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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농민 투쟁은 좌와 우, 어디로 향할 것인가?

좌파와 노동자 단체들의 과제는 이 운동이 옳은 방향을 향하도록 개입하는 것이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이 아니라고 찰리 킴버가 썼다.

프랑스에서 농민들이 전국적으로 전투적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도로를 봉쇄하고, 시청 건물에 분뇨를 뿌리고, 경운기와 수송트럭을 동원해 교통 혼잡을 일으키는 “달팽이 작전”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농민들은 경운기와 수송트럭으로 고속도로를 수일 동안 봉쇄하는 등 매우 전투적으로 싸우고 있다

농민들은 1월 29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수도를 무기한 봉쇄”할 계획이다. “파리로 향하는 모든 주요 도로를 점거하겠다”고 핵심 농민 단체 FNSEA는 밝혔다.

26일 금요일에 7만 명이 넘는 농민이 경운기 4만 1000대를 동원해 전국 101곳 데파르트망[행정구역 단위의 하나] 중 85곳에서 시위했다고 FNSEA는 밝혔다. 농민들은 60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주요 도로를 봉쇄했는데 대체로 농업 비중이 큰 지역에서 그랬다. 고속도로 6곳에서 다양한 기간 동안 차량 통행을 막기도 했다.

남부 나르본에서는 농민들이 농촌수당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을 불태웠다. 이밖에도 농민들은 몽펠리에의 톨게이트, 님스의 세관 사무실에 불을 질렀다.

농민들은 프랑스 바깥에서 생산된 물품을 운송하던 트럭을 멈추고는 그 화물을 파괴하거나 레스토뒤쾨르에 넘기기도 했다. 레스토뒤쾨르는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가공식품이나 식사를 제공하는 자선단체이다.

많은 소농이 실제로 빈곤 상태에 있고, 이들은 거대 생산자, 정부, 대형마트에게 쥐어짜이는 신세이다.

한 농민은 이렇게 말했다. “경유, 에너지, 식물영양제 등 각종 비용이 오르듯이 우리의 비용도 오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생산물을 팔 수가 없습니다. 모두의 생계비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55헥타르짜리 농장에서 사과, 배, 키위를 재배하지만 그렇게 해서 한 달에 800유로[약 120만 원]를 법니다. 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내 동반자의 수입이 아니라면 도저히 먹고살 수 없습니다.

“사과 1킬로그램을 판매하면 나는 35센트, 중간업자가 80센트를 받고, 대형마트는 3유로에 판매합니다. 우리가 이 일로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이윤을 나눠야 합니다.”

농민들은 농업연료세 감면, 정부 지원 신청 과정 간소화, 중간업자와 소매상에게서 더 공정한 대가 받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농민들은 유럽연합의 환경 규제를 줄일 것과 “외국 상품” 규제도 요구한다.

이런 요구는 “작은 서민”이 분노로 울부짖는 것이자, 진짜 적과 가짜 적 모두를 공격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농민들은 좌파적 생각과 형편없는 생각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소규모 소유자들과 마찬가지로, 농민들은 진보적 사상에 매력을 느끼고 노동자들과 함께 집단적 반란에 나선다는 생각으로 이끌릴 수 있다. 그러나 인종차별·이주민 혐오나 편협한 요구를 내거는 세력을 지지하게 될 수도 있다.

좌파와 노동자 단체들의 과제는 이 운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멀찍이 떨어져 관전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개입해서 그 향방에 영향을 끼치려고 해야 한다.

농민 반란은 연초에 독일에서 시작됐고 이후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로 번진 바 있다.

프랑스의 농업은, 유럽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농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또는 애처로울 정도로 영세한 생산자도 많다.

시위 장면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라. 거기에 동원된 경운기는 대기업이 사용하는 거대 중장비와는 전혀 다르다. 많은 경우에 무척 낡았고 거의 수명이 끝나 가는 듯 보인다.

시위의 중심지인 프랑스 남부는 기후변화로 가장 크게 타격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비록 많은 농민은 (다른 산업에서는 움직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왜 기후변화 문제로 행동에 나서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신자유주의자 에마뉘엘 마크롱이 이끄는 정부는 대단히 조심하면서 공감을 크게 표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85퍼센트 이상이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내무장관 제랄드 다르마냉은 농민들에게 자신은 “농민들을 정치적으로 지지”하고 싶다면서도 “공공기물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다르마냉은 전투 경찰에게 농민을 공격하라고 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이렇게 거짓말했다. “저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상대로는 전투 경찰을 출동시키지 않습니다.” 물론 파업 노동자나 인종차별에 분노한 청년들은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26일 금요일에는 최근에 총리가 된 가브리엘 아탈이 양보안을 들고 오트가론 지역을 황급히 찾았다. 그는 건초 더미를 탁자로 쓰면서 경유세 인하와 일부 소소한 조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아탈의 연설을 들으려 대규모로 모인 농민들 사이에서는 그런 대책은 너무 미약하고 또 너무 늦었다는 소리가 종종 나왔다. 농민들은 “존중받을 만한 이들”과 “무책임한 이들”로 분열되기를 거부하며 정부의 바람을 꺾었다.

25일 목요일에는 가장 전투적인 노동자 대중 조직으로 여겨지는 노동총동맹(CGT)이 농민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동자처럼, 특히 농업 노동자처럼, 갈수록 많은 농민이 더는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동시에 식료품 가격은 폭등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종사자가 제대로 된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투쟁해야 한다. 왜 이렇게 됐는가? 다국적 농기업이 부를 죄다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수익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농민은 또한 농업의 친환경적 전환 과정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다. 권력자들에게 그 분노가 향하지 않도록 극우는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그리고 동성애 혐오적 반대에 나선다.

“농업 모델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구상해서 더 잘 생산하고, 더 잘 먹고, 우리의 노동으로 괜찮은 소득을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이 양질의 음식, 현지에서 생산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

그러나 FNSEA에서 파생된 단체인 ‘청년농민’의 회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사회운동을 지지하며 행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우리는 같은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쟁점이 서로 섞여야 할 이유가 없다.”

프랑스 언론은 이 운동을 두고 2018~2019년에 프랑스를 휩쓸고 마크롱의 통치력을 흔들었던 노란조끼 운동과 비교한다.

일부 농민들은 노란조끼 운동 참가자와 동일시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들이 불평등에 맞서고 엘리트들의 지배에 도전하는 전국적 투쟁의 일부라고 여긴다. 다른 농민들은 생각이 다른데, 한 농민은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는 그들과 다릅니다. 우리는 복지 수급자가 아니고 직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최소한 5개의 농민연합이 있다. 가장 큰 농민연합인 FNSEA는 거대 농장들이 정치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FNSEA는 지난 50년간 프랑스의 농업 체계를 국가와 더불어 운용해 온 공동관리자와 다를 바 없다.

FNSEA를 이끄는 아르노 루소는 처음에는 금융시장에서 농산물 거래 일을 하던 인물이다. 이후 그는 700헥타르짜리 농장을 인수했다. 700헥타르는 평균적 프랑스 농장의 10배 크기이다.

[혁명적 좌파 언론] 〈연속 혁명〉 웹사이트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전임 FNSEA 대표였던 크리스티안 랑베르는 지금은 크레디아그리콜 은행 이사회에 앉아 있다. 많은 농민들을 부채 더미에 앉힌 그 은행 말이다.

또 다른 농민연합인 농촌조율회는 극우와 가깝게 지내지만, 그 회원이 모두 마린 르펜과 파시스트들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농촌조율회는 가장 전투적인 시위들을 이끈 바 있지만, 동시에 그 회원들은 가장 후진적인 언사를 드러내기도 한다.

농민연맹(CP)과 ‘가족농 방어 운동’은 좀 더 좌파적이다.

이 반란에 앞서 1년 전에는 대규모 연금 파업이 있었고, 그 뒤에는 경찰이 나헬 M을 살해한 것에 항의하는 반란이 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진 바 있다.

파시스트들은 이번 농민 운동에서 득을 보려 한다. 그러나 이 운동은 최근 인종차별적 법에 반대하며 대규모로 일었던 시위들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투쟁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프랑스 농민 반란의 배경

  • 프랑스 농업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종사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돈을 별로 벌지 못한다.
  • 프랑스에는 농민이 70만 명 이상 있고 그들은 농장주이고 노동자는 아니다. 참고로 영국에는 농민이 10만 명 있다.
  • 프랑스에는 농장이 45만 6000개 있고 평균 크기는 69헥타르이다. 1헥타르는 축구장만 한 크기이다. 그러나 69헥타르는 평균값이고 25헥타르 이하의 영세한 농장도 많다. 그런 농장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 프랑스 농장의 절반 이상은 유럽연합의 보조금 없이는 도산할 처지에 있다. 그렇지만 보조금의 80퍼센트는 규모가 가장 큰 상위 20퍼센트의 농장 소유주들이 가져간다.
  • 프랑스 국민 평균은 14.5퍼센트인데 비해 농민 빈곤율은 18퍼센트이다. 농민 소득은 지난 30년간 평균 40퍼센트가 줄었다(농림부 자료).
  • 유제품 대기업 락탈리의 최고경영자 에마뉘엘 베스니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포춘〉은 그의 재산이 256억 달러[34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프랑스 낙농업자의 연소득은 평균 2만 6000유로[3800만 원]이다.
  • 농민 약 20만 명은 2026년에 은퇴 연령에 도달할 예정인데 연금 수령액은 한 달에 약 410유로[60만 원]가량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농민의 자녀가 농사 일을 이어 가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농민이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일하거나 농장이 망하기 전까지 일한다. 주 70시간을 일하면서도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 농장이 도산하면 농업 대기업들이 그 땅을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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