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입니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확률을 정의한다는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확률의 간단한 정의로서 가능한 경우의 수 중에서 주어진 경우가 몇 번 발생했는지 따지는 방법이 있죠. 주사위를 600번 던져서 1이 대략 100번쯤 나오면 그 확률을 6분의 1이라고 하자는 거지요.

그러면 핵발전소에 대형 사고가 날 확률을 같은 방식으로 따져볼까요? 지금 전 세계에 핵발전소가 400개 정도라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그 중에 대형 사고가 네 번 일어났습니다. 영국 셀라필드, 미국 스리마일, 러시아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까지요. 따라서 단순 계산하면 1백분의 1은 되는 것 아닌가요? 아직 400개 핵발전소가 문을 모두 닫은 건 아니니 수명이 끝나서 폐쇄할 때까지 생각하면 확률은 더 커질 수 있죠.

둘째, 핵발전소가 화력발전소나 다른 시설들에 비해 사고율이 더 높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안전 설비를 강화한다고 해도 단언컨대 사고 가능성을 0으로 낮출 수는 없어요. 이는 수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어요. 핵반응로는 내부에서 매우 강한 방사선을 내보냅니다. 그걸 둘러싸고 있는 강철과 콘크리트가 쉬지 않고 방사선에 두들겨 맞는 셈이죠. 다른 설비보다 더 잘 견디도록 설계하기는 하지만 피로도가 쌓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600여 번이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부분 경미한 사고였지만 두세 번 정도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고요. 심지어 설계대로 건설되지 않은 것이 발견되기도 했죠. 중요한 점은 아무리 잘 지어도 사고율이 0이 될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면 끝이라는 점이 다른 사고와 다릅니다. 근처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국토 전체가 오염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셋째, 비용이 적게 든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핵발전 단가는 어떻게 계산하냐에 따라 크게 달라져요. 대표적으로 적절한 폐기물 처리 비용은 전혀 계산에 넣지 않고 있습니다. 30~40년이면 문을 닫아야 하는데 그때 필요한 막대한 폐쇄 비용도 고려하지 않고 있고요. 안전시설 비용이나 사고 위험에 대비하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므로 이를 생각하면 싸다는 건 전혀 말이 안 되죠.

새만금 간척지 굵은 테두리로 둘러싸인 지역이 이번에 발표된 재생에너지 사업 대상지다. 개발 조감도에 표시한 것으로 실제 지형과는 차이가 있다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에서도 장점이 없어요. 어차피 우라늄도 매장량에 한계가 있거든요. 추정 매장량이 꽤 되지만 석유를 핵발전으로 완전히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100년도 못 갈 겁니다.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방법(증식로)도 자주 거론되는데요. 프랑스의 슈퍼피닉스와 일본의 몬주가 이를 시도한 경우죠. 그런데 둘 다 결국 문을 닫았어요. 몬주의 경우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도 한 번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어요. 핵발전소는 냉각이 아주 중요한데 증식로에서는 감속 문제로 물을 쓸 수 없어서 나트륨을 냉각제로 쓰거든요. 그런데 나트륨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폭발해요. 예전에 서울대학교에서도 나트륨이 폭발해서 학생 세 명이 아깝게 목숨을 잃은 적이 있었지요. 따라서 증식로는 현재로서는 실용성이 없어요. 토륨을 이용한 증식로도 있지만, 이것도 경제성과 감속재, 연료가공, 재처리 등 기술적 문제로 실제 활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요.

햇빛발전의 경우 핵발전이나 화력발전보다 그동안 투자를 거의 안 했어요.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면 비용은 더 낮아지겠죠. 자동차도 한두 대만 만드는 것에 비해 대량생산을 하면 비용이 많이 싸지잖아요. 그래도 이미 햇빛전지의 효율이 20퍼센트 가까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발전 단가가 햇빛이 110, 바람이 90인데 반해서 핵발전은 150으로 더 비싸고, 심지어 폐기물 처리비를 제대로 고려하면 1000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음이 정설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핵발전에 신규 투자는 햇빛과 바람에 비해 100분의 1 이하지요. 돈이 안 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정신에 문제가 없다면 핵발전을 계속하자는 건 말이 안 돼요. 어쨌든 전력은 필요한데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서든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든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는 게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봐야겠죠.

그러면 대규모 햇빛발전과 풍력발전을 꼭 새만금에 지어야 하는가를 따져봐야 하겠네요. 먼저 새만금 간척 사업 자체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농경지를 만든다고 바다를 메우기 시작했는데요. 우리 나라는 농업이 무너지면서 이미 휴경지가 넘쳐날 정도로 농지가 남아도는 상황인데 왜 대규모 환경 파괴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사업을 시작했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 다음에는 새만금을 공업·산업 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 나라 산업이 부지를 못 구해서 어려운 상황은 아니거든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는데 이제는 비용 등 여러 문제로 원상태로 복구하기도 어려울 듯합니다.

현 상황에서 일단 꼭 필요한 조처는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먼저 바닷물이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새만금으로 흘러 든다고 알고 있는데 이 강들은 호남평야에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수원이거든요. 그런데 강물이 정체돼 오염이 퍼지면 답이 없는 상황이 되거든요. 이렇게 물의 흐름을 유지하고 필요하면 일부 복원도 하는 등 중요한 환경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에서 새만금을 원상복구할 수 없다면, 햇빛발전 등은 차선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이미 메워진 간척지를 어떤 용도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과도기적으로는 불가피하지 않을까 싶어요.

필요한 곳에 적절한 규모로

물론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면 결국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햇빛발전의 경우에도 예컨대 멀쩡한 산림을 파괴하고 산에 짓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도시에서 하는 게 효과적이죠. 건물 지붕이 대표적이고 주차장이나 창문에도 할 수 있어요. 나아가 도로에도 설치할 수 있지요. 또한 호수나 강이나 바다 등에는 어느 정도 규모로 설치할 수도 있다고 봐요. 수면 위에 설치하면 수중 생물을 포함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육지보다는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람을 이용하는 풍력발전의 경우는 글쎄요, 간척이 끝난 지역에 설치하거나 부유식 풍력을 한다면 차선책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현재 간척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부유식 풍력은 고정식 해상풍력보다는 환경과 어업에 피해를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전력은 생산지와 소비지를 분리하느니 필요한 곳에서 적절한 규모로 만들어서 써야 한다고 봐요. 햇빛발전은 그렇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죠. 문제는 산업인데요. 핵발전과 화력발전이 이렇게 늘어난 것도 주로 산업시설 때문이거든요. 가정용 전력 수요는 얼마 안 돼요. 전체의 15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는 산업용인데, 이게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됩니다. 가정용보다도 싸게 공급해주므로 절약에 대한 인식이 없는 듯해요. 이는 바뀌어야 합니다.

기후변화를 늦추려면 일단 자동차 사용을 크게 줄이고, 육식을 위한 대규모 공장식 축산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나오는 메탄은 양이 적어도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거든요.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 높은 날이 가장 잦다고 알려진 지역의 경우에 그 이유가 대규모 축산 시설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무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산업용 전력, 자동차 등에서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고, 이에 따라 전력 생산도 햇빛이나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아가 고기 소비도 줄이면 더 좋겠지요.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