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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총선 전망 어두워지자 위기가 심화되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의당의 위기가 더 깊어지고 있다. 당의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발단은 10월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였다. 정권 심판 투표 바람이 일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게 참패한 이 선거에서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1.8퍼센트만을 얻었다.

권혜인 진보당 후보는 정의당과 별 차이 없는 1.4퍼센트를 얻었다. 그동안 선거에서는 정의당이 대표적 좌파 정당으로 인식돼 개혁 염원층의 표를 주로 받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권 심판 바람이 불고, 당선 가능한 민주당 후보에게로 표가 쏠린 것을 감안해도, 정의당의 낮아진 위상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이정미 대표가 기회주의적으로 내분을 봉합하려 할수록 개혁 염원 당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더 멀어질 것이다 ⓒ출처 정의당

걱정과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이정미 대표 사퇴 요구가 나오고, 의원들끼리 공개적으로 책임공방을 벌이며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에 정의당에서 볼 수 없던 수준의 논란이다.

이정미 대표 사퇴 요구는 단순한 선거 책임론을 넘어 이정미 지도부의 총선 대응 방향에 반대하고 있다.

이정미 지도부는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당이 당명 변경 등을 통해 재창당을 하면, 그 당으로 녹색당 지도부와 총선 후보들이 입당해 단일 정당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정의당의 본체가 선거연합정당이 되는 것이므로 위성정당은 아니다.)

그런데 총선 당선자의 거취를 두고는 양당이 동상이몽이다. 녹색당은 최근 전국위원회에서 녹색당 당선자들이 당선 후 녹색당으로 복귀하는 조건으로 선거연합정당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녹색당 지지율도 매우 미미한 상황이라 당연히 정의당 내에서는 ‘우리는 얻는 게 뭐냐’는 말이 나올 만하다.

무엇보다 이 방안에는 좌파적 원칙보다는 각자 총선에 임해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힘들다는 실용주의가 엿보인다. (개혁 염원층의 요구에 따른 것도 아니라면, 왜 꼭 두 당만 연합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될 법하다.)

온건 중도화

이정미 지도부의 방안에 당내 온건파들이 결사 반대하며 이정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소속된 ‘세 번째 권력’, 박원석 전 의원이 대표하는 ‘대안신당모임’, 김창인 전 청년정의당 대표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의당이 지금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세부 전망은 각자 달라도 모두 금태섭·양향자 신당 등 비윤·비명의 제3지대 중도파들과 양당 구도에 대항하는 선거 연합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정의당과 진보의 간판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금태섭 전 의원은 검사 선배인 윤석열을 대선 때 도왔고, 지금 신당의 비전으로 사회 개혁을 표방하고 있지도 않다. 그 당의 대변인은 윤석열 퇴진 투쟁을 민주당 용역 투쟁이라고 비난한다. ‘고졸 여성 출신으로 삼성전자 임원까지 올랐다’는 입지전적 신화를 앞세워 민주당에 영입됐다가 탈당한 양향자 의원은 친기업 기조가 분명하다.

이들과 연합한다면, (정의당 온건파들의 전망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민주당(이재명)과 윤석열 정부 사이에 자리잡자는 것으로, 무엇보다 친제국주의와 친시장 정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에게 선명하게 반대하지 말자는 방향인 것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서민층에서 정권 심판 정서가 매우 강하다는 게 드러났고, 그런 정서의 상당수가 개혁 염원 지지층이다. 제3지대 연합론은 이들을 대변하지 말자는 것으로, 선거 실용주의이자 우경 기회주의 노선이다.

한편, 정의당 내 ‘전환’ 그룹은 이정미 사퇴 요구나 제3지대 연합론과는 옳게 선을 긋고 있다.

동시에 이정미 지도부의 선거연합정당안이 “명분도, 실리도, 실효성도 없다”고 비판한다. 전환은 정의당의 정치를 왼쪽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내년 총선을 “진보정치연합 총선 체제”로 치르자고 주장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 4당(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이 함께할 방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의회주의

2012년 창당 후 정의당은 민주당(물론 그중 개혁파를 염두에 두고)과의 연립정부를 목표로 해 왔고, 의회주의적 실천을 해 왔다.

정의당 지도자들은 좌파 정치의 책무는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비를 맞는 것(투쟁 동참과 건설)보다 개혁 입법으로 우산을 쥐여 주는 것’이라고 의식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정치(투쟁)를 입법 협상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이고, 이때 정치(투쟁)의 주체는 선출된 개혁주의 정치인인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당선이 되지 않으면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개혁 염원층을 뚝심 있게 대변하기보다는 득표를 위해 상층 계급과 후진적 대중을 더 의식하게 된다.

최근 금태섭 신당 합류파인 류호정 의원은 새로운 정당이 “꼭 진보정당이라고 불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당선 지상주의가 결국 무원칙한 실용주의로 이어짐을 드러낸다.

사실, 윤석열의 정적 탄압이자 본질적으로 사법절차에서의 민주적 권리 침해 문제였던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정의당 의원단이 가결표를 던진 것도 기회주의의 발로였다.

당의 이런 정치문화 속에서, 선거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니 의원단에서부터 원심력이 커지는 것이다.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와의 비판적 협력으로 개혁을 대중에게 선물하겠다는 노선을 추구하면서, 아래로부터의 투쟁들이 문재인 정부로 향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일들은 노동자 투쟁들이 급진화되고 정치화되고 전면화되도록 노력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그런 산발적이고 단편화하는 효과들이 누적된 결과, 정의당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도 크게 하락한 것이다.

지금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것과 추상적인 양당제 비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비판의 기준도 선거에서의 이해득실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이정미 대표는 10월 29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금태섭·양향자 신당 등과 합당은 안 하지만 총선 연대는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회주의적으로 당의 분열을 봉합하려 한 것이다. 그럴수록 개혁 염원 당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더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