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10월 대선:
새롭게 부상한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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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르헨티나 대선 예비 선거에서 새롭게 등장한 극우 인사가 돌풍을 일으켰다. 그가 누구이며 왜 성과를 냈는지 소피 스콰이어가 분석한다.
최근 아르헨티나 선거*에서 충격적이게도 선두를 차지한 이 도널드 트럼프를 닮은 자는 누구이며, 왜 그렇게 많은 지지를 모으고 있나? 하비에르 밀레이는 TV스타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한 극우 자유지상주의 경제학자이다. 밀레이는 최근 아르헨티나 선거에서 30퍼센트를 득표했다.
토르쿠아토디테야대학교의 정치학자 후안 네그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밀레이가 그런 결과를 얻을지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조직도 지지도 없는 지역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코끼리가 우리 옆을 지나갔는데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가디언〉을 포함한 몇몇 신문들은 밀레이를 “어릿광대”라고 불렀다.
그러나 우익 정당들의 선거연합인 “자유 전진”을 이끌고 있는 밀레이는 그보다 훨씬 더 무서운 자다. 밀레이는 강간에 의한 임신의 중단조차 반대하고 기후변화는 “사회주의자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한번은 인간 장기 매매도 “똑같은 시장”이기 때문에 합법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밀레이는 거리·도로 봉쇄를 불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거리·도로 봉쇄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저항과 반란이 흔하게 취하는 형태다. 그러한 견해들에 더해 밀레이는 자신의 방식으로 긴축과 민영화를 강행하면 현재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밀레이는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려 애쓰는 우파 경제학 지류들을 20년 넘게 연구하고 가르쳐 왔다. 밀레이는 자본가들과 기업들을 위해 경제를 안정시키려고 복지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정부 지출을 대거 삭감하려 한다. 그리고 미국 달러화를 자국 통화로 도입하려 한다. 그리하면 중요한 경제적 결정들을 미국에 내맡기는 효과를 낼 것이다.
또한 밀레이는 국영 석유회사를 민영화하고 공공 보건 시스템도 갈아 치우려 한다. 밀레이가 크게 득표한 후 시장이 혼란에 휩싸이자 정부는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를 22퍼센트 평가절하했다.
이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투자자들은 밀레이의 경제 정책으로 그들이 아르헨티나 경제에 필요하다고 여기는 “충격 요법”이 도입될 수 있다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일부 자본가들은 집권 여당의 선거연합 “조국을 위한 연합”의 대통령 후보 세르히오 마사보다 밀레이를 더 믿음직한 일꾼으로 여긴다.
밀레이는 일부 자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또 매번 보는 정당들과 정치인들에게 진저리가 난 평범한 사람들의 표를 얻어 대선에서 승리할지도 모른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유사한 상황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인플레이션과 가난, 굶주림, 절망이 반동을 부채질하다
지난 2019년 대선에서 밀레이의 자유당은 호세 루이스 에스페르트를 후보로 세워 간신히 1.47퍼센트를 득표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길래 자유당과 밀레이 같은 비주류 세력이 득을 본 것일까? 가장 확실한 답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깊은 위기에 빠져 있고 그 위기가 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에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00퍼센트 이상으로 치솟았다. 1월에서 2월 사이 한 달만에 식품 가격이 거의 10퍼센트 올랐다. 8월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115.6퍼센트에 달했다. 지금 15세 미만 아이들의 절반이 빈곤에 처해 있다.
한 자선 단체에서 아이들과 함께 무료 간식을 받아 오던 한 어머니는 평범한 사람들의 절망적 상황을 〈르몽드〉 신문에 이렇게 전했다. “모든 것이 너무 비싸요. 저는 음식과 약을 사기 위해 휴대폰을 팔아야만 했어요. 우리 엄마들은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아이들을 먹이려 해요.”
아르헨티나의 평범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데도 주류 정당들은 거의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정치 시스템은 복잡하며 정당들은 정부에 참여하기 위해 거대한 연합을 꾸린다.
현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선거연합 “조국을 위한 연합”의 일원이다. 그는 대통령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국을 위한 연합”은 지난 20년간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해 온 정당들로 구성된 두 주요 선거연합 중 하나다.
지금 아르헨티나의 평범한 사람들은 변할 기미가 없는 곤궁함과 물가 인상, 가난에 넌더리가 나 있고, 정치인들은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밀레이의 “자유 전진”의 청년 조직을 이끌었던 밀라 수르브리그헨은 젊은이들이 밀레이 같은 정치인들에게 눈을 돌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세대의 분노는 매우 깊다. 정치인들을 엄청나게 혐오한다. (밀레이는) 이 거부감을 아주 잘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정치인들이 우리 세대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고 자신들이 끼친 피해를 모르기 때문에 밀레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우리의 필요를 외면하고 우리를 기만하고 있다.”
좌파의 실패가 우파를 도왔다
밀레이는 그가 “카스트”라고 부르는 세력과의 단절을 표방하고 있다. 그의 의도는 자신이, 그간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해 온 정치 이데올로기들과 전혀 다른 대안인 척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해 온 이데올로기 중 첫째는 1940년대 중반에 집권한 육군 장교 후안 페론의 이름을 딴 페론주의다. 1946년 이후로 13명의 대통령 중 10명이 페론주의자였다.
이 이데올로기의 핵심 내용은 국가가 산업에 더 많이 개입하고 노동자들과 소위 “애국적 자본가들” 사이를 중재하는 것이었다.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해 온 또 다른 이데올로기는 키르치네르주의로서 전 대통령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현 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전 대통령 키르치네르의 부인)의 사상에 기초한 것이다.
페론주의에서 분화한 키르치네르주의자들은 공산당과 사회당 일부에게서 끌어온 좌파적 색채로 포장돼 있다. 그러나 어느 이데올로기도 모두 반복되는 경제 위기에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페론주의와 키르치네르주의 지도자들은 모두 긴축을 강요해, 자본주의가 낳은 문제들에 대한 대가를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이 치르게 했다.
밀레이는 진정한 위험이다. 그러나 페론주의, 키르치네르주의나 그 밖의 주류적 대안들로는 변화를 가져 올 수 없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독립적인 노동자 저항과 지배계급의 모든 책략에 맞서는 사회주의 정치다.
극좌파의 도전
아르헨티나의 일부 평범한 사람들이 극우에 투표했지만 극좌파의 표가 붕괴하지는 않았다. 여러 트로츠키주의 정당들의 선거연합 ‘노동자 좌파 전선-단결(FIT-U)’은 이번에 2.65퍼센트를 득표해 5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선거연합의 일원으로 출마한 대선 후보들의 득표를 합한 것보다 조금 줄은 것이다. 2015년 선거에서 그들은 그럭저럭 총 투표의 3.25퍼센트를 획득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FIT-U의 후보는 미리암 브레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