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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 오염수 Q&A

핵 오염수 왜 생겼나?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뒤이어 밀어닥친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냉각 기능이 마비됐다.

고열의 연료봉과 물이 반응해 생긴 수소가 발전소 건물 안에서 폭발해 1~4호기 건물의 천장이 날아가 버렸다. 이어 1~3호기의 연료봉이 녹아내렸고 압력용기의 밑바닥도 녹아 연료봉이 격납용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핵연료가 폭주하지 않도록 10년 동안 쏟아부은 물과 주변에서 흘러든 지하수는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로 오염됐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이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대형 탱크에 보관해 왔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시설과 핵 오염수 방류 계획 [확대] ⓒ출처 도쿄전력

오염수에는 뭐가 들어 있나?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만 안다.

핵반응이 계속되고 있다면 녹아내린 핵연료에서는 이론상 1000가지 이상의 핵종(원소)이 나올 수 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년 사이 핵반응은 멈춘 것으로 보인다.(확실치는 않다.)

그렇다면 반감기가 짧은 수백 종은 지난 12년 사이에 사라졌을 것이다.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 중에 방사성 물질 64종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해 알프스로 제거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런데 최근 그중 39개는 더는 검출되지 않는다며 검사 대상을 25개로 축소했다.(여기에 5개 핵종을 새로 추가해 30개 핵종을 대상으로 검사해 왔다고 발표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전문가패널 소속 과학자들은 도쿄전력 측이 제공한 오염수 시료 검사 결과를 살펴본 뒤 오염수 탱크 안에 있는 방사성 핵종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첫째, 무거운 물질들은 탱크 바닥에 침전됐을 텐데 도쿄전력 측이 밝힌 채취 방법에는 이 침전물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탱크 윗부분의 물만 채취해 검사했을 경우 실제 방사성 물질의 농도보다 매우 낮게 측정됐을 것이다.

둘째, 방사성 붕괴 과정을 고려했을 때 방사성 물질들의 농도는 시간에 따라 그 비율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데 도쿄전력 측이 제공한 자료에서는 그 비율이 크게 불일치한다.

알프스ALPS는 무슨 기능을 하나?

알프스는 대형 정수기라고 보면 된다.

도쿄전력 측은 알프스의 여러 가지 필터로 방사성 물질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도 검증된 바는 없다.

알프스를 한 번 통과한 오염수에는 여전히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 도쿄전력 측은 이를 인정하지만 여러 번 통과시켜 ‘기준치’ 이하로 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전문가패널 소속 과학자들은 도쿄전력 측으로부터 알프스를 통과한 오염수의 검사 결과 자료를 받아 검토했다. 그런데 700건이 넘는 검사 중 다섯 번만 19개 핵종(원소)의 농도를 검사했고 나머지는 7~9개 핵종만 검사했다. 자신들이 말한 64개 핵종조차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도쿄전력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와 시료를 들여다볼 뿐, 그 자료와 시료가 어디서 난 것인지조차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전문가패널 소속 과학자들은 이런 IAEA의 태도에 “놀라고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즉, 알프스를 통과한 ‘처리수’에도 다량의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러나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 측은 일체의 검증을 거부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는 얼마나 위험한가?

오염수 방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그 안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건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만 안다. 한국 정부는 도쿄전력 측이 제공한 자료만 들여다보면서 무슨 ‘검증’이라도 하는 양 굴고 있다. 마치 대참사를 낳았던 가습기 살균제의 출시를 식약처가 허가했을 때, 제조사의 보고서만 보고 ‘안전하다’고 했던 것과 똑같다.

세슘, 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은 매우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므로 사람 몸에 직접 노출되면 세포와 유전자 수준에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양에 따라 피부염부터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1호기 바닥에서 발견된 핵연료에 가까이 갈 경우 1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① 최악의 경우 :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 측의 설명과 달리 매우 강한 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물질이 대량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이는 과거 핵보유국들의 대기 중 핵실험처럼 지구 환경 전체(와 인류)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다.

② 최선의 경우 :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설명대로 삼중수소만 일부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과 유기물을 해양 생물이 섭취할 경우 생물 농축이 일어날 수 있고, 이를 사람이 먹을 경우 인체 내 장기가 여러 해 동안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며칠이면 방사성 물질이 체외로 다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조차 “일부는 배출되기까지 1년 정도 걸립니다” 하고 인정한다. 유기물과 결합될 경우 더 오래 남을 수도 있다. 그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 그러나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경험적으로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정서가 광범하고 행동도 늘어나고 있다 ⓒ조승진

광대한 태평양 바다에 희석되면 괜찮지 않나?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에 직접 노출되는 것보다야 덜 위험할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여길 근거는 별로 없다. 폐로까지는 100년가량 걸릴 수 있고 그때까지 오염수는 계속 나올 것이다. 해류도 공장 컨베이어 벨트처럼 영구적으로 고정된 흐름이 아니다.

기준치(연간 1밀리시버트) 이하의 방사선 노출은 ‘안전하다’는 말도 틀렸다. ‘저선량 방사선 노출’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연구(BEIR 7)에 따르면 매우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돼도 그에 비례해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방사선 노출 기준치는 ‘안전’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수치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예컨대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노출 기준치는 일반인의 10배가 넘기도 한다. 그들의 신체가 방사능에 저항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도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면 ‘기준치 이하’가 아니라 방사선 노출의 절대량 자체를 최소화할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나 CT 등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 검사를 통해 얻을 이익이 분명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IAEA가 자신들이 정한 규칙조차 지키지 않는다고 옳게 비판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로 평범한 사람들이 얻을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도 엑스레이의 10분의 1, 혹은 100분의 1밖에 안 된다는데?

오염수 방류로 모든 사람들이 치명적 영향을 받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확률적으로 분명히 일부는 암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설령 그 수가 적다고 해도 결코 안전하다고 하거나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게다가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단순히 방사선의 강도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나이나 성별, 노출 경로, 노출 시간 등에 따라 그 영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등은 이런 조건들을 고려해 흡수선량(시버트, Sv)이라는 단위로 환산하는데, 그 계산법이 실질적이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방사성 물질 자체를 섭취했을 때 벌어지는 내부 피폭의 위험에 관해서는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코로나19가 노인들에게 특히 치명적이었던 것과 정반대로 방사선은 아이들에게, 특히 태아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포 분열이 활발한 때에는 방사선으로 유전자가 손상되기 쉽기 때문이다. 임신부의 경우 엑스레이나 CT 촬영을 피하는 이유다. 태아를 관찰하는 데에는 초음파가 주로 이용된다.

체르노빌 사고의 경험에 비춰 보면 선천성이상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되겠지만, 그것이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것인지 규명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보상받기도 어렵다.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2019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출생아 1만 명당 선천성이상아 비율이 2009년 516명에서 꾸준히 늘어 2018년에는 1538명으로 200퍼센트나 늘었다. 저출산과 고령 산모의 증가로 인한 비율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수치다.(2020년 영국의 선천성이상아 비율은 출생아 1만 명당 222명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환경 영향이 클 것으로 추측하지만, 정부는 이를 규명하려 하지 않는다.

기시다 정부는 왜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 할까?

도쿄전력 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비용과 관련된 문제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숱한 위험 경고들을 부정하며 핵발전소를 건설·운영해 온 자들이 막상 사고가 나니 비용 부담을 들먹이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정부가 최근 빠르게 늘리고 있는 군비 지출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많은 것도 아니다.

전임 일본 총리 간 나오토는 2021년에 한 인터뷰에서 “원전 부지 북쪽에 7호, 8호기를 지을 땅이 비어 있다. 그곳에 오염수 저장 탱크를 증설하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베 도모코 중의원도 “모래를 섞어 고체 보관하자”며 다른 처리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도쿄전력 측이 밝힌 다른 이유는 “바람직하지 않은 소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오염수 방류의 더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즉, 핵발전과 그 폐기물인 방사성 물질의 위험을 숨기고 싶다는 것이다.

기시다 정부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지금이 오염수를 태평양에 투기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보는 듯하다. 바이든과 윤석열 정부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앞에서는 여전히 방사성 물질에 고농도로 오염된 생선이 잡힌다

광우병 괴담?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시도에 관한 경고가 ‘괴담’이었다는 우파의 비난은 그들이 얼마나 무책임한 자들인지 보여 준다.

첫째, 아무리 적은 수의 사람이라도 광우병 같은 치명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면 막을 필요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최근에도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바 있다.

둘째, 그 운동의 성과로 쇠고기 수입 절차에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가 더 많이 수입됐을 것이다.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육골분 사료 사용에 관한 규제도 강화됐다.

셋째, 당시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각종 안전 규제를 완화하려 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은 그런 시도 중 일부였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정책인데, 당시 운동 참가자들은 기업주들의 이윤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안전 규제조차 내팽개치려는 시도에 맞서 싸웠고, 이명박은 관련 정책 추진을 상당히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괴담이기는커녕 수많은 사람들을 보호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경고였던 것이다. 물론 이 경고가 일부나마 효과를 거둔 것은 거대한 대중운동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운동도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