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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반핵의사회 운영위원 인터뷰:
“핵 오염수 방류 시작됐어도 중단 요구 운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반핵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공동으로 《후쿠시마 핵 오염수와 한국정부 괴담 10문 10답》 소책자를 발행했다. 대표 집필자인 우석균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올해 2월 일본 반핵 단체들을 방문해 의견을 들은 데 이어 방류 직후에도 일본을 방문해 현지 여론을 듣고 왔다.

기시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일본인들에게는 이익이 된다고 말하는데요. 일본 내 반응은 어떻습니까?

얼마전 일본 〈아사히〉 신문이 한 여론조사에서 40퍼센트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했는데요. 일단 일본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이 40퍼센트나 나온 것은 굉장히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에 불안하다는 의견은 75퍼센트나 됐어요.

기시다 총리가 일본 어민들과 “신뢰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후쿠시마 어민 단체 대표는 “근거가 뭐냐” 하고 직격을 날리기도 했는데요. 일본 정치 환경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또 제가 얼마 전에 일본 홋카이도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요. 〈홋카이도 신문〉이라는 지역 언론을 보니 1면 머릿기사가 “오염수 방류로 중국이 전체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홋카이도 수산물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수출, 홋카이도 수산물 산업에 심대한 타격, 재고 늘어” 이런 제목이었어요. 그만큼 불안과 반대 여론이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올해 2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 측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대형 탱크를 만들어서 오염수를 계속 보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견고탱크’ 기술도 많이 발달했다고 해요.

부지가 없다는 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합니다. 후쿠시마현에 버려져서 쓰지 못하는 땅이 얼마나 많은데요. 사고가 난 1~4호기 바로 옆에도 핵발전소를 더 지으려고 했던 부지가 있다고 해요.

사회운동이 약하다 보니 여론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을 뿐 일본에서도 실제로는 불만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2011년 이후 일본에서 수산물 소비량이 굉장히 줄었거든요. 일본 사람들이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라고 봐요.

8월 24일 총리 관저 앞 항의 행동 “기시다 타도!” ⓒ출처 ZNN.JP

윤석열 정부는 핵 오염수보다 훨씬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배출된 2011년 사고 이후에도 한반도 근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안심해도 된다고 합니다.

소책자에 실은 것처럼 백도명 교수님이 당시 한반도 근해의 세슘 농도를 재분석해 봤어요. 그랬더니 일본과 인접한 한국 동해와 남해에서 2011년 이후 세슘 농도가 높아졌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게 관측됐다는 거예요.

소책자에는 싣지 못했지만 사고 이후 한국에 내린 비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어요.

당시 상황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 앞에 초등학교가 있는데요. 부모님들이 아이들 머리를 감싸 안아서 학교에 들여보내고 집에 갈 때도 차에 태워가느라 이 앞길이 미어 터졌던 게 기억나요. 그럴 정도로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했었죠.

그 당시에 제주도와 부산 대구 등지에 내린 비에서는 우리나라 음용수 기준을 충족했지만 미국 기준으로서는 먹을 수 없는 물로 판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세슘이나 아이오딘(요오드) 등이 많이 검출됐어요.

2011년 사고 이후 한국 근해에서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여당이 제2의 광우병 괴담이라고 비난한 것도 비판하셨던데요.

[자민통 활동가였다가 우파로 전향한] 민경우 씨가 국민의힘 토론회에 가서 자기가 무슨 내부 논의를 잘 아는 것처럼 말했던데요. 그 분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 당시에는 가끔 회의 끝날 무렵 술이나 한잔 하러 왔지, 회의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어요.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진 게 2008년인데요. 미국에서는 2003년에서 2006년까지 광우병에 걸린 소가 3마리 확인됐어요. 2008년은 그로부터 만 2년이 지나지 않았던 때예요. 광우병의 잠복기가 10년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또 미국에서는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사료가 계속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광우병 의심 소,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는 소의 도축을 금지하는 법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전 세계적으로 미국산 소고기를 전면 수입하는 나라가 없었어요. 일본에서 생후 24개월 미만으로 제한한 게 그나마 가장 완화된 조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명박 씨가 덜커덕 전면 수입으로 간 거죠. 그러니 그 조처에 반대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너무나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모두 괴담 취급하는 건 현 정부의 다른 역사 왜곡처럼 ‘무조건 우기면 된다’는 식으로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

방류가 시작된 지금 뭐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소책자에도 썼는데요, 방류가 시작됐다고 해서 운동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예방적 조처로 현재 후쿠시마현 인근 지역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를 일본산 수산물 전체로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정부는 맨날 해류가 한국과 반대쪽으로 흐른다고 주장하는데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흐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기후 위기 시대에 해류의 방향과 강도도 실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쿠로시오 난류가 약해지면서 따뜻한 대기가 정체해 도쿄가 더워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해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죠.

또 일본과 한국의 정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점이 있어요.

한 예로 일본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도 그에 가입하려 하는데요. 최근 영국이 여기 가입하면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규제 제한을 다 없앴습니다. 대만도 가입 조건으로 규제를 다 풀었죠. 한국은 어떻게 할까요? 심지어 정부 자신이 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딱 밝혀놨는데 말이죠.

따라서 저는 이 문제가 지금보다도 훨씬 심각하고 큰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내년 한국 총선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될 것이고요. 오염수 투기 방류 자체도 문제지만 윤석열 정부가 나서서 식민 지배 시절 일본 정부의 만행에 눈감아주려 하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을 거예요.

올해에만 네 번 더 방류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계속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